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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아침의 태양도 이쁘더라.

D-22

by 까칠한 펜촉

재입사 일정이 생각보다 늦춰졌다.

어차피 내 맘대로 정한 일정이어서 칼자루를 쥔 Boss의 결정에 따라야만 했다.

내가 싫어 떠난 회사, 다시 받아주시는 것만도 감사하다.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회사가 있다는 생각에 이전 회사를 때려치웠는지도 모르겠다..)


의정부 시민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게 만만치 않기에 의정부로 이사 와서부터는 삶의 리듬을 빠르게 더 빠르게 갖고 산다. 신사동, 원효로, 양재동 뱅뱅사거리, 여의도, 심지어 가산 디지털단지..., 웬만한 회사들은 다 강남 부근과 그 남쪽에 위치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8시까지 출근을 하려면 서울 사람들 자는 시간에 집을 나서야 한다. 그래서, 보통은 5시 20분에 일어나서 6시에는 집을 나선다. 차를 갖고 출근할 때는 그보다 30분을 더 당긴다. 원효로 4가에 출근할 때는 4시 50분에 일어나서 5시 20분에 집을 나서기도 했다.


새벽녘에 집을 나서기에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해를 보며 출근할 수 없다. 그리고, 야근으로 늦을 때는 해 떠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종일 캄캄하고 어둑한 하늘만 보곤 했었다.


잠시 멈춰있는 시간에 살다 보니 요즘은 7시경에 일어날 때가 종종 있다.

창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제법 겨울이 끝나가는지 창 밖에서 어스름하게 빛이 밝아오고 이내 태양이 떠오른다. 동그랗게 솟아오른 태양이 그리 이쁠 수가 없다. 산등성이에서 피어난 꽃봉오리 같기도 하다.


기실(其實),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태양은 여름철 출근길에 마주하는 태양이다.

역까지 걸어가는 길에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태양이 슬쩍 떠 오른다.

장대한 하루 여정의 시작을 반기는 나만의 지니 같은 느낌이었다.


삶이란 게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

멈춰 서야만 보이는 것이 있듯

계속, 쉼 없이 달려야만 보이는 것도 있는 거다.


멈출 수 있는 건 우리가 계속, 쉼 없이 달렸기 때문이고, 잠시 멈춘 후에 다시 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계속, 쉼 없이 달리지 못하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끝나는 것이다


게으른 아침의 태양도 이쁘더라

그런데, 부지런한 아침의 태양은 더 이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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