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너머의 서복이 남긴 흔적들

#003. [서귀포] 서복전시관

by Muse u mad

서귀포의 지명은 '서복이 돌아간 포구' 또는 '(서복이) 서쪽으로 돌아간 포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서복이 누구길래, 그리고 그 사람이 찾아왔다가 돌아간 게 뭐가 중요해서 지명에까지 반영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교과서에서도, 역사책에서도 잘 보지 못했던 무려 2,200여 년 전 진나라 시대의 인물이다. 그런데 그 오래전 인물이 불로초를 찾아 동쪽 바다를 건너 한국과 일본에 방문했고, 우리나라의 서귀포시, 제주시, 함양군, 남해군, 거제시와 일본 사가현, 와카야마현 등에 흔적을 남겼다고 한다. 서귀포에는 그 발자취를 기억하고자 건립한 서복전시관이 있다.

불로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각 지자체들은 서복이 다녀간 사실을 연구하고, 이를 관광상품으로까지 연계하고 있다. 어찌 보면 신화에 불과할 수 있는 이 이야기에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한 줄 요약

✔️ 불로초를 찾아 동쪽 바다를 건넌 진시황제의 사자, 서복을 만날 수 있는 곳


박물관 개요

✔️ 명칭: 서복전시관 (영문: Seobok Exhibition Hall)

✔️ 홈페이지: https://culture.seogwipo.go.kr/seobok/index.htm

✔️ 주소: https://maps.app.goo.gl/1hY6kgN2sBc78YXL7




서복(徐福)은 누구인가?

서복은 전국시대 진(秦) 나라의 인물로 서불(徐市)이라고도 한다. 방사(方士: 천문, 주역, 점술, 풍수 등의 방술을 펼치는 사람)로서 진시황에게 중용되어 불로초를 찾기 위해 동쪽 바다로 향했던 인물이다. 역사서 사기(史記)에 따르면, 서복은 약 3천여 명의 소년소녀를 데리고 두 차례 동쪽으로 향했는데, 결국 불로초를 찾지 못하여 두 번째 항해에서는 결국 돌아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돌아가지 않고 머문 곳이 명확하지 않지만, 타이완, 일본, 제주도라는 설이 전해진다.

17세기 조선의 문인 박인로가 '진시황 때문에 서복이 일본에 나라를 세워 그 후손들이 임진왜란을 일으키게 되었다'라고 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서복이 마지막에 정착한 곳을 일본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중국 방송인 장위안 씨는 민담임을 전제로 서복이 일본에 건너가 국가를 세웠음을 방송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서복전시관 내 서복 동상 (출처: VISIT JEJU 홈페이지)




서복은 왜 동쪽으로 향했는가?

전국시대는 불로장생 신선의 존재를 믿고 그 경지에 오르기를 바라는 신선사상이 한참 유행하던 시기였다. 전국시대 연(燕) 나라 때에도 봉래(蓬來), 방장(方丈), 영주(瀛洲)라는 삼신산에 사는 신선과 불로장생약을 찾아 나섰다는 기록이 있다. 세 지역이 현재 어느 지역을 의미하는지 정확하진 않지만(가상의 신선세계였기 때문에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서복전시관에 따르면 영주는 현재의 한라산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 외에 나머지 지역들도 금강산, 지리산, 백두산이라는 설, 또는 일본이라는 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즉 진시황제 기준에서 불로장생 신선과 불로초 모두 동쪽 바다 건너에 있었던 것이다.

서복의 추정 항로. 지도에도 있듯이 서귀포를 마지막으로 돌아갔다는 설, 일본으로 넘어갔다는 설이 있다.




서귀포, 그리고 또 어디 갔을까?

서복전시관 바로 옆에 있는 정방폭포에는 서복이 다녀갔다는 의미의 '서불과지(徐市過之)'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물론 이 글자는 최근에 새긴 것이다. 2,200여 년 전 글이 이토록 선명하게 남아있을 리 없지 않은가? 원래는 정방폭포 옆에 새겨져 있었는데, 서귀포에서 유배생활(1840~1848)을 한 추사 김정희가 이 글자를 탁본으로 남겨두었다는 기록, 1877년 제주목사 백낙연이 서복 전승을 듣고 탁본을 하였는데 그것이 중국 고대문자라 해독할 수 없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실제 새겨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방폭포에 새긴 서불과지(오른쪽)를 서복전시관에 그대로 옮긴 것(왼쪽) (출처: 서귀포 문화예술포털 홈페이지)


서귀포 외에도 서복이 다녀갔다는 전승은 또 있다. 현재는 없지만, 서복이 지나갔다는 의미의 '서불과차(徐市過此)'가 거제도 해금강 절벽에 새겨져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남해군 금산의 한 암석에는 '서불과차'로 추정되는 글자가 새겨진 양아리 석각도 있다. 글인지 그림인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남해군은 '서불과차'의 고대글씨로 보고 금산에 서복상을 세워두었다.

남해군 금산의 암석에 있는 새겨진 '서불과차'로 추정되는 문자 (출처: 문화재청)


경상남도 함양군은 지리산 칠선계곡 근처의 소나무 숲을 '불로장생 서복솔숲'이라 명명하기도 했다. 서복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지리산에도 방문했다는 구전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에 있는 조천포는 서복이 최초로 제주도에 도착한 포구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에 영주산(한라산)에 무사히 도착한 것을 감사해하며 암석에 조천(朝天)이라 새긴 것을 기념하여 조천포로 불린다. 그러나 조천 바위는 고려시대 조천관을 건립하면서 매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에도 남아 있는 서복의 흔적

일본의 와카야마현 신구시는 서복이 일본에 처음 상륙했다고 알려진 지역으로 그의 묘와 동상이 있는 서복공원(徐福公園)이 있다. 사가현 사가시에는 서복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각종 약용식물 전시를 한 서복장수관(徐福長寿館)과 서복을 모시는 금립신사(金立神社)도 있다. 일본도 서복의 흔적을 놓치지 않고 있다.

(왼쪽부터) 서복공원, 서복장수관 (출처: 각 홈페이지)




왜 서복에 관심이 많을까?

서복의 이야기는 정사가 아님에도 이처럼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에서까지 관심이 적지 않다. 대단한 업적이 있는 인물이 아님에도 국가마다 이런 관심을 표하는 이유에는 세 가지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건강'과 '관광', 그리고 국가 간 '연결'이다.

첫째, 불로초를 찾아 나섰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세상 모든 이들의 관심사인 건강과 연결된다. 함양군의 서복솔숲, 사가시의 서복장수관이 대표적이다. 둘째, 관광상품의 주제로도 매력적이다. 사가현에는 오래된 탕이라는 뜻의 후루유 온천(古湯温泉)이 있다. 서복이 불로초를 구하러 왔다가 발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보니 그만큼 오래된 온천으로 홍보하고 있다. 또한 사가현은 서복자전거길(徐福サイクルロード)이라는 관광코스를 만들기도 했다. 함양군의 서복연구회와 사가현 서복회는 2023년 11월 자매결연 협약을 맺어 공통의 역사문화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기로 하는 등 우리도 관광콘텐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 간 연결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민간 연구단체 간의 관계도 이루어지고 있고, 서귀포 서복전시관에는 원자바오 총리의 친필을 새긴 태산석을 세우며 한중 친선의 의미를 다지고 있다. 서복전시관을 세운 이유에 중국인 관광객 유치의 목적도 있었다. 2024년 6월 중국인과 덴마크인 조정선수 2명은 중국 저장성 저우산(舟山)에서 일본 노베오카(延岡)까지 조정 보트를 타고 총 1,300km를 항해하였는데, 이는 서복의 항로를 따라가는 목적이었다. 이외에도 학술교류, 도시 간 자매결연, 문화관광 교류 등 다양한 국가 간 연결의 중심에 서복이 자리 잡고 있다.

(왼쪽부터) 함양군-사가현 협약식(출처: 함양군청 홈페이지), 원자바오 총리의 친필을 새긴 태산석(출처: 신화통신), 서복자전거길(출처: 사가시 관광협회 홈페이지)




Appendix. 서복이 남아 있는 곳

지금까지 언급한 곳들을 남겨본다. 서복의 스토리가 정사도 아니고 파생된 관광콘텐츠에 대한 개인적 관심도 적지만, 무언가 신비스러운 2,200여 년 전의 교류가 국가 간 연결의 아이템이 된다는 점에서 서복이란 인물이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동화 속 주인공도 훌륭한 관광아이템이 되는 만큼, 서복이 심지어 가상의 인물일지라도 말이다.


1. 불로장생 서복솔숲 https://maps.app.goo.gl/QmU8cE8BX75m9oPP8


2. 남해군 금산 양아리 석각 https://maps.app.goo.gl/LQNdfs4Q1E1D5ro89


3. [일본] 서복장수관(徐福長寿館) https://maps.app.goo.gl/VNjnNRk3Z15LyxKG8


4. [일본] 금립신사하궁(金立神社 下宮) https://maps.app.goo.gl/epnGCfgEpXSj55tm8


5. [일본] 서복공원(徐福公園) https://maps.app.goo.gl/Cej8z72b8ScQeBH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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