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
여백이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카세트를 몇번이고 감아가며 음악을 듣던 사람들은
몇개 안되는 노래를 씨디에 담아 다니더니
mp3에 수백개의 음악을 담아 다녔습니다
특별한날 사진관에 가서야만 사진을 찍던 사람들은
몇장 안되는 사진을 필름에 새겨 다니더니
디카에 수백장의 사진을 담아 다녔습니다
좋아진 음질과 화질에
사람들은 좋아라 합니다
늘어난 용량과 편리함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며 박수칩니다
그런데 우린 여백을 잃고 있음을 모르는듯 합니다.
부푼마음으로
카세트를 거꾸로 감던
씨디에 노래를 담던
mp3에 음악을 옮기던
그 기다림을 우린 잃었습니다
아름다운순간
아끼는 이들과 손잡고 사진관에 가던
얼마 안남은 필름 갯수를 세던
뽑은 사진을 인화하던
그 즐거움을 우린 잃었습니다
이제 여백은 우리 곁을 다 떠나갔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기 위해 기다리던 한밤중의 적막을
여름동안 담아낸 사진을 뽑기 위해 찾아가던 서울시내 인화소
...
우리네 삶의 여백은 무엇으로 채워졌는지요?
그 기다림을
그 불편함을
그 즐거움을
우리는 무엇과 바꾸어 가고 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