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을 2)

by 티후

신기하게도, 대한민국은 사계절 내내 비가 온다. 그중 가을에 내리는 비는 여타 다른 계절의 비와는 다르게 슬프다. 봄비는 매캐하고 탁한 봄 하늘을 깨끗이 씻어 내려주는 반가운 손님이다. 여름 장마는 오랫동안 이어진 무더위를 식혀 준다. 겨울에 내리는 비는, 진눈깨비 같이 날리며 우리가 사랑하는 연말의 시작을 알린다.



​ 반면 가을비는, 겨울의 풍경을 들고 찾아온다. 가로수에 매달린 은행, 단풍잎들은 길가에 떨어져 발에 차이고, 기온은 영하로 떨어져 사람들의 옷차림을 두껍게 만든다. 유난스럽게 가을을 타는 사람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가을의 향기와 분위기를 다 즐기지도 못했음을 아쉬워하게 한다. ​



가을은 남들처럼 3개월을 가득 채워 보내지 못했다고 서러워하지 않는다. 제 몫을 다 챙기지 못한 가을을 위로하는 이도 없다. 가을은 그저 왔다가, 갈 뿐이다. 알아주는 이 하나 없어도 우릴 찾아오고, 가을비와 함께 조용히 떠난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도 없이 오고 간다.



가을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자리는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고된 직업일 수도 있다, 가족의 구성원 일수도 있다. 또는 누군가의 친구일 수도 있다. 누군가 특별히 고마워하고, 인정해주지 않아도 그 자리에 머무르는 사람이고 싶다. 아버지처럼, 친구처럼, 때론 가을처럼 조건을 따지지 않고 찾아올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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