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파수는 23.413 헤르츠. 보이는 라디오 <리디오 read-io>를 시작합니다.
저는 오만 감정 중에서 '사랑'을 가장 좋아해요.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넓은 의미의 사랑인 '애정'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주변의 많은 사람들, 많은 것들과 즐거움을 나누고, 따뜻한 말을 전하고, 세심한 배려에 감동하고, 사소한 것을 기억하며 주고받는 일들은 모두 그것을 사랑하는 애정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그 애정을 느낄 때마다 살맛 난다, 싶고요. 여러분도 그렇게 느낄 때가 있으신가요?
그렇기 때문에 제 인생 모토는 '다정이 세상을 구한다' 였어요. 누군가 내게 건네는 다정과 애정이 지친 마음을 달래고 오늘을 버틸 힘을 준다는 걸 알고 있고, 또 제가 애정이란 감정을 좋아하고 이 감정들로 행복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주변에도 같은 것을 돌려주기 위해 노력했었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애정!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왜 제가 인생 모토를 과거형으로 말했을까요? 이 생각이 뒤바뀌는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음, 개인적인 이야기를 어디까지 꺼낼 수 있는지 정하는 건 참 어렵네요.
뭉뚱그려 말하자면 인간관계로 마음이 크게 흔들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철석같이 믿고 있던 것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되었고, 갑작스러운 변화는 받아들이기 힘들고, 주변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예민해지고, 마음이 흔들리고 건강까지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점점 약해지다 보니 일상적인 자극마저 지나친 고통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결국 스스로를 위해서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혼자서 길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결정했습니다.
완전히 무너진 저는 매일 울면서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때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이 사람을 예전처럼 대할 수 있을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의 애정 어린 걱정이 저를 근근이 버틸 수 있게 해줬지만 저를 완전히 일어서게 할 수는 없었어요. 저는 현재를 살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 바꿀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만 했으니까요.
그런 저를 본 친구가 색다른 조언을 해줬습니다. 이 친구는 저보다 삶의 경험이 많은 친구였어요.
"버텨야 해. 바닥도 찍고, 감정을 삭이고, 괴로워할 수 있을 때까지 괴로워하면서 네 마음을 모두 소진 시켜봐. 그렇게 네 마음을 모두 정리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거야."
더불어 누워서 생각만 하지 말고, 몸을 움직이면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더 생긴다고 일단 일어나라고도 하더군요.
이미 바닥을 치고 있는 저는 밑져야 본전인 마음으로 친구의 말대로 해 보기로 했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났고, 상념에 빠지려 할 때마다 다비치 강민경의 유행어 '버티자! 버티는 거야! 인생은 버티는 거야! 버티면 다 되는 거야!'를 외치며 정말 말 그대로 존버(존나 버티다)를 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머리를 비울 수 있는 활동을 하며 어떻게든 버텨내려 발버둥을 쳤고요.
마음이 더 이상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저는 제 감정에 충실할 수 있었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제 기준을 다 잡고 제 스스로 해결법을 도출한 순간 문제는 해결되었어요. 예상보다 긴 시간이 들었지만 그렇게 저는 드디어 회복기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제법 눈물겨운 시간이었어요.
다친 자리엔 굳은살이 붙고, 힘든 일을 겪고 나면 그만큼 성장한다고 하죠. 이번 일을 겪으며 제 인생의 모토는 '버티자'로 바뀌었어요.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나서 이 일을 다시 되돌아보았을 때, 이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한 걸 놓쳤단 걸 알았습니다.
저는 너무 흔들렸어요. 제가 좀 더 단단한 사람이었더라면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문제를 금방 해결할 수 있었을 거예요. 제가 처음부터 제 기준을 잘 잡고 주변에 마구 흔들리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스스로를 망치지도, 주변 사람들에게 징징대고 매달리며 계속해서 위로를 바라지도, 걱정을 끼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매사에 다정할 수 있는 사람은 항상 다정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기준이 잘 잡혀있는 단단한 사람이고, 처음부터 단단한 사람은 없으니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이겨낼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요. 다정 앞에는 존버가 있어야 했어요. 제가 존버로 삶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며 굳게 서서 나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길렀을 때, 한결같은 모습으로 다정한 애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예요.
존버는 힘들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인내심을 갖고 잘 버티고 이겨내고, 그렇게 단단해질수록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정인 애정 어린 다정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눌 수 있는걸요.
그렇게 오늘도 '버티자! 버티는 거야! 인생은 버티는 거야! 버티면 다 되는 거야!'를 마음에 새긴답니다.
사랑하기 위해서, 여러분은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오늘도 버티며! 주변의 많은 것들과 행복을 주고받을 수 있는 따뜻한 하루가 되길 바라며, 우리는 다음에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