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아빠, 육아전쟁에 뛰어들다
나는 나라를 지키는 직업이고 와이프는 대학병원 간호사로 10년 차 맞벌이 부부다.
10년의 군 생활동안 특수부대에서만 근무를 한 와일드한 성격의 상남자로 그동안 육아하고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다. 거의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 직업 특성상 1년에 30일 미만, 한 달에 한 번 2일 정도만 가족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육아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와이프 이름은 백지연, 첫째 딸 이름은 박아름 8살, 둘째 딸 이름은 박아린 4살이다.
우리 가족 중 나만 남자.. 여성스러운 집안의 상남자로 10년 동안 살아가고 있다. 둘 다 직업이 있기에 나는 기러기 아빠로 살 수밖에 없었다. 와이프는 전문직인 직업에 자부심이 강해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기를 수차례 권유를 했지만 자기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아 결국 내가 떨어져 주말부부를 선택했다.
둘째 4살 아린이의 육아 중간 와이프의 육아휴직 기간이 종료되어 복직해야 했다. 맞벌이 부부는 항상 겪는 일이겠지만 육아를 누군가 해야 했다. 애들을 누군가에게 맡길 수가 없었다. 이제 내 차례인 것이다.
나는 갑자기 10개월의 육아휴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육아를 어떻게 하지? 그냥 의지만 있으면 되는 건가?’... ‘안되면 되게 하라!’ 특수부대의 신조로 극복해야 할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육아에 관련된 책을 읽어봤지만 솔직히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공감이 잘 안 되었다.
나는 육아를 전투라고 생각했다.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 흔히 '지피지기(知彼知己) 면 백전백승'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히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百戰不殆)'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그럼 나는 육아와 육아 대상인 애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가족을 1년에 30일도 못 보는 환경에서 육아 생활에 대해 어떻게 알겠는가.... 물론 둘째 딸 아린이가 기저귀를 때서 다행이긴 하지만... 목욕은 어떻게 시키지? 애들 밥은? 반찬은 만들어야 하나? 애들이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하지? 군대 부하들처럼 대할 수는 없을 텐데? 등 끊임없는 궁금증들이 불안으로 바뀌어 내 마음을 쿡쿡 쑤셔왔다.
지금의 나로서는 육아 전투에서 승리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태로 시간을 흘렀고, 결국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나는 육아전쟁의 D-day를 맞이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