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행 기록
25년 인생 서울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면 다들 놀라곤 해요. 크게 가볼 일도 없었을뿐더러, 저에게는 일종의 외국처럼 느껴졌던 서울은 더 어려운 여행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가봐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던 거죠. 그랬던 제가 큰 결심을 하고 일주일 동안 서울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누나가 쓰던 집의 전세 계약이 남아있어 숙소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과 여행을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관광의 메카 서울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맞물려 저를 서울행 버스로 이끈 거죠. 이번 글은 아주 주관적이면서 솔직한 부산 토박이 청년의 서울 여행 이야기입니다.
DAY 1 서울행
저는 가성비를 상당히 중시하기 때문에 고속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약 4시간가량의 시간이 걸렸는데 마냥 쉽지만은 않았어요. 자도 자도 도착하지 않는 버스에 있는 심정이란 잠깐동안 여행을 후회하게 만들기도 했고, 돌아갈 때 똑같은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을 걱정하게 만들기도 했어요. 억겁의 시간이 지나고, 부산 사나이 끈기로 겨우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첫날은 뭘 할 수가 없는 날이었어요. 누나의 전셋집이 제 예상보다 훨씬 더러웠기 때문이죠. 하긴 약 6개월가량 사용하지 않은 집이니.. 청소에 저녁 시간을 모두 할애했습니다. 평소에 청소를 해본 적이 없던 저로써는 남들보다 두 배는 힘든 시간이었으나, 아래와 같이 일주일은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나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청소를 끝내고 나니 도무지 더 돌아다닐 체력이 남지 않아 집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쉬기로 했어요. 따로 찾아보지 않고, 천천히 걸으며 발견한 백반정식집이 제 발길을 이끌었습니다. 정말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백반집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붐비는 핫플보다 이런 로컬을 더 사랑합니다. 고기로 체력을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에 삼겹살 정식을 주문했어요.
서울 가면 코 베어 간다. 서울깍쟁이. 이런 말 누가 만든 거죠? 서울 인심에 놀랐습니다. 만원 정식에 이 정도의 고기 양과 맛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저는 매일 저녁을 이 가게에서 먹을 자신이 있습니다. 시끄럽지 않고, 각자가 각자의 식사시간을 즐기는 분위기는 낯가림이 심하고, 극 I 성향의 부산 토박이 청년에게 완벽한 로컬 맛집이었습니다. 거의 10분 만에 흡입하듯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빠져나왔어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찬물샤워를 마친 후 휴식을 취했습니다.
DAY 2 서울 가이드
둘째 날은 8시 정도에 일찍 일어났어요. 서울에서도 운동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근처 운동장에서 철봉 운동을 하는데 왠지 모르게 서울에서 하는 운동은 더 자극이 잘 오는 것만 같이 느껴졌어요.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어디서든 브런치를 먹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획 없이 집을 나섰어요. 10분가량 돌아다니다가 제 눈에 들어온 게 있었습니다. 에그타르트 광고. 부산에서도 에그타르트를 곧잘 즐겨 먹었던 저지만 괜스레 '서울의 에그타르트는 어떨까?' 하며 의미를 부여하게 되더라고요. 이러한 의미부여는 저를 톤즈 서울 카페 안으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보이는 것처럼 맛도 환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맛있게 먹으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실 이 정도 맛의 에그타르트는 부산에서도 먹어봤지만, 서울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이 에그타르트의 맛을 배로 만드는 비장의 재료가 되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 말이죠.
에그타르트를 5분 만에 먹어치운 저는 오늘의 서울 가이드인 누나를 만나러 합정으로 떠났습니다. 해외에 가서 한국인을 만나면 누구보다 반갑듯이, 저에게 해외와 같은 느낌인 서울에서 누나를 만나는 건 든든하고 반가운 일이었어요. 다른 어떤 비싼 가이드보다 훨씬 만족스럽고, 행복했습니다. 누나는 맛집 전문 가이드였어요. 함께 카즈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카즈에서 나와 2차까지 갔지만, 과음한 관계로 사진이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꽐라가 되었어요. 이후 9시쯤 누나 가이드 시간이 종료되어 작별 후 다시 작은 전셋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피로했던 몸에 알코올을 넣으니 씻자마자 곧바로 잠에 들어 하루가 마무리되었어요.
DAY 3 한강에서
셋 째날에는 드디어 여행을 함께하는 친구가 올라왔어요. 서울에 왔는데 한강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한강으로 떠났습니다. 이때는 몰랐어요. 이게 얼마나 후회할 행동인지.
서울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한강은 사우나였습니다. 20분가량 걸으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어요. 하지만 기분이라는 게 뭐예요. 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집니다. 저희는 이것도 여행의 낭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맥주와 얼음컵, 한강라면으로 더위를 즐겼습니다.
이후엔 한강러닝을 뛰며 아예 땀을 다 빼버렸어요. 이왕 더운 거 끝을 보자는 느낌으로. 그리고 기진맥진해진 저희는 집으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Day 4 성수
이날은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사실 글을 읽는 분들은 '얘는 서울 여행 와서 크게 한 게 없는 느낌인데?'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맞습니다. 저는 여행에서 꼭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전에도 말했듯,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답니다.
마지막 날은 성수로 향했어요. 배가 고파 곧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성수에 도착해 걷다가 발견한 바스버거 성수점에서 식사를 했어요.
제가 먹은 햄버거 중 손가락에 꼽을 맛이었습니다. 햄버거 자체도 맛있었고, 특히 치킨 패티가 엄청나게 바삭했어요. 오징어링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서울에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어요.
오후에는 카페에 가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덥기도 하고, 저와 친구 모두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죠. 신기한 내부디자인을 가진 카페 스테치에 들어갔어요.
시원한 카페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과 창 밖으로 보이는 성수 풍경은 다시금 서울의 향기를 깊게 느끼게 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서울은 굉장히 넓고, 다양한 곳이었어요. 각 지역마다 저마다의 색깔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놀이, 음식, 일 등 모든 분야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문화를 확고히 가지고 있고, 이것이 모여 서울의 브랜드가 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나 인상 깊게 느낀 것은 저는 결국 관광을 전공하는 입장으로 어떤 콘텐츠를 바라보건 전문적, 학문적으로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어요. 반드시 명확한 데이터나 근거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은 생각은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말이에요. 그런데 서울에서 느낀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들은 그냥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어요. 결국 관광의 본질은 행복, 재미이니까요. 그들을 보며 관광을 있는 그대로, 직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했을 때 행복하고 재미있을까?'라는 단순한 관점도 가져보기로 했어요. 더 나은 전공자가 되기 위해서요.
이번 여행에서 많은 것을 하지는 못했어요. 유명한 관광지를 많이 돌아다니지도 못했고요. 하지만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큰 영향을 주게 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서울 서울 하는지 이해가 되었어요.
저에게 이번 여행은 경험과 생각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