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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Delight Sep 14. 2018

나만의 책을 갖는다는 것

HOW TO READ 전집 득템에 대한 소회

내가 읽고 싶어하는 책들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다 (대부분 나같이 진지한 성향의 사람들에게나 딱 맞는 책들이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고 싶어도 이미 절판이 되어 아쉬움만 삭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구입하게 된 전집도 마찬가지. 평소 프랑스 정신분석 학자들의 글솜씨에 혀를 내두르면서, 이들 이론의 토대가 된 라캉에 대한 호기심을 늘 갖고 있던 터라 라캉에 관한 한 세계 1인자라고 할 수 있는 지젝의 소개글을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이미 절판된지 오래였던지라 더 비싼 값의 중고 책을 구입해 읽을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총편집자의 시리즈 기획 의도를 읽고는 곧바로 전집을 다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리즈에 들어 있는 각각의 책은 어떤 면에서 대가에게 받는 마스터 클래스 강의다. 저자들은 사상가의 작품에서 열 개 안팎의 짧은 텍스트를 발췌해 자세히 살펴보면서 사상가의 핵심적인 생각을 보여주고, 동시에 그의 전체 사상 체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다.... 'HOW TO READ' 시리즈의 책들은 한 사상가의 가장 유명한 문장, 그들의 '최고 히트 문장'을 그저 단순하게 모아놓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독자들이 나름대로 계속 읽어나가고 스스로의 힘으로 뭔가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일련의 힌트나 열쇠를 제공한다. - 사이먼 크리칠리, HOW TO READ 라캉, p. 4.


영국에서 기획된 책에 라캉을 소개한 저자가 지젝이라니, 다른 시리즈의 저자들은 잘 몰랐지만 이미 그것으로 된 일이었다. 게다가 시리즈의 다른 인물 (유일하게 텍스트를 다룬 성경을 제외하고) 들도 한번쯤 섭렵해보고 싶었던 사상가들이었기에 망설일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라캉 책 한 권도 겨우 찾았는데 나머지 책들을 언제 다 사모아야 할지, 곧바로 회의가 밀려왔다. 혹시나 전집으로 묶어서 팔진 않을까 싶어 검색했더니 있긴 했지만 역시 절판. 그냥 라캉에 만족해야겠다 싶어 창을 닫으려던 순간 눈에 들어온 건 중고책 판매자가 최상급 상태로, 그것도 정상판매가와 동일한 가격으로 올려놓은 것이었다. 깜짝 놀라 조금 살펴보고는 누가 먼저 채갈새라 잽싸게 결제를 마쳤다. 사실 중고책이다보니 최상급이라고 써놔도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았는데 (바로 직전 책에서 낙서를 경험했기 때문에), 전집박스에 깨끗하게 담겨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득템' 했음을 느끼고 안도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즐겁게 읽고 나누는 것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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