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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지현 Sep 08. 2023

독서모임 비하인드 스토리

8화. 나의 1인 기업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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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만 돌리면 서너 개 보이는 필라테스 학원인데도 꼭 oo에 가는 이유가 있다.


1. 집에서 가장 가까워서

2. 선생님이 나랑 잘 맞아서

3. 비싸서


이런 내가 독서모임을 선택하는 기준은 어떨까? 단어 하나만 바꿔보면 금세 파악할 수 있다.


1. 집에서 할 수 있는 온라인 방식

2. 모임장의 타이틀(인플루언서, 작가 등)

3. 유료


1, 2번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될 것이다. 집순이나 집돌이라면 뼛속깊이 공감할 테고, 직장인도 여유 시간이 부족하고 퇴근하면 너덜너덜하다. 화장하고 옷을 갖춰 입을 필요 없이 컴퓨터만 펼치면 되는 온라인이 딱이다. 그리고 이왕 하는 거 아무나랑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나보다 똑똑하거나 유명한 사람이면 분명 배울 점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유사 도서와 비교분석을 해준다던지, 자신만의 독서법과 글쓰기 방법 등의 노하우를 알려주거나, 꾸준하고 실행력 있는 면모로 동기부여가 되던 말이다. 타이틀을 보고 우리는 은연중에 그 사람을 인정하게 된다. 누구나 도전해 볼 순 있지만 아무나 될 순 없기 때문이다. 3번은 단번에 납득되지 않는 사유다. 학원이든 모임이든 세상천지에 널려있는데 굳이 돈을 주고? 그것도 비싸게 주고?


우선 내가 다니는 학원은 다른 곳보다 가격이 2배나 비싸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반값인데도 이곳만 고집한다. 일단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운동 자체를 하게 된다. 그것도 꾸준히. 이미 현생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힘든데 과연 자발적으로 운동할 수 있을까? 의사가 경고하였거나, 보디빌더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 아니라면 대부분 포기할 것이다. 독기를 품으면 시작은 할 수 있다 해도 지속하기는 어렵다. 온몸에 주사 맞는 듯한 근육통을 일부러 느끼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사서 고생하고 싶지 않은 게 사람 마음이다. 운동을 끝마치면 개운하고 성취감이 들지만 과정은 미치도록 괴롭지 않은가. 내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가야 억지로라도 가게 된다.


비쌀수록 좋은 이유는 2가지다. 참여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먼저 집중력이 배가 된다. 시간이 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분에 돈이 얼만데. 중간에 힘이 빠져도 동작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정확하게 수행하려 몰두한다. 제대로 자극이 오니 운동 효과는 급상승. 혼자 두 시간 깔짝거릴 때보다 한 시간 바짝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다음으로 빠짐없이 출석하게 된다. 버려지는 액수가 클수록 손실회피기제가 자극되어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면 가게 된다. 통원 치료나 장기여행,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리는 시기 외에는 무조건 직진. 웬만한 핑계에도 끄떡없는 멘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인내심도 돈으로 살 수 있는 건가? 어쨌든 기간 내 횟수를 소진하지 않으면 모두 없어져버려서 주기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주일에 2~3번은 자의 반 타의 반 운동하게 되는데 찢어진 근육이 회복되며 부풀어지는 주기와 딱 맞아떨어진다. 매번 똑같은 운동은 지루하니까 센터에 가지 않는 날은 사이사이 조깅을 나가게 된다. 걷기만 했으면 결국 중단하고 말았을 텐데 윈윈이다.


독서모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기획에 앞서 내가 좋아하는 방식과 남들이 좋아하는 방식 사이에서 고민이 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먼저 내가 가고 싶고, 갈 수밖에 없는 독서모임이 되어야 한다고. 호스트가 꾸준히 이어갈 수 있어야만 모임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큰 틀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뚝딱뚝딱 짓고, 운영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조금씩 반영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한다. 사장님이 즐겁고 행복해야 손님들의 만족도도 올라가고 마침내 장수하는 가게가 되는 것처럼.


책 선정도 나만의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독서에 대한 나의 가치관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담이나 의무감이 들면 끝장이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내 손에는 소설 <해저 2만 리>가 들려있다. 동이 틀 때까지 잠들지 못하고 재미에 흠뻑 젖어있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책은 재밌는 것'이라는 인식이 뿌리깊이 박힌 것 같다. 그리고 등장인물인 네모선장처럼 인생을 모험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을 통해 살아볼 수 없는 삶을 간접경험 해보고, 주인공의 말과 행동에서 나를 찾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방향성을 정한 것이다. 실제로 대학교 1학년인 나의 꿈은 잠수함 파일럿이었다. 지금은 연봉 6,000만 원 대기업 대리 직급을 버리고 1인 기업가가 되기 위해 모험 중이다. <해저 2만 리>를 읽고 자란 아이는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하려 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발췌독을 하며 책 속에서 답을 찾는 모임을 만들 것이다. 장르는 자기 계발서부터 소설 등으로 다양해진다. 그저 현재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답이 들어있을 법한 책이면 된다. 장르에 변주를 주면 독서편식은 자연스럽게 타파될 테다. 목차도 같은 기준으로 발췌하여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 완독에 대한 쓸데없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말이다. 독서습관은 편안한 마음에서 형성된다. 또한, 해답을 찾는다는 목표를 가지고 책을 읽으면 좋은 점이 있다. 요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키워지고, 메시지가 하나로 축약되니 기억에 오래 남는다. 1권 당 1개의 핵심만 얻어도 본전 뽑았다고 봐도 된다. 답을 찾아 읽는 발췌독은 수많은 정보가 넘쳐흐르는 요즘 시대에 잘 맞는 독서법이라 생각한다.


참가자가 서로 다른 파트를 읽고 와도 상관없다. 오히려 좋다. 각자 인상 깊었던 문장을 공유하고,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주고받으면서 부족한 부분이 채워진다. 한 권을 다 읽은 것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몰랐던 지식을 얻게 되면서 새롭고 신선하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예상대로 흘러갈지 해보기 전까지 모를 일이지만 나로서는 벌써 흥미진진하다. 그렇다면 이미 성공적인 모임 아닐까?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주인장의 즐거운 마음 상태니까.


북클럽 이름만 짓고 나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갈 차례다.


내가 원하는 대로 북 치고 장구 치는 장단에 이끌려온 사람들과 함께 춤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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