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자산 관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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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을 모으면 다른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다. 아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지만 삶이 일정 부분 달라지긴 했다. 이를테면 명절 선물세트로 들어온 샴푸 대신 한 통에 5만 원 넘는 이솝 샴푸를 쓸 수 있게 된 거 정도? 생필품엔 주기적으로 큰 지출을 하는 게 부담이었는데 이젠 가성비보다 가심비다. 1억은 나에게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을 주는 액수였다. 만약 매달 생활비가 60만 원이라면 1년에 1,200만 원인데 1억이면 어림잡아 10년은 수입이 없어도 버틸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혼, 질병 등으로 목돈 나갈 일이 없다는 가정하에 그렇다.
그래도 모아둔 돈만 착착 까먹으며 백수생활을 하고자 퇴사한 건 아니었다. 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미래를 보고 뭔가 의미 있는 일에 내 시간을 쏟고 싶었다. 다만 성과가 날 때까지 불안과 조바심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종잣돈을 어떻게든 굴려야 했다. 그렇게 3년 치의 최소 생계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투자를 하기로 결심했다.
밸런스 게임을 하듯 첫 선택지는 부동산이냐 주식이냐였다. 서른이라는 나이와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부모님 댁에서 독립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실거주 목적으로 대출을 껴서 소형 아파트에 투자하려 했지만 목돈이 묶이고, 지출이 지금보다 커진다는 점이 걸렸다. 그리고 지금처럼 부모님과 오랜 시간을 보낼 기회도 다시없을 거란 생각에 아예 투자 목적으로 매수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지는 또 청약, 분양권 매수, 전세 레버리지, 재건축 및 재개발로 쪼게 졌다. 청약은 가점이 낮아 마치 로또 당첨처럼 느껴져 제외시켰다. 나머지 3가지 항목은 책을 통한 공부와 발로 뛰는 임장을 위한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그 사이 물가는 오르고 집값은 뛰어 시기를 놓쳐버릴 것 같았다. 인생은 짧아서 내 몸값을 키우는 공부만 해도 이미 시간이 모자라기도 했다. 내 시간은 최대한 적게 쓰면서 돈은 벌 수 있는 고효율 투자를 원했다. 한때 경기 흐름과 재무제표 등 경제공부를 했었지만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꼈다. 또한, 가격이 올라야 이득인데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마음이 점점 주식으로 기울어갔다. 테슬라 같은 개별 종목을 사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위와 같은 이유로 배제하게 되었다.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신경을 덜 써도 될 것 같았다. 전 세계가 동시에 망할 일은 없으니 시장 전체를 사버리기로 한 것이다. 개별 종목처럼 급등할 일은 없겠지만 급락할 가능성이나 그 폭이 적다는 장점에 끌렸다. 거기다 자산 가격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배당금을 준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다. 만약 생활비만큼 들어온다면 돈벌이를 위해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끔찍한 상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그저 돈 벌기 위해 억지로 참는 것에는 이미 신물이 났다. 인생을 그렇게 또 허비하고 싶지 않다.
이러한 결론에 다다르자 나는 어떤 사람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자산'이 아닌 가격에 관계없이 현금흐름이 나오는 '시스템자산'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시스템자산이 먼저 구축이 되고 나면 투자자산도 사볼 여유가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배당금이 월급처럼 꽂히면 생활비가 해결되고, 남는 돈으로 재투자를 해도 된다. 지수를 사서 복리의 마법을 누릴 수도 있고 업다운이 큰 위험자산을 사볼 수도 있는 것이다. 만일 위험자산의 주가가 떨어진다 해도 현금흐름이 있으니까 다시 회복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릴 수 있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에 사뒀던 지수 가격은 상승해 시세차익을 얻게 될 수도 있다. 유동성과 자산증식 둘 다 거머쥘 수 있는 선택은 '배당 ETF'라는 결론이 났다!
내가 생각하는 부자는 내 시간을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쓸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럼 내가 일 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 수익이 생계비용을 넘어서면 부자가 아닐까? 예전엔 막연하게 10억, 100억을 가진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3년 만에 1억을 모으고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액수를 목표로 잡게 되면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 주변에 3억을 모았다는 사람을 보면 나는 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3억을 모으고 나면 또 5억이 있는 사람 앞에서 부족하다 느낄 것이다. 주변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스스로 목표를 상향시키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언제까지 벌어야 하지? 도대체 언제 만족할 수 있을까?" 이렇게 돈에 끌려가며 살고 싶지 않다. 무수입 프리랜서의 재테크 전략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시스템자산 구축'이라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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