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분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요?!
"여보, 12월 둘째 주 주말에 우리 호텔 가자."
남편이 말했습니다.
12월에는 저희 가족 4명 중에
2명이나 생일이 있는 달이거든요.
12월 둘째 주토요일에
호텔에 가서 일요일에 집에 오는
계획이었어요.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그 주 수요일에 대학원 과제 1개
금요일에 과제 1개
토요일에는 오후 수업 시험
그다음 주 수요일에 과제 1개가
연이어 있는 주간이었습니다.
주중에 일하고
대학원 과제하고
아이들도 돌보고
살림도 하고
금요일엔 시험공부를 했습니다.
한 주 동안 너무 바빠서
호텔에 간다는
셀렘을 느낄 겨를이 없을 정도였어요.
금요일 저녁에 짐을 챙겨놓고
토요일에 대학원을 출발하기 전에
다시 한번 짐을 확인했습니다.
아침 9시 조금 전에 대학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왔습니다.
오전 수업 3시간을 듣고
김밥 한 줄을 먹고
오후에 시험을 봤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역으로 갔습니다.
6시 정도에 도착했던 것 같아요.
여의도역에는 두세 번 가본 것 같아요.
서울인데 정말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덕분에 그제야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빠져나가는 길이
김포공항역에서 김포공항을 가는 길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배가 고프니
유난히 길게 느껴졌나 봅니다.
헤매다가
간신히 ifc몰에 도착했습니다.
우와~
진짜 크더라고요.
같은 서울 아래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문제는 커도
너무 크다는 거였어요.
전 너무 지쳤고
분명 호텔이
ifc몰과 이어져있다고 했는데
그 길을 못 찾겠더라고요.
남은 체력마저
크나큰 ifc몰에서 소진했습니다.
간신히 호텔과 이어진 통로를 찾아서
호텔로 들어갔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은 미리
호텔에 와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얼굴을 앞쪽으로 쭈~~ 욱
내밀고 텔레비전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엔 텔레비전이 없거든요.
아이들이 ifc몰 구경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녁을 몰 안에 있는 식당에서 먹자고 하고
아이 둘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나오기 직전에
제 얼굴을 거울로 보니
눈이 퀭하더군요.ㅎㅎㅎ
음식점은 왜 이렇게 몰 구석에 있는지
8시가 넘어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해서
생과일주스도 사 먹고
서점에 가서 책구경도 했습니다.
호텔에 들어왔습니다.
남편이 내일 오전에는 할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저보고
아이들이랑 수영장에 다녀오라고 하더군요.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저는 호텔이나 리조트를 가면
항상 조식이 시작되는 시간에 갑니다.
많이 먹진 않지만
한적한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어서요.
감사하게도
아이들에게 조식을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했더니
바로 일어나더라고요.
(조금 부족한 듯이 키우니깐 이럴 때 참 좋더라고요.ㅎㅎㅎ)
조식이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서
아이 둘을 데리고 식당에 갔습니다.
이른 새벽이라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밖에 없없습니다.
"얘들아, 너네들은 크게 될 거야.
봐봐. 이 이른 시간에 조식 먹겠다고
일찍 일어난 아이들은
너네밖에 없잖아."
생각해 보면 웃긴 말이기도 한데
기분이 좋고 기운이 있을 때
칭찬도 잘 나오는 법이니까요.
저희가 나올 때쯤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조식을 일찍 먹고 올라온 덕분에
여유 있게 수영장에 갈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수영용품을 잘 확인해 보라고 했더니
다 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리고 방에서 나왔습니다.
긴장되고 떨렸습니다.
호텔 실내수영장은 처음이었거든요.
그전에 호텔과 리조트를 몇 번 가보긴 했는데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오고
저는 가지 않았습니다.
수영을 할 줄 모르기도 하고
수영복을 입는 것도 부끄럽고
추위를 너무 많이 타서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이쪽이야."
뭐 이렇게 잘 안내해야 하는데
제가 두 리번 두리번거리니깐
아이들이 저에게 길을 안내해 주더라고요.
아이들이 확실히 표지판을 잘 찾더라고요.
씻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호텔 수영장에서는
비키니를 입는지
예쁜 원피스수영복을 입는지
미리 알아보지 않았어요.
그냥 실내수영장에서 입던
다리 달린 수영복을 가져왔거든요.
수영선수 같은 수영복을 입고
호텔 수영장에 온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엄마, 나 수경을 방에서 안 가지고 왔어."
아들이 말했습니다.
"어? 가서 가져와."
"싫어."
딸아이는 자기는 수경이 없어도 된데요.
수영을 일 년 반 정도 배운
딸아이에게서 고수의 아우리가 느껴졌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수영장에 들어갔습니다.
'와~
이래서 호텔수영장 호텔수영장하는구나.'
쏟아지는 햇살이
수영장 안으로 들어와서
수영장 물결이 반짝이는 듯했습니다.
레인이 총 3개였습니다.
두 개의 레인은 원래 실내수영장 너비정도였고
한 개는 넓은 레인이었습니다.
넓은 레인에서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이 물놀이를 하더라고요.
아들은 저보고
"엄마 나 잡을 수 있겠어?"
하면서 수영을 했습니다.
딸아이는
별주부전의 토끼가
거북이 등에 탄 것처럼
제 등에 탔습니다.
저는 짧게 두 번 팔을 휘두르며 자유형을 가다 서다 가다 서다를 반복했습니다.
딸이 너무 좋아해서
그렇게 계속 놀았습니다.
저쪽에서
수영복을 갈아입지 않은 엄마들이 밖에서
아이들 노는 모습을 레인 밖에서 보더라고요.
수영복을 안 갈아입어도
호텔수영장에 들어올 수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 줄 알았다면
전에 아이들 수영할 때 와서 볼 걸 그랬나 봐요.
'내가 수영을 배우지 않았다면
나도 계속 저러고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분들 중에는
수영 고수이지만
감기가 걸렸다든지 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 들어오신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수영을 배우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등에서
엄마 등에 타서 좋다고
깔깔거리는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더라고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엄마 잠깐 옆에 가서 수영을 하고 올게."
딸아이에게 말하고 바로 옆 레인으로 이동했습니다.
햇살을 받으며
레인 끝까지 자유형으로 갔습니다.
벅차오르는 기쁨과 감동을 느꼈습니다.
바로 옆 레인은
호텔 멤버들을 위한 레인이었는데요.
그분들도 부럽지가 않더라고요.
얼마 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인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습니다.
엄마들은 정말 공감할 텐데요.
가족을 챙겨주다 보니
누구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살면서
저는 뒷전이었거든요.
진짜 없는 시간을 쪼개서
새벽에 배운 수영 덕분에
이렇게 자유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습니다.
동작이 예쁘지 않으면 어떤 가요.
좀 느리면 어떤가요.
제가 수영을 배워서
레인 끝까지
자유형으로 갔다는 그 사실이 중요한 거죠.
수영을 배우고
아이들과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있는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하고 값지게 느껴졌습니다.
여러분은 최근에 언제 성취감을 느껴보셨나요?
특히나 가족들 뒷바라지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힘든 분들은
하루 중
나만의 시간을 꼭 만들고
그 안에서 기쁨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이 차오르는 걸 느끼실 거예요.
여러분의 소중한 하루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