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맞을 땐 배도 맞습니다.
평영을 할 때는
다들 실력이 고만고만해진다고 했던 거 기억하시죠?
(초보반 맨 앞에 계신 분들 두어 분 빼고
나머지 분들은 거의 비슷한 속도였습니다.)
앞사람과 너무 차이가 나지도 않고
뒷사람이 바짝 따라오지 않아서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예측 없이 찾아오는
다른 분들의 발차기 공격이었습니다.
다들 평영 발차기가
자기 마음대로 안되니깐
레인을 침범해서
발을 휘두릅니다.
강사님께서는 보통
평영으로 레인 끝까지 갔다가
자유형이나 배영으로 돌아오라고 하셨거든요.
평영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왕복으로 평영을 하면
발차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기도 해요.
간신히 평영으로 레인 끝까지 가서
자유형으로 돌아올 때면
휘청하면서
코와 입으로 물을 잔뜩 먹을 때가 있습니다.
그땐
발 차리를 한 대 맞은 거예요.
자유형 자세가 불안정한
초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작은 충격에도
자유형 자세가 쉽게 무너지면서
금세 물을 먹더라고요.
평영을 할 때
양다리를 너무 벌리지 않고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뜨린 상태에서
발을 엉덩이 쪽으로 붙였다가
차야 하는데
대부분의 초보자분들은
양다리 사이의 간격이 넓은 채로
발차기를 하거든요.
제가 이용하는 수영장의 물이
소독이 잘 되었는지
굳이 제가 확인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수질상태가 측정되어서
약품이 들어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또 물을 먹고 말았습니다.
발차기를 맞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저도 옆레인을 침범해서
평영 발차기를 한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발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면
화들짝 놀라서
멈춰 섰어요.
"죄송합니다"
발차기를 맞은 분이
보시든 안시보든
인사를 했습니다.
너무 미안하니까요.
어느 날은
앞사람이 평영으로 출발하고
옆에서 기다리는데
제대로 맞는 날도 있었습니다.
앞의 분이 힘껏 찬 발이
제 배의 정중앙을 강타했습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인상이
팍 찡그려지면서
배를 움켜쥐게 되더라고요.
출발을 지켜보시던
강사님께서 저에게 다가오시더라고요.
"회원님 괜찮으세요?"
보통 때 같으면
"아, 네. 괜찮습니다."
라고 했을 텐데
진짜 아팠습니다.
"아... 아니요."
말도 또박또박 안 나오더라고요.
그러는 사이에
저도 모르게 평영이 조금씩 늘어갔습니다.
어느 정도로 늘었냐고요?
앞사람과 간격을 꽤 두고
평영으로 출발하면
앞사람을 거의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늘었답니다.
진짜 안 늘 것 같았는데
신기하게
평영이 되더라고요.
전 이제 평영도 곧잘 하는 수영인이랍니다.
(당연히 제 기준에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