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검은머리앤 May 21. 2024

초보 수영자가 접영을 처음 배운 날

웨이브가 물 속에도 된다고?!

접영을 처음 배울 때의 일입니다.


갑자기 강사님께서

수영장 밖으로 나가서 줄을 서래요.


큰 판을 바닥에 까시더니

(큰 판은 킥판과 재질은 같고

성인이 엎드려도 넉넉한 

직사각형 모양인데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ㅎㅎ)

엎드린 상태에서

하체는 수영장 밖에 있고

상체는 물 안에 넣고 팔을 휘두르면서

접영 팔동작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난 접영 팔 동작을 배운 적이 없는데?'


7시 아침수영반이라 

아이들 등교를 시키느라 몇 번

빠진 적이 있거든요.

제가 빠진 날

다른 분들은 접영 팔동작을 배운 줄 알았습니다.


쭈뼛쭈뼛거리다 보니

맨 뒤에 서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앞에 하시는 분들을 

유심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회원분들이 팔을 열 번정도 돌리고 나면

강사님께서

"잘하셨어요."

라고 말하시면서

회원님들의 상체를 당겼습니다.

그러면 회원님들은

몸이 물속으로 이동하더라고요.


강사님께서 힘을 주면

여성 회원분들은 

물 속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도 같았는데

덩치가 꽤 크신 남자 회원분들도

자연스럽게 물속에 들어가는 걸 보고

이건 힘으로 되는 건지

어떤 비법이 있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어느덧

꼴찌로 서 있던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 저는 접영 팔을 배워 본 적이 없는데요."

용기 내어서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강사님께서 의외의 대답을 하시더라고요.


"여기 하신 분들 다 오늘이 처음이에요.

앞에 분들 하시는 거 보셨으니까 하실 수 있으시죠?"


제가 관찰력이 좀 좋은 편이긴 해요.

지인들이 머리스타일 바뀌거나 

자주 보는 직장 동료분들이 새 옷을 산 것도

잘 알아보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상해요.

제가 앞사람의 동작을 

분명히

유심히 봤거든요?

그런데 막상 하려고 하니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물속에서 파닥파닥 거렸습니다.

팔을 돌렸어야 하는데

뭔가 파닥거린 느낌이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앞에 분들 하신 거 제대로 안 보셨죠.

맨 뒤에서 기다리는 동안 뭐 하신 거예요?"

하시더라고요.

순간 너무 무안했어요.

당황해서 

"열심히 봤는데 처음이라.. "

라고 말도 못 했습니다.


다시 해보라고 하셔서

다시 줄을 섰습니다.


두 번째로 접영 팔동작을 했을 때에는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팔동작은 잠깐 배우긴 했지만 

강사님께서

처음부터 물에서 팔동작을 하긴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접영을 처음 배운 날

수영장 물속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킥판을 양손으로 잡고 

꿀렁꿀렁 앞으로 가기였습니다.


꿀렁꿀렁 앞으로 가는 건

웨이브로 앞으로 가는 거예요.


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셨어요.

연체동물도 아니고

몸이 곡선으로 정말 잘 움직 이시더라고요.


'와~'


전 진짜 몸치예요.

결혼 전에 

스장에서 헬스랑 방송댄스를 

같이 한 적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을 보면서 춤을 출 때는

마치 내가 그렇게 추는 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바로 앞에 있는 전신 거울을 보면,

제가 봐도 진짜 웃겼어요.

뭐 저런 동작이 다 있나 싶더라고요.


제가 봐도 제일 웃길 때는

웨이브 동작을 할 때였어요.

선생님께서 한 명씩 웨이브를 하라고 하셨는데

전 진짜 

하.나.도. 

안되었습니다.

선생님도 저를 보시더니

피드백을 안 해주시더라고요.


다같이 웃었어요.

조금 안 되는 게 아니라

아예 안되니까요. ㅎㅎㅎㅎㅎ


글로 쓰면서도

그 때 제 모습이 생각나서 진짜 부끄럽네요.


평지에서도 안 되는 웨이브를

물속에서 하니깐 뭐가 되겠어요.


웨이브인지 뭔지 모르지만

비슷한 흉내라도 내면서

최선을 다해서 앞으로 갔습니다.


앞으로 가긴 했지만

엄청 느리게 

간신히 갔다고 말씀드려고 싶네요.


접영 연습을 한 거리만큼

먹는 물의 양도 많아졌습니다.

뱃 속이 수영장 물로

소독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다하고 나니 허리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하....

접영도 갈 길이 멀구나....



이전 22화 옆구리 맞아보셨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