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궁금하신가요?!
새벽수영도 그렇지만
아침 7시 수영도 조용합니다.
물론 새벽 6시 반에 비하면
7시 수영반이 아주 조금 더 생기가 있습니다만
오십 보 백보예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침 7시 수영반에
웃음소리가 자주 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엔 그 이유를 잘 몰랐어요.
그냥 친한 분들이 많나 보다 생각했죠.
7시 수영반은
6시 수영반보다 꾸준히 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많았거든요.
출석률도 새벽 6시 반보다
7시 반이 더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강사님이 바뀌셔서 그렇더라고요.
강사님께서 20대 중후반 돼 보이는
키가 크고 훤칠한 남자분이셨어요.
피부도 뽀얗고
배가 빨래판처럼
울퉁불퉁했습니다.
상체에 근육이 있는지
어떻게 아냐고요?
젊은 수영강사님들은
절대 스윔슈트를 안 입더라고요.
무조건 삼각수영복만 입었습니다.
제가 겪어본 수영강사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제 짧은 수영 강습 경험으로는 그렇더라고요.
어느 날은 강사님께서 너무 춥다고
"춥다 추워"
하면서 몸에 물을 막 끼얹어요.
그래도 삼각수영복만 입더라고요.
새로 오신 강사 선생님은
장난도 잘 치셨어요.
회원님들께 물장구도 치고
손가락으로 어깨를 쿡쿡
찌르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한테는 안 그랬어요.
저는 묵묵히 수영만 하고
인사만 잘하는
그저 성실한 회원이었으니까요.
아, 아주 가끔
질문을 할 때는 말을 좀 했던 것 같아요.
이따금
강사님께서 자세를 잡아준다고
회원님의 동작을 봐줄 때가 있거든요.
제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강사님께서 회원님들 동작을 잡아주거나
일대일로 설명을 할 때마다
젊은 여자분들이
잘 웃으시더라고요.
한 분이 웃으시길래
쑥스러워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에 여자분들도
웃으시더라고요.
자꾸 웃으시니깐
뭐가 웃긴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수영 강사님이
멋. 져. 서.
그런 거였습니다.
선생님께서
다 같이 모여 있을 때 설명도 하시거든요.
그럴 때도 반응이
6시 반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회원분들이 잘 웃으시고
대답도 잘하시고
집중도 더 잘하시더라고요.
강사님은 외모만 멋진 게 아니라
진짜 잘 가르쳐주셨습니다.
관찰력도 좋고
세세한 포인트를 잘 집어서 설명해 주셨거든요.
"회원님,
자유형 할 때
손을 조금만 더 아래로 내리면 좋을 것 같아요."
6시 새벽반 선생님과는
또 다른 점을 설명해 주시니
그것도 참 좋더라고요.
그리고
수영연습도 엄청 빡빡하게 시켰습니다.
6시 수영 수업은
시작하면 걸어서 한 바퀴 돌고 온 다음에
킥판 잡고 발차기를 한두 바퀴 돌고
시작하거든요.
그 전 7시 선생님도 그러셨어요.
그런데 이 강사님은 시작부터 남달랐어요.
"자유형 세 바퀴 돌고 오세요."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자유형 세 바퀴라니.
난 한 바퀴도 힘든데...
신기한 건
사람들이 세 바퀴를 쉬지 않고 가더라고요?
전 진짜 죽을 둥 살 둥
간신히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그 날 체력은
자유형 세 바퀴와 동시에
사라졌습니다...
자유형을 세 바퀴 돌고 난 뒤에
어떻게 수영 시간에
수영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더라고요.
집에 와서 남편에게 물어봤어요.
"여보, 자유형을 세 바퀴를 돌라고 하는데
너무 힘들더라.
그런데 사람들은 다 돌더라고."
"그렇게 힘들게 연습시키는 사람들은
보통 선수 출신이야.
잘 가르쳐줄걸?!"
네, 맞습니다.
7시 빨래판 복근을 가진
잘생긴
수영선수 출신으로 추축되는
강사님 덕분에,
저는 나날이
심폐지구력이 향상될 것만 같은
극한 수영 체험을 했습니다.
사람이 참 신기한 건,
진짜 죽을 것 같이 숨이 차도
남들이 하니깐
저도 어찌어찌 따라는 하더라고요.
이래서 환경이 중요한 가 봅니다.
6시 반 강사님께서 종종 하시는 말씀이 있었어요.
"힘들어도 쉬지 말고 끝까지 가야 합니다.
그래야 늘어요.
자꾸 쉬면 안 늘어요."
시나브로
저의 수영실력도 점점 향상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