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왜 딱딱하지?!
4월에 수영을 시작했는데
벌써 12월입니다.
하루는 긴 것 같기도 한데
뒤돌아 보면
시간이 후욱하고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등록하기 힘들었던 새벽 수영반도
자리가 두어 자리 빈 채로 마감이 되었습니다.
겨울은
수영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추우니까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접영까지 배우고 싶었지만
12월엔 간신히
한 팔 접영을 하는 정도였어요.
한 팔 접영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제 자유형 자세가
안 좋다는 걸요.
선생님께서는
한 팔 접영을 할 때
팔동작은
자유형 할 때와 같게 하라고 하셨거든요.
(저는 팔꺾기를 배우기 전인 초보라서요.)
왼쪽 팔을 쭉 앞으로 뻗은 상태에서
머리만 왼쪽 팔 위쪽에
살짝 기댄다는 느낌으로
머리를 오른쪽 옆으로 돌려서
호흡을 하고
그동안 오른쪽 팔을 돌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왼쪽 팔이 자꾸 가라앉으니
머리를 기댈 곳이 없고
머리를 기댈 곳이 없으니
호흡을 할 때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
이래서 기본이 중요한 거구나..
자유형 자세가 좋았으면
접영을
빨리 배웠을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12월은 참 추웠습니다.
12월 새벽은 더 추웠습니다.
수영장을 갈 때마다
목티와 털바지를 입고
조끼에 롱패딩까지 챙겨 입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머플러와 장갑까지 챙겼습니다.
새벽에 집 밖을 나가면
정말 춥기도 하거니와
추위에 떨면서 이동하다가
감기에 걸리게 되면
수영을 한동안
못 나가니까요.
따뜻한 건 참 좋았는데요,
문제는
수영장 사물함에 물건들을 넣을 때였어요.
빵빵한 백팩에
목티에 털바지에
조끼에 롱패딩을 넣을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롱패딩을 넣을 때마다
곧 산사태가 날 것처럼
짐이 앞으로 쏟아질 것만 같았습니다.
손으로 롱패딩을 몇 번씩 눌러주고 나서야
간신히 사물함 문을 닫을 수 있었습니다.
샤워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면
정말 추웠습니다.
수영장으로 나가면 더 추웠어요.
춥지만 열심히 다녔습니다.
핑계를 내어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턴 계속 빠질 것 같았거든요.
12월 어느 날,
수영이 끝나고 출근하는 길이었습니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만져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사이에 머리카락이 얼었던 거구나...
아 그래서 수영복을 만져보면 딱딱했던 거구나.
이제야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수영복이 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수영복을 만져보니
역시나
수영복이 군데군데 딱딱했습니다.
피식 웃음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추운 겨울날
수영을 하러 다니는 제가
참 신기했습니다.
일 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2023년 한 해동안
가장 잘한 일은
수영을
꾸준히 다닌 거예요.
그전에는
늘 한 해를 마감하는 날이 오면
올해는 뭐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분. 명.
엄청 바쁘게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뭐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아이를 낳아서 정신없이 키우다 보니
10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갈까 봐 두려워졌습니다.
금방 육십이 될 것 같아서
그전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중간에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에요.
새벽기상도 해보고
책도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삶의 변화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시작한 것 중의 하나가
수영이었고
몇 달을 꾸준히 배웠습니다.
그래서 2023년에
가장 의미 있는 일을 꼽으라고 하면
"수영을 배운 일이요."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시는 분들이 보시기엔
꼴랑 몇 개월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꽤 길었던
아주 의미 있는
몇 개월이었거든요.
무사히 12월 말까지
수영을 다닐 줄 알았습니다.
그런 게 이게 웬걸.
12월 마지막주에 엄청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에게
감기가 옮은 줄 알았는데
독감이었습니다.
12월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일 년 동안
너무 고생한 저에게
좀 쉬라고 준 선물인가 봐요.
선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팠지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