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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May 25. 2024

그렇게 겨울이 왔습니다.

-머리가 왜 딱딱하지?!

4월에 수영을 시작했는데

벌써 12월입니다.


하루는 긴 것 같기도 한데

뒤돌아 보면

시간이 후욱하고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등록하기 힘들었던 새벽 수영반도

자리가 두어 자리 빈 채로 마감이 되었습니다.


겨울은

수영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추우니까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접영까지 배우고 싶었지만

12월엔 간신히

한 팔 접영을 하는 정도였어요.


한 팔 접영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제 자유형 자세가 

안 좋다는 걸요.


선생님께서는

한 팔 접영을 할 때 

팔동작은 

자유형 할 때와 같게 하라고 하셨거든요.

(저는 팔꺾기를 배우기 전인 초보라서요.)


왼쪽 팔을 쭉 앞으로 뻗은 상태에서

머리만 왼쪽 팔 위쪽에

살짝 기댄다는 느낌으로

머리를 오른쪽 옆으로 돌려서

호흡을 하고

그동안 오른쪽 팔을 돌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왼쪽 팔이 자꾸 가라앉으니

머리를 기댈 곳이 없고

머리를 기댈 곳이 없으니

호흡을 할 때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

이래서 기본이 중요한 거구나..


자유형 자세가 좋았으면 

접영을 

빨리 배웠을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12월은 참 추웠습니다.


12월 새벽은 더 추웠습니다.


수영장을 갈 때마다

목티와 털바지를 입고

조끼에 롱패딩까지 챙겨 입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머플러와 장갑까지 챙겼습니다.


새벽에 집 밖을 나가면 

정말 춥기도 하거니와

추위에 떨면서 이동하다가

감기에 걸리게 되면

수영을 한동안 

못 나가니까요.


따뜻한 건 참 좋았는데요,

문제는 

수영장 사물함에 물건들을 넣을 때였어요.

빵빵한 백팩에

목티에  털바지에 

조끼에 롱패딩을 넣을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롱패딩을 넣을 때마다

곧 산사태가 날 것처럼

짐이 앞으로 쏟아질 것만 같았습니다.


손으로 롱패딩을 몇 번씩 눌러주고 나서야

간신히 사물함 문을 닫을 수 있었습니다.


샤워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면

정말 추웠습니다.


수영장으로 나가면 더 추웠어요.


춥지만 열심히 다녔습니다.

핑계를 내어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턴 계속 빠질 것 같았거든요.


12월 어느 날, 

수영이 끝나고 출근하는 길이었습니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만져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사이에 머리카락이 얼었던 거구나...


아 그래서 수영복을 만져보면 딱딱했던 거구나.

이제야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수영복이 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수영복을 만져보니 

역시나 

수영복이 군데군데 딱딱했습니다.


피식 웃음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추운 겨울날

수영을 하러 다니는 제가

참 신기했습니다.


일 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2023년  한 해동안 

가장 잘한 일은

수영을 

꾸준히 다닌 거예요.


그전에는

늘 한 해를 마감하는 날이 오면

올해는 뭐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분. 명.

엄청 바쁘게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뭐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아이를 낳아서 정신없이 키우다 보니

10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갈까 봐 두려워졌습니다.

금방 육십이 될 것 같아서

그전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중간에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에요.

새벽기상도 해보고 

책도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삶의 변화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시작한 것 중의 하나가

수영이었고

몇 달을 꾸준히 배웠습니다.


그래서 2023년에 

가장 의미 있는 일을 꼽으라고 하면

"수영을 배운 일이요."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시는 분들이 보시기엔

꼴랑 몇 개월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꽤 길었던 

아주 의미 있는 

몇 개월이었거든요.


무사히 12월 말까지 

수영을 다닐 줄 알았습니다.


그런 게 이게 웬걸.

12월 마지막주에 엄청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에게

감기가 옮은 줄 알았는데



독감이었습니다.


12월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일 년 동안 

너무 고생한 저에게

좀 쉬라고 준 선물인가 봐요.


선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팠지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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