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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May 30. 2024

새로 옮긴 수영장에서 생긴 일

아는 분을 만날 줄이야.

"어, 00 엄마?!"

"어! 안녕하세요."


동네 수영장을 다니다 보니 

아는 분을 만났습니다.

아이 친구 엄마였어요.


"이 시간에 어떻게 수영하세요?"

"아, 잠깐 일을 쉬기로 해서요.

직장 근처에 있는 수영장을 다니다가 옮겼어요.

아이들 등교시키고 오니깐 맨날 늦네요."


아이쿠야.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어요.

동네에 아는 지인분이 거의 없는데

한 분을 수영장에서 만난 거예요.


다행히 옷은 입고 있었지만...


앞으로 계속 마주칠 걸 생각하니

조.. 금...

불편하긴 하네요...


아직 새로운 수영장에 적응이 안 된 상태이기도 하고

안경을 벗으면 잘 안 보여서

아시는 분이 계신지도 몰랐어요.


화장품을 바르면서 생각했어요.


'아, 너무 말을 많이 했네.

그냥 묻는 말에 간단히 대답이나 할걸.... 

굳이 다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새로 옮긴 수영장의 강사님은

칭찬을 참 잘하세요.

잘 웃으시고요.


제 수영 자세를 직접 보진 못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도

저의 양팔 접영 자세는

물에 빠진 사람들이

"살려주세요."

할 때의 자세거든요.


양팔을 쭈욱 펴서 뒤에서 앞으로 가져와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니깐 

위로 만세가 되어버려요.


그런데도 선생님께서는

"이만하면 잘하신 거예요.

하시다 보면 더 잘하실 수 있어요."

라고 말씀하시면서 항상 칭찬을 해주십니다.


수영장을 옮길 때

수영강사 선생님이 이상하면 어쩌나

고민이 많았거든요.

기우였어요.


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수영장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 옮긴 수영장은 참 특이한 게

25명 정도 정원인데

첫날에도 15명이 안 넘는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 회원님께서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등록만 하고 안 나오시는 분들이 좀 있다고 하셨습니다.


옮긴 수영장에서는

양팔 접영 연습을 

지난번 수영장보다 더 많이 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나오시는 분들 진도가 다 비슷해요.

양팔접영 배운 지 얼마 안 되신 분들이거든요.


양팔 접영 연습을 전보다 많이 하니깐

수영을 하고 나오면

팔도 아프고

다리에 힘이 쭉 빠집니다.


원래 걷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수영장에서 집에 갈 땐 

셔틀버스를 탑니다.


조금이라도 덜 걸어야

체력을 비축해서

오전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수영 강습이 끝나고 샤워를 하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해요.


수영 수업이 정각에 끝나는데

셔틀은 25분에 출발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24분이에요.

25분이 되자마자  셔틀버스가 출발을 하거든요.


수영장은 3층이고

셔틀은 1층 주차장에 있어서

1층으로 내려가서 주차장까지 가는데

넉넉잡아서 5분 정도 걸립니다.


그럼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20분이에요.

그중 절반인 10분 정도는 줄을 서는데 쓰고요.

10분 안에

샤워하고 나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얼마나 바쁜지 몰라요.


어떻게 시간을 단축할까 하다가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는 걸 포기합니다.

집에 가서 하려고요.

빗질할 시간도 없어요.


수건을 대고

머리를 탈탈 몇 번 털어요.

그러고는 그냥 손가락으로 대충 

머리카락을 쓸어내립니다.

그리고 머리끝에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잘 모아서 버립니다.


제가 단발머리이긴 하지만

숱이 많거든요.

머리끝에서 떨어진 물방울로

등 뒤가 약간 축축해지지만

괜찮아요.


셔틀을 탈 수 있으니까요.


악. 

21분이에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늦을까 봐

계단으로 다다다다다다닥

내려갑니다.


아싸.

23분이다.


미친 듯이 전력질주해서

셔틀버스 앞에 섭니다.


성공이다!


셔틀버스에 타기 직전에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을 한 번 짭니다.

셔틀 바닥에 혹시 물기 떨어질까 봐서요.


어느 날 기사님께서 저에게 말을 거세요.


"젊어 보이셔서 

아기엄마 같지 않으세요."


"감사합니다. 

그러기엔 아이들이 나이가 좀 있네요. 

둘 다 초등학생이라서요"


하고 제가 크게 소리 내어 크게 웃었습니다.


기사님은 저희 아이들을 거의 매일 보시거든요.

애들이 오후에 센터 프로그램을 해서

셔틀버스를 이용합니다.

저는 아이들과 셔틀버스를 같이 탈 때도 있고

셔틀버스에 내리는 아이를 데리러 갈 때도 있어요.

그래서 기사님께서 저희 아이들을 아시거든요.

 

오랜만에 칭찬을 들으니 기분은 정말 좋더라고요.


약간 머쓱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머리도 제대로 안 말리고 

엉클어진 사자머리로 계속 나왔는데

그런 칭찬을 들으니까요.

그리고 화장이라고 해봤자 

선크림을 바르는 둥 마는 둥이었어요. 


칭찬을 듣고 난 후

멋쩍은 나머지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살짝 눌러주었습니다.


아침 수영을 배우니

오랜만에

젊어 보인다는 칭찬도 들어보고

좋네요.


아 한 가지 더 좋은 점이 있어요.

지난번 수영장은 지하라서 창문이 없었는데요.

새로 옮긴 수영장은 

3층에 있어서

날씨가 좋은 날엔

뷰가 끝내줍니다.

남산이 보여요.


남산이 보이는 것도 멋진데

제가 가장 좋아했던 건,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이

수영장 물속을 비추는 것이었어요.

물속이 반짝거린다고 해야 하나.

수영을 할 때마다 

물 속으로 들어온 빛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새로 옮긴 수영장에서

낯섦과 설렘을 느끼며

적응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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