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검은머리앤 Jun 04. 2024

내가 두 시간을 수영할 줄이야

온몸이 흐느적흐느적합니다.

5월 첫 번째 토요일이 되었습니다.


수영을 하러 갔어요.


이번에 옮긴 수영장은

오후 수영을 등록하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수영을 할 수 있거든요.


지난번 오전 수영을 다닌 센터에서

토요일에는 선생님이 안 계시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토요일에는 자유수영이래요.


그래서 이번에 옮긴 수영장도

당연히 토요일에는 

자유수영이겠거니 하고 갔습니다.


제가 주중에  강습을 받았던 레인으로 갔습니다.

전에 다녔던 센터에서도 자유수영일 때는

원래 강습받던 레인에서 했었거든요.


"어, 오늘 자유수영 아니에요?"

"아니에요. 강습입니다."


제가 센터를 옮기고

금요일에 갔을 때에는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토요일에는 여자 선생님이셨어요.


그래서 누가 진짜 선생님인가 궁금했어요.

한 분은 대체 선생님인가 싶었거든요.

아니면 토요일은 다른 선생님이 오시는 건가 궁금했지만

일단 강사님께서 시키는 대로 강습을 받았습니다.


강사님께서 

연습하라고 하는 방법들이

다 제가 처음 해보는 것이었어요.

(여러 강사님께 배우면 이런 점이 좋더라고요.)


풀부이(수영 땅콩)를 다리 사이에 끼고, 평형 팔로만 가기


풀부이(수영 땅콩)를 다리 사이에 끼고, 접영 팔로만 가기


접영 웨이브 해서 바닥 짚고 일어나기


안 되니까요.

처음에 할 때는 동작들이 너무 낯설어서 부자연스러웠어요.

그런 저를 

선생님께서 처음 보시더니

수영을 아주 못하는 줄 아셨나 봐요.

제가 엄청 버벅거렸거든요.


저는 잘하진 못하지만

꾸준히 끝까지 가는 편이에요.

무슨 말이냐고 하면

앞에 가시는 분들 중에는

처음엔 서둘러서 가다가 

나중에는 힘들어서 

가다가 쉬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저는 웬만하면 중간에 멈추지 않고 가려고 노력하거든요.


평영 발차기를 잘한다고 칭찬도 들었어요.

저는 나름 평영에 자부심이 있거든요.

힘 빼고 잘 가는 편이에요.

(물론 자유형, 배영, 접영에 비해서 그렇다는 거지

실력이 엄청 뛰어나다 이런 건 아닙니다.

전 1년 차 초보 수영인이라서요.)


초보반에서 보통 6개월 차 이상 수영을 배우신 분들이 

평영을 배우기 시작하거든요.

그분들보다 잡절은 더 배웠으니 조금 더 잘하는 거겠죠.

평영은 확실히 오래 하면 늘더라고요.


수영 강사 선생님께서

세심하게 잘 알려주셔서 정말 알차게 강습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다 되어서 수영장을 나가려는데

선생님께서 "10분 뒤에 만나요."

라고 하셨어요.


"수업 끝난 거 아니에요?"

라고 선생님께 되물어봤어요.


알고 봤더니 

제가 수업을 들은 반은 

토요일 2시간 강습반이었고

제가 원래 가야 하는 곳은

평소에 수업하는 곳이 아닌

끝 쪽 레인이었더라고요.


선생님께서 더 배우고 가라고 말씀하면서

비밀로 해주겠다고 하셨어요.

같이 수영을 배우신 분께서도

1시간만 더 하고 가라고 하는 바람에

진짜 얼떨결에 한 시간 수영을 더 하게 되었어요.


쉬는 시간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

'두 시간 수영이 가능한가?'

생각했지만 

배려해 주신 건데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애매해서

한 시간 수영 수업을 더 들었습니다.


두 번째 시간은 정말 힘들었어요.


자유형 25M 돌고 쉬고,

자유형 50M 돌고 쉬고,

자유형 75M 돌고 쉬고,

자유형 100M를 돌았습니다.


다시 자유형 100M  75M 50M 25M

를 돌았습니다. 

(보통 25M라고 하면 

수영장 레인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를 말해요.)


그리고 다시 

25M 자유형

50M 배영

75M 평형

100M 접영

이런 순으로 쭉 돌았습니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들었어요.


마침 제가 읽고 있던 책이

사이토 히토리의 

<1퍼센트 부자의 법칙>이었거든요.


그 책을 보면

입버릇처럼

"못 할 것도 없지."

라고 말하라고 나와요.


진짜 물속에서 

'못 할 것도 없지'를

수없이 되뇌면서 수영을 했던 것 같아요.


수영머신처럼

수영을 했습니다.


드. 디. 어.

수영이 끝났어요.


'수영 두 시간이 가능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수영 실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두 시간 수영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등산을 하고 내려올 때처럼 

다리가 풀려서 힘이 하나도 없었어요.

집까지 걸어가는데



그 피로가 일요일까지 가더라고요.


운동은 건강해지라고 하는 거지

다른 일상에 지장을 주면


아... 그래도 토요일은

제 한계를 뛰어넘는 의미 있는 하루였습니다. ^^


이전 28화 오후 수영반은 또 달라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