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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May 16. 2024

아침 반 수영시간이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새벽수영도 그렇지만

아침 7시 수영도 조용합니다.

물론 새벽 6시 반에 비하면

7시 수영반이 아주 조금 더 생기가 있습니다만

오십 보 백보예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침 7시 수영반에

웃음소리가 자주 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엔 그 이유를 잘 몰랐어요.

그냥 친한 분들이 많나 보다 생각했죠.

7시 수영반은 

6시 수영반보다 꾸준히 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많았거든요.

출석률도 새벽 6시 반보다

7시 반이 더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강사님이 바뀌셔서 그렇더라고요.

강사님께서 20대 중후반 돼 보이는

키가 크고 훤칠한 남자분이셨어요.

피부도 뽀얗고 

배가 빨래판처럼

울퉁불퉁했습니다.


상체에 근육이 있는지

어떻게 아냐고요?


젊은 수영강사님들은

절대 스윔슈트를 안 입더라고요.

무조건 삼각수영복만 입었습니다.

제가 겪어본 수영강사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제 짧은 수영 강습 경험으로는 그렇더라고요.


어느 날은 강사님께서 너무 춥다고 

"춥다 추워"

하면서 몸에 물을 막 끼얹어요.


그래도 삼각수영복만 입더라고요.


새로 오신 강사 선생님은

장난도 잘 치셨어요.

회원님들께 물장구도 치고

손가락으로 어깨를 쿡쿡

찌르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한테는 안 그랬어요.

저는 묵묵히 수영만 하고 

인사만 잘하는 

그저 성실한 회원이었으니까요.

아, 아주 가끔

질문을 할 때는 말을 좀 했던 것 같아요.


이따금

강사님께서 자세를 잡아준다고

회원님의 동작을 봐줄 때가 있거든요.


제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강사님께서 회원님들 동작을 잡아주거나

일대일로 설명을 할 때마다

젊은 여자분들이 

잘 웃으시더라고요.


한 분이 웃으시길래 

쑥스러워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에 여자분들도 

웃으시더라고요.


자꾸 웃으시니깐 

뭐가 웃긴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수영 강사님이

멋. 져. 서. 

그런 거였습니다.


선생님께서 

다 같이 모여 있을 때 설명도 하시거든요.

그럴 때도 반응이

6시 반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회원분들이 잘 웃으시고 

대답도 잘하시고

집중도 더 잘하시더라고요.


강사님은 외모만 멋진 게 아니라

진짜 잘 가르쳐주셨습니다.


관찰력도 좋고

세세한 포인트를 잘 집어서 설명해 주셨거든요.


"회원님,

자유형 할 때 

손을 조금만 더 아래로 내리면 좋을 것 같아요."


6시 새벽반 선생님과는 

또 다른 점을 설명해 주시니

그것도 참 좋더라고요.


그리고

수영연습도 엄청 빡빡하게 시켰습니다.


6시 수영 수업은

시작하면 걸어서 한 바퀴 돌고 온 다음에

킥판 잡고 발차기를 한두 바퀴 돌고

시작하거든요.

그 전 7시 선생님도 그러셨어요.


그런데 이 강사님은 시작부터 남달랐어요.

"자유형 세 바퀴 돌고 오세요."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자유형 세 바퀴라니.

난 한 바퀴도 힘든데...


신기한 건 

사람들이 세 바퀴를 쉬지 않고 가더라고요?

전 진짜 죽을 둥 살 둥

간신히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그 날 체력은

자유형 세 바퀴와 동시에

사라졌습니다...


자유형을 세 바퀴 돌고 난 뒤에

어떻게 수영 시간에

수영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더라고요.


집에 와서 남편에게 물어봤어요.


"여보, 자유형을 세 바퀴를 돌라고 하는데

너무 힘들더라. 

그런데 사람들은 다 돌더라고."


"그렇게 힘들게 연습시키는 사람들은

보통 선수 출신이야. 

잘 가르쳐줄걸?!"


네, 맞습니다.

7시 빨래판 복근을 가진 

잘생긴 

수영선수 출신으로 추축되는

강사님 덕분에,

저는 나날이

심폐지구력이 향상될 것만 같은

극한 수영 체험을 했습니다.


사람이 참 신기한 건,

진짜 죽을 것 같이 숨이 차도

남들이 하니깐

저도 어찌어찌 따라는 하더라고요.

이래서 환경이 중요한 가 봅니다.


6시 반 강사님께서 종종 하시는 말씀이 있었어요.

"힘들어도 쉬지 말고 끝까지 가야 합니다.

그래야 늘어요.

자꾸 쉬면 안 늘어요."


시나브로 

저의 수영실력도 점점 향상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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