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검은머리앤 Jul 15. 2024

저는 운전을 못하는,
육아하는 제주도민입니다.

강제 소비단식을 하다.

"제주도에서 운전을 못해도 살 수 있나요?"


라고 누군가 여쭤보신다면

제 대답은 "당연하죠."입니다.


물론,

운전을 안 하는 제주도에서의 삶이 

조금 불편하겠지만요.


삶의 반경이 굉장히 좁아질 수 있고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조금 길어질 수 있어요.

(버스를 기다려야 하니까요.)


제가 그랬거든요.

운전을 못했습니다.

장롱면허 10년 차에 제주도에 내려갔습니다.


제주도에 살 때

남편이 운전을

두어 번 알려주긴 했는데

배울 의지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육아를 하면서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현상유지하는 삶으로도 버거웠습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울 여력이 없었어요.


유난히 감각이 섬세한 첫 아이 덕분에

인터넷으로 쇼핑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따금씩 사고 싶은 게 있어서

'한 번 사볼까?'

하고 장바구니에 담아놨던 물건도

비싼 배송비 덕분에

결제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운전도 못하고

인터넷으로 물건도 잘 안 샀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을

자연스레

근처에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운전을 못하니

근처라고 해봤자

홈플러스예요.

 

아이를 등에 업거나

아기띠로 안고

홈플러스에 자주 갔습니다.


살 게 있는 날에도 갔고

살 게 없는 날에도 갔습니다. 

마치 삼시세끼 밥을 먹듯이 

하루의 루틴처럼 거의 매일 갔습니다.


아이는 내려놓으면

자꾸 깨서

그나마 안고 있을 때 잠을 잘 잤거든요.

뚜벅이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가장 마음 편한 곳이 홈플러스였어요.


도서관도 종종 갔지만

아이가 깨서 울면 후다닥 나오기 바빴습니다.


마트에 자주 가니

오히려 물건을 더 사게 되는 거 아니냐고요?


혼자 갔다면 그럴 수 있을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아이를 안고 걸어서 홈플러스에 갔고,

손에는 아기 짐이 있었습니다.

집 근처라고 해도

아기와 함께 다니면 필요한 것들이 있으니까요.

기저귀, 아기 과자, 손수건 등이요.


홈플러스에서 하는 문화센터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수면 시간대가 일정하지 않아서

프로그램을 등록하기가 애매했거든요.


남편이 시간이 되는 날에

오일장이 열리면

오일장에도 갔습니다.


운전을 못하는 

육아하는 제주도민이라

덕분에,

강제로 소비단식이 되었답니다.


생활비를 아낄 수 있었습니다.







이전 14화 제주에서 장 보는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