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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Jul 08. 2024

제주에서 장 보는 날

서귀포 향토 오일장에 가다.

"여보 오늘 며칠이지?"

"4일"

"그럼 이따 오후에 오일장에 가자."


오일장이 있는지 몰랐을 때에는

서귀포 중앙 시장에 가거나

집 근처에 있는 홈플러스를 이용했습니다.


오일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는

스케줄러에

4일과 9일, 

14일과 19일,

24일과 29일에 동그라미를 쳐놓았습니다.


잊지 않고 오일장을 방문하려고요.


제가 자주 가던 오일장은

서귀포 향토 오일 시장입니다.


제주에 손님이 오시거나

몸이 아프거나 

급한 일이 있지 않으면

오일장을 방문했습니다.


오일장에 가는 건 

제주살이의 큰 즐거움이었거든요.


오만 원을 들고 

집 근처 홈플러스에 갈 때는

몇 개 못 사는 것 같았는데

오일장에 가면

과일이며 채소를

한 아름 사 올 수 있었습니다.


구경할 것도 많아요.

제철 채소와 과일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육아를 하다 보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고

날짜 감각이 진짜 무뎌지거든요.


오일장에 가면

아, 봄이 왔구나.

이제 여름이네.

가을이 왔나 보다.

겨울이 왔군.


계절감을 잘 느낄 수 있어요.


"새댁~

애호박 다섯 개에 삼천 원에 팔던 거

이천 원에 줄 테니까

남은 거 얼른 사가."

오일장 사장님들의 떨이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살 생각이 없던 애호박도

어느새 제 손에 달랑달랑 들고 있게 됩니다.


이런 적도 있어요.

파 한 단을 다 사기에는 너무 많아서

"사장님, 식구가 적어서 그러는데요.

파를 반만 사도 될까요?"

하고 여쭤보면 

흔쾌히 된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럼 저는 고마워서

다른 야채를 더 사게 됩니다.


오일장에 오면

이렇게 사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홈플러스나 이마트에서

양이 많다고 덜어달라거나

가격을 깎아달라고 

할 순 없잖아요.


이따금 장을 다 보고 나서

여유가 있을 때에는

남편과 분식을 사 먹을 때도 있고

호떡을 사 먹을 때도 있어요.

소소한 일들이었지만

저어게 주는 기쁨은 참 컸습니다.


오일장도 몇 번 다녀와 보니

비닐봉자가 점점 쌓여가더라고요.

쌓여가는 비닐봉지가 참 아까웠어요.

버리자니 너무 깨끗하니까요.


비닐봉지는 잘 모아놨다가

오일장에 나오셔서 물건을 파시는 

나이 드신 할머님들께 드리기도 했어요.

먼저 필요하시냐고 여쭤보고 드렸는데

별거 아닌 데도

참 고마워하시더라고요.


오일장 덕분에

계절이 지나가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

식비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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