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익선이 아니었구나.
절약해 보셨죠?
아껴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아끼는 거
진짜 스트레스받잖아요.
스트레스를 받는 만큼
돈을 절약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겁게 아낄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어요.
제주도에 살 때
정말 감사하게도
집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었습니다.
장롱면허 10년 째였던 제가
돌쟁이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중에 즐겨 갔던 곳이
도서관이었어요.
늘 아이를 업고
도서관에 갔었는데
아이는 도서관에 들어가자마자
10분 이내로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도서관 맨 앞쪽에
신간도서 코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로 이용했던 곳이
도서관 신간코너예요.
도서관 깊숙이 들어가면
책을 고르기도 전에
아이가 우니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는
경험해 보니 자연히 알겠더라고요.
소설을 한 번 빌려봤는데
앞의 내용을 어찌나 잊어버리는지
심지어 주인공이 누구인지 까먹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책을 고를 때
기준은 딱 두 가지였어요.
아이가 잠깐 자는 시간에 읽어야 하니
책 내용이 이어져있는 게 아니라
짧게 끊어져 있을 것
늘 수면이 부족해서
집중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책에 그림이 많고 쉬운 내용일 것
이 두 개를 기준으로 책을 골랐습니다.
이런 저에게 정말 딱 맞는 책이
미니멀 책이었습니다.
그때가 2014년 즈음이었으니까요.
우리나라에
미니멀이 조금씩 알려지던 시기였어요.
미니멀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그림도 많고
책도 얇아서
책을 읽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미니멀 책을 읽다 보니
절약에 관한 팁을 얻게 됩니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싸다는 이유로 물건을 사놓고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를 사서
오래 사용할 것
그동안 제가
물건을 어떻게 골랐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게 따로 있어도
가격이 싸다고
물건을 고른 적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막상 사놓고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기까지 했죠.
미니멀 책을 읽은 이후로
정말 신기하게도 물욕이 많이 줄었습니다.
내가 갖고 싶은 물건들이
꼭 필요한 물건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거든요.
생각이 더 나아가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꼭 필요한 물건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짬짬이
일단 물건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물건 버리는 거..
진짜
너무나
어렵더라고요.
사는 것보다
버리는 게 몇 곱절은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버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집에 두 개씩 있는 물건들을
비우기로 했습니다.
집에 같은 물건이 두 개씩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해 봤는데
주방용품 중에 두 개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싱크대 서랍에 있는 물건들 중에서
중복되는 물건을 비우기 시작했습니다.
꽤 많이 비웠습니다.
부끄럽지만
두 개가 있었는지도 몰랐던
물건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기운을 내서
옷도 비웠습니다.
정말 많이 비웠습니다.
아이 엄마들은 정말
공감이 되실 텐데요.
출산을 하고 나서 한동안
예전과 같은 몸이 될 거라고
늘 희망을 품고 삽니다.
그런데 예전과 같은 몸이 되기도 힘들지만
옷 스타일도 변할 수밖에 없잖아요.
아무래도 아이와 다니려면 편한 옷을 입게 되니까요.
다시는 입지 않을 것 같은
화려한 옷들과 짧은 치마들도
비웠습니다.
전에 당근으로 비운 것 같은데도
꽤 많이 나오더라고요.
참 이상하게도
엄청 많이 비운 것 같은데
눈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너무 이상했습니다.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꾸역꾸역 담겨 있던 물건을
열심히 비워서
적당히 채워진 모습으로 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렇게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리고 집이 많이 간소해졌나고 여쭤보신다면..
인생은
비움과 채움을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시에는 미니멀 초짜라
채웠다 비웠다를 반복했어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나니
짐이 줄어든 게 눈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뭐든 꾸준히 계속해야
성과가 조금씩 나는 건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