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당미술관, 삼매봉 도서관, 서귀포칠십리시공원
여러분의 여행 스타일은 어떠신가요?
사람들이 다 가보는 유명 관광지에 가서
인증 사진을 꼭 찍어야 하는 분들도 계실 테고,
인스타그래머블한 곳에
하루에 한 군데는 가야 하는 분들도 계실 테고,
여행은 휴양이라고 생각하고
맛집에 가고 좋은 숙소에서 쉬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저는 여행을 가면
다른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현지인들이 가는 곳에 찾아가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물론 그런 곳을 알아내기도 힘들고,
알아내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긴 하지만요.
제주살이 이야기를 하다가
여행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해하실 텐데요.
제주살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가
500원으로 문화생활을 즐긴 것입니다.
저와 같이
현지인처럼 여행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제가 추천하는 서귀포 코스를 다녀오시는 건 어떠신지요.
서귀포시에는 기당 미술관이 있습니다.
서귀포 시내 근처에 있어서
시민들이 이용하기가 편리합니다.
어른이라면 천 원만 내면 되고
저처럼 제주 도민이라면 500원만 지불하면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변시지 화백의 상설 전시가 있고
이따금 기획전시가 열립니다.
저는 기당 미술관이 아담해서 좋더라고요.
어린아이가 있기도 하고
너무 넓으면 다리가 아파서 집중이 잘 안 됩니다.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도
느그적 거리면서 작품을 감상을 하면
허리와 다리가 아파옵니다.
저희 엄마 말씀대로
빨리 걸어야 덜 아픈 것 같아요.)
변시지 화백의 작품 색은
황토색입니다.
변시지 화백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분의 외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그래서 빤히 보고 있던 적이 많아요.
제주도에 살 때는 몰랐는데
그 당시 제가 많이 외로웠나 봐요.
친구도 딱히 없고
집에서 육아만 했으니까요.
변시지 화백은
일본에서 권위가 있는
'광풍회전'에서 조선인 최초로 입선을 했고,
23세에 최연소 최고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러니 일본에서 얼마나 잘 가는 화가였겠어요.
그걸 다 뿌리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제주에 내려왔습니다.
외로이 그림을 그렸던 화가의 삶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일본에서 계속 있었을 것 같아요.
기당미술관 바로 아래쪽에는
삼매봉 도서관이 있습니다.
삼매봉도서관에는 많이 못 갔습니다.
기당미술관에서 기다리다 지친
아들이 늘 칭얼거렸거든요.
조금 더 아래로 걸어 내려오면
칠십리 시공원이 있습니다.
(차를 타고 오셔도 됩니다.
기당미술관과 칠십리 시공원
모두 주차가 무료이고,
주차 공간도 여유롭거든요.)
칠십리 시공원은
서귀포에서
저의 최애 장소 중의 하나입니다.
서귀포 칠십리 시공원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매화꽃을 자세히 본 것 같아요.
사군자는 매난국죽이라고
학창 시절에 늘 외웠었는데
어릴 적 국화 빼고는 못 봤거든요.
장학사님이 오신다고 하는 날이면
초등학교 마룻바닥을 왁스칠을 해서 광을 내던 날,
1층 교무실 쪽에는
국화 화분이 한 줄로 늘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화는 많이 봤어요.
사군자 중의 매화를
30살이 되어서 처음 보았습니다.
매화가 이렇게 생겼구나..
흐드러지게 핀다는 말은
벚꽃에만 어울리는 줄 알았는데
매화에 더 어울리더라고요.
매화나무의 모습은
멀리서 볼 때에는
나무에 팝콘을 뿌려놓은 것 같기도 하고,
솜뭉치를 붙여놓은 것 같기도 했어요.
칠십리시공원에는 매화도 있고
제법 큰 놀이터가 있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장소였어요.
서귀포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단체로 놀러 오기도 했습니다.
칠십리 시공원의 백미는
천지연폭포가 보이는 곳입니다.
제가 서귀포에 살 때만 해도
현지인 외에는 거의 몰랐어요.
그래서 그곳에 갈 때마다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오늘 블로그를 찾아보니
요즘엔
천지연 폭포가 보이는 곳에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다고 하네요.
조용하게 감상하기 딱 좋았는데,
조금 아쉽기도 하고,
SNS의 효과가 이렇게 크구나 싶더라고요.
기당 미술관, 칠십리시공원은
참 자주 갔던 곳이에요.
가족들이 제주도에 놀러 왔을 때도 데려간 곳입니다.
제주도 유명관광지도 좋지만
1000원으로 미술 작품 관람도 하고,
책도 읽고,
자연도 느껴보시는 거 어떠신가요.
글을 쓰다 보니
서귀포에 가고 싶어 지네요.^^
첨언) 정말 죄송합니다.
어제 연재를 못했습니다.
여태껏 브런치 연재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는데..
보잘것없는 변명을 하자면,
어제 연재 날짜인 걸 아예 잊어버렸습니다.
남편이 허리가 아파서 양말도 혼자 못 신고,
집에 비가 새고,
내일 해외 이사를 가기 전에
큰 짐을 친정에 보내는 이삿날이라 너무 바빴습니다.
게다가 아팠고요.
뭐라 말씀을 드려도 변명이지만
해결해야 할 게 많아서 완전히 잊었습니다.
블로그에 글은 습관적으로 매일 올리고 있는데
오늘 블로그에 브런치 이야기를 쓰다가
'아차' 싶지 뭐예요.ㅠㅠ
날짜는 꼭 지키겠습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시고
이따금씩 댓글도 달아주셔서
항상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