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검은머리앤 Jul 29. 2024

옷 값 아끼기) 혹시 패션 전공하셨어요?

서귀포 아름다운 가게 이야기

"혹시 패션 전공하셨어요?"


"아... 뭐.... 그런 건 아닌데 옷에 관심이 많아서요."


서귀포 홈플러스 맞은편에는 

아름다운 가게가 있습니다.


혹시 자리를 옮겼을까 싶어 찾아보니 

아직 자리 그대로 있네요.


제주살이를 할 때 

아름다운 가게에 이따금씩 들렸거든요.


아.... 이건 좀 특급 비밀인데..


서귀포 아름다운 가게는 

진짜 특이한 점이 있는데요.

좀 비싼 브랜드 옷들도 

가격이 꽤 저렴한 게 있어요.


아름다운 가게에서도

새 상품이나 브랜드가 있는 옷들은

가격이 다소 높은 거 아시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서귀포 아름다운 가게는 

브랜드 옷인데도 

가격이 저렴했어요.

물론 다 저렴한 건 아니었고

꽤 많은 옷들이 저렴했습니다.

게다가

상태가 좋은 옷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지금도 단기로 제주살이 하러 가시는 분들이

꽤 계시잖아요.

제가 살고 있을 때도 그랬거든요.

그분들이 육지로 가시면서

기부를 해서 그런 것도 있지 않나

추측해 봅니다.

(육지라는 표현이 다소 낯설게 들리실 텐데

제주사람들은 바다 건너를

육지라고 해요.)


짐 싸보신 분들은 진짜 공감하실 텐데

처음엔 정성을 들여서 이성적으로 짐을 싸다가

나중에 힘들면 많이 버리잖아요.

다 버리기가 좀 아까우면 기부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좋은 옷들이

서귀포에 꽤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루는 

아름다운 가게에 구경을 하러 갔는데

매니저님께서 마네킹이 입을 옷을 고르고 계신 거예요.

고민을 많이 하시는지

몇 분 동안 결정을 못하시더라고요.


제가 오기 좀 전에 이미

마네킹 상의에 노란색 티셔츠를 입혀놓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울릴 것 같은 하의를 몇 개 추천해 드렸어요.

 

"이건 어떠세요?"


"어디서 이런 걸 골라오셨어요.

혹시 패션 전공하셨어요?"


"아.. 그런 건 아니고, 옷에 관심이 많아서요."


매니저님께서 

제가 추천해 주신 것 중에서

하얀색 바지로 마네킹 옷을 입혀놨습니다.

기분이 좋더라고요.


매니저님께서는 고맙다고 하시면서

종종 들려서 도와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본인은 옷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마네킹 옷을 입히는 게 너무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그날은 유난히 기분 좋게 

아름다운 가게를 나왔습니다.


그런데요, 

사람 마음이 참 신기해요.

막상 제가 추천한 옷을 입혀놓으니깐

은근히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 일부러 찾아갔어요.

팔렸나 싶어서요.


어머나. 이틀 뒤에 갔는데

옷이 감쪽같이 사라졌더라고요.

팔렸나 봐요. 


그 일 이후로도

이따금 옷이 너무 사고 싶을 때나 

물건을 구경을 하는 재미로

아름다운 가게를 갔습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스타일이지만

저한테 어울리지 않는 옷도 입어보기도 하고

그 당시 유행하는 옷도 

한 번씩 입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름다운 가게는 

눈치를 안 보고 옷을 입어볼 수 있으니까요.


새 옷이 사고  싶어질 때에도

가끔씩 갔어요.


물론 많이 입어보진 않았습니다.

옷을 입게 되면

한두 벌 입어보는 정도였으니까요.


아름다운 가게에서 아주 가끔 옷을 사기도 했습니다. 

많이는 못 샀어요.

어차피 아기엄마라 옷을 사도

입을 일이 많이 없었거든요.

게다가 모유만 먹이고 있을 때라

거의 입는 옷만 입었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가게 덕분에

옷값을 많이 아낄 수 있었습니다.


쇼핑을 좋아하는 여자분들은 

이따금 옷 사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잖아요?

저는  아름다운 가게 덕분에

잔잔하게 소비하면서

삼 년을 잘 보냈던 것 같아요.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 5년 만에

제주도에 내려갈 일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가게에 가고 싶더라고요.

나름 저의 추억의 장소이니까요.


그렇지만 가족 모두가 간 여행이라 

저만을 위해서 

아름다운 가게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못 갔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은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라고 하고

저는 아름다운 가게에 한 번 들려야겠어요.


오늘따라 

유난히

서귀포 아름다운 가게가

그립습니다.

(아름다운 가게를 로드뷰를 보고 났더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이전 16화 제주도 서귀포에서 500원으로 문화생활 즐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