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아름다운 가게 이야기
"혹시 패션 전공하셨어요?"
"아... 뭐.... 그런 건 아닌데 옷에 관심이 많아서요."
서귀포 홈플러스 맞은편에는
아름다운 가게가 있습니다.
혹시 자리를 옮겼을까 싶어 찾아보니
아직 그 자리 그대로 있네요.
제주살이를 할 때
아름다운 가게에 이따금씩 들렸거든요.
아.... 이건 좀 특급 비밀인데..
서귀포 아름다운 가게는
진짜 특이한 점이 있는데요.
좀 비싼 브랜드 옷들도
가격이 꽤 저렴한 게 있어요.
아름다운 가게에서도
새 상품이나 브랜드가 있는 옷들은
가격이 다소 높은 거 아시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서귀포 아름다운 가게는
브랜드 옷인데도
가격이 저렴했어요.
물론 다 저렴한 건 아니었고
꽤 많은 옷들이 저렴했습니다.
게다가
상태가 좋은 옷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지금도 단기로 제주살이 하러 가시는 분들이
꽤 계시잖아요.
제가 살고 있을 때도 그랬거든요.
그분들이 육지로 가시면서
기부를 해서 그런 것도 있지 않나
추측해 봅니다.
(육지라는 표현이 다소 낯설게 들리실 텐데
제주사람들은 바다 건너를
육지라고 해요.)
짐 싸보신 분들은 진짜 공감하실 텐데
처음엔 정성을 들여서 이성적으로 짐을 싸다가
나중에 힘들면 많이 버리잖아요.
다 버리기가 좀 아까우면 기부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좋은 옷들이
서귀포에 꽤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루는
아름다운 가게에 구경을 하러 갔는데
매니저님께서 마네킹이 입을 옷을 고르고 계신 거예요.
고민을 많이 하시는지
몇 분 동안 결정을 못하시더라고요.
제가 오기 좀 전에 이미
마네킹 상의에 노란색 티셔츠를 입혀놓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울릴 것 같은 하의를 몇 개 추천해 드렸어요.
"이건 어떠세요?"
"어디서 이런 걸 골라오셨어요.
혹시 패션 전공하셨어요?"
"아.. 그런 건 아니고, 옷에 관심이 많아서요."
매니저님께서
제가 추천해 주신 것 중에서
하얀색 바지로 마네킹 옷을 입혀놨습니다.
기분이 좋더라고요.
매니저님께서는 고맙다고 하시면서
종종 들려서 도와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본인은 옷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마네킹 옷을 입히는 게 너무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그날은 유난히 기분 좋게
아름다운 가게를 나왔습니다.
그런데요,
사람 마음이 참 신기해요.
막상 제가 추천한 옷을 입혀놓으니깐
은근히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 일부러 찾아갔어요.
팔렸나 싶어서요.
어머나. 이틀 뒤에 갔는데
옷이 감쪽같이 사라졌더라고요.
팔렸나 봐요.
그 일 이후로도
이따금 옷이 너무 사고 싶을 때나
물건을 구경을 하는 재미로
아름다운 가게를 갔습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스타일이지만
저한테 어울리지 않는 옷도 입어보기도 하고
그 당시 유행하는 옷도
한 번씩 입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름다운 가게는
눈치를 안 보고 옷을 입어볼 수 있으니까요.
새 옷이 사고 싶어질 때에도
가끔씩 갔어요.
물론 많이 입어보진 않았습니다.
옷을 입게 되면
한두 벌 입어보는 정도였으니까요.
아름다운 가게에서 아주 가끔 옷을 사기도 했습니다.
많이는 못 샀어요.
어차피 아기엄마라 옷을 사도
입을 일이 많이 없었거든요.
게다가 모유만 먹이고 있을 때라
거의 입는 옷만 입었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가게 덕분에
옷값을 많이 아낄 수 있었습니다.
쇼핑을 좋아하는 여자분들은
이따금 옷 사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잖아요?
저는 아름다운 가게 덕분에
잔잔하게 소비하면서
삼 년을 잘 보냈던 것 같아요.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 5년 만에
제주도에 내려갈 일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가게에 가고 싶더라고요.
나름 저의 추억의 장소이니까요.
그렇지만 가족 모두가 간 여행이라
저만을 위해서
아름다운 가게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못 갔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은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라고 하고
저는 아름다운 가게에 한 번 들려야겠어요.
오늘따라
유난히
서귀포 아름다운 가게가
그립습니다.
(아름다운 가게를 로드뷰를 보고 났더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