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에겐 흔한 게 귤이라.
남편이 제주도에서 일을 하니 좋은 점 중의 하나는
남편과 같이 일하시는 분들 중에
귤농사를 하시는 분들이 꽤 많다는 거예요.
귤을 수확할 시기가 되니
남편 지인분들이 귤을 주시더라고요.
한 봉지가 아니고
한 박스를 줍니다.
역시 지주라 그런지 스케일이 남다릅니다.
(사실 돈이 많은 것과 잘 베푸는 것은 별개의 문제 이긴 해요.^^)
상품으로 팔 수 있는 귤도 있었고
파치도 있었어요.
파치가 뭐냐면
상품으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귤들이에요.
크기가 너무 작거나 또는 너무 크거나
흠이 좀 있거나 한 것들입니다.
상품으로 팔 수 있는 귤이거나 파치 거나
무슨 상관인가요.
맛있으면 장땡이죠.ㅋㅋㅋ
귤선물을 주신 분들께 그저 감사한 마음입니다.
귤을 직접 따서
상자에 가득 담고
그 무거운 걸 실어서 가져왔으니 얼마나 감사해요.
감사한 마음 한가득이지만
굳이 고충을 털어놓자면..
귤이 떨어질 때쯤 귤선물을 받으면 좋은데
귤선물을 거의 동시에 받을 때에는
냉장고에도 귤이 한가득입니다.
귤이 너무 많으면 썩잖아요.
나눠서 먹고 싶은데 주변분들이 제주도 분들이라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제 인생에 가장 믹서기를 많이 썼던 시기가 이때예요.
귤을 왕창 까서 귤주스를 해 먹었어요.
귤에 있는 그 하얀 거 이름이 뭐지..
귤락 정확하게는 알베도층이라고 하네요.
이게 섬유질 덩어리라고 합니다.
(글을 쓰려고 검색하다가 처음 알았습니다.
역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해요.)
그때는 귤락이 섬유질 덩어리라서
귤과 함께 믹서기에 넣은 건 아니고
그냥 귤을 까먹을 때도
습관적으로 같이 먹었던 지라
믹서기에 같이 갈았거든요.
귤락 때문에 약간 걸리는 식감이 있어도
참 달고 맛있었습니다.
가끔 그중엔 너무 쓴 것도 있었지만
과일을 사면 다 한 번쯤 경험하잖아요.
다 맛있어도 한두 개 이상한 맛이 나는 게 있는 거요.
제주도에 살다 보니
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았는데요.
제주도 사람들은
귤을 꼭지 쪽으로 까지 않고
반대쪽으로 반을 갈라서 먹더라고요.
저는 꼭지로 귤껍질을 까먹던 사람이라
처음에는 그게 참 이상했는데
한 해 겨울이 자나고
저도 자연스럽게
제주도 사람처럼 귤을 까더라고요.
제주도에 살았던 시기는
제 인생에서 가장 귤을 많이 먹었던 시기였습니다.
덕분에 겨울에 과일을 살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귤을 너무 많이 까서
손끝이 노랗게 되었던
그때가 참 그립습니다.
덧붙이는 말: 지난주에는 연재를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주 월요일에 미국 출국날이었습니다. 출국 전에는 짐 싸는 문제로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습니다. 지금은 시차적응 + 없는 살림 준비 + 아이 학교 등 여러 가지로 참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넷도 엊그제 설치를 했습니다. 계속 몽롱한데 이번주에도 연재를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힘을 내서 글을 씁니다.
미국은 현재 일요일 밤 11시 48분입니다. 시차가 좀 있어서 제 때에 글을 쓰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은데 노력해 보겠습니다. ^^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