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해 4월부터 이어진 ‘패스트트랙’ 정국이 사실상 마무리 되고 본격적으로 총선 국면이 시작됐다. 각 당은 인재영입 및 1호 공약을 발표하며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총선을 책으로 살펴보면 어떨까? 총선 국면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인물들이 가장 최근에 SNS에서 읽었다고 밝힌 책들을 살펴봤다.
지난 12월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12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29.4%를 기록해 20.1%를 차지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으며, 오는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높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장 최근에 읽었다고 밝힌 책은 앤드류 양의 『보통 사람들의 전쟁』이다.
미국 주요 도시에서 신규기업 창업과 운영을 지원해주는 비영리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앤드류 양은 이 책에서 AI 등 첨단기술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기술 혁명 시대에 ‘기계와의 일자리 전쟁에서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서술한다. 이 총리는 이 책에 대해 “기술과 시장이 일자리를 빼앗을 시대. 온갖 문제가 드러날 사회. 대안은 있는가. 저자는 ‘인간적 자본주의’를 제안합니다. 인간이 시장을 위해 일할 것이 아니라, 시장이 인간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총선 출마자 중에 SNS에 책과 관련된 글을 가장 많이 게재하는 인물로 꼽히는 이 총리가 지난해 10월부터 SNS에서 소개한 책으로는 최재붕의 『포노사피엔스』, 강성학의 『윈스턴 S. 처칠』, 박상준의 『불황탈출』이 있다.
각종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총리와 1·2위를 다투며 이번 총선에서 험지 출마를 밝힌 황교안 대표의 책은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다.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모든 법규는 그에 반대하는 입장에 맞서 투쟁함으로써 쟁취된다는 이 책에 대해 황 대표는 “생명과 자유는 날마다 얻어지는 게 아니라, 날마다 쟁취해 얻어지는 것이라고 쓰였더군요”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 시위의 동참을 권한 바 있다.
한편, 황교안 대표가 가장 최근 언급한 시는 독일의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집 『청춘』에 수록된 「청춘」이다. 황 대표는 75세부터 91세까지 17년 동안 종로 맥도날드 미아점에서 일한 일명 ‘할바생’ 임갑지씨를 언급하며 “사무엘 울만이 78세에 쓴 시 「청춘」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모험심이다’라고 표현했습니다”라며 “나이가 중요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겠지요”라고 적었다. 황 대표는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최선의 삶을 산다면 그것은 청춘이겠지요. 저도 청춘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SNS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소셜 메트릭스’에서 ‘출마’라는 단어를 분석했을 때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2만38건)이 가장 최근에 언급한 책은 오장환 시인의 시집 『병든 서울』과 시인 이광웅의 시집 『목숨을 걸고』다.
『병든 서울』은 해방 후 장사치와 정치꾼이 활보하고 다니는 세상과 계급의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판하는 시집이다. “이 땅에서/좋은 선생이 되려거든/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뭐든지/진짜가 되려거든/목숨을 걸고/목숨을 걸고......”(시 「목숨을 걸고」 中) 『목숨을 걸고』의 이광웅 시인은 김 전 대변인의 군산 제일고 시절 스승이기도 하다. 이 시인은 1982년 공안 당국이 조작한 ‘오송회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 고문당했으며, 5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김 전 대변인은 “소년 시절에 가졌던 꿈이나 의식은 사회인으로 살면서 깎이고 빛바랩니다”라며 “저는 그렇게 살지 않으신 선생님들을 보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평온하십시오”라고 적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전북 군산에서 출마하는 김 전 대변인은 3선 수성에 도전하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대표와 맞붙을 예정이다. 김관영 의원은 SNS를 통해 책과 관련한 글을 올리지는 않았으나 지난 11일 군산대학교에서 열린 그의 출판기념회를 통해 자신의 책 『군산빌』을 “한국판 『제인스빌 이야기』”라고 소개한 바 있다. 에이미 골드스타인 <워싱턴 포스트> 기자의 책 『제인스빌 이야기』는 미국의 제조업 기반 소도시 제인스빌에서 GM공장이 폐쇄된 후 해고자와그 가족, 지역사회를 덮친 사회적 재난에 대한 7년간의 기록이다. 골드스타인은 이 책에서 지역 공동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면면들을 포착했다. 김관영 의원은 『군산빌』에서 제인스빌과 달리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는 군산의 위기 극복 과정을 총 세 장으로 엮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