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자”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부모들이 생각하는 ‘자녀 교육의 성공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9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자녀교육에 성공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자녀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경우(25.1%)’가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자녀가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크는 것(22.4%)’과 ‘좋은 직장에 취직한 경우(21.3%)’가 유사한 수준에서 2, 3위로 꼽혔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조사에서 ‘자녀가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가 1위를 차지했다면, 올해 처음으로 ‘자녀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다’는 의견이 1위로 올랐다. 교육의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자녀들의 주관적인 성취와 안녕 등으로 다변화돼 가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관련 기사의 댓글 역시 “자녀가 따뜻한 품성에 배려 깊은 사람으로 자라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응답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와 함께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자식을 어떻게 이끌어줘야 하는지 늘 물음표”라는 응답 또한 많았다.
자녀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책 『부모라면 지금 꼭 해야 하는 미래 교육』의 저자 박미자는 ‘독서 교육’을 강조한다. 그는 “독서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책을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책 속 인물이 돼 그와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면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경험을 한다.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은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감 교육”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독서 역량을 갖추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독서 교육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초등학교 3~4학년까지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녀에게 책 읽어 주기’는 ▲스스로 읽을 때보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을 월등히 높이고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지면 책에 재미를 느끼게 돼 독서 그 자체에 호감을 느끼며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습관을 익히고 듣는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저자는 “혼자 하는 독서도 많은 내면의 성장을 돕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같은 책을 읽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은 어떤 학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각을 키우는 공부”라고 강조한다. 독서와 친해진 아이는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종국에 자신의 삶에 강한 자존감과 애착을 가지게 된다. 이는 결국 전공과 직업 선택을 주체적으로 하게 만드는 결과를 이끈다.
책 『아이와 대화하고 있나요?』의 저자 폴 액스텔 역시 자녀와의 소통과 공감을 통한 ‘독서 교육법’을 강조한다. 저자는 “연구에 따르면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은 언어 능력과 사회성의 발달을 자극하며, 학업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부모가 책을 읽어 준 아이들은 어휘력이 훨씬 더 풍부한데, 어휘력이야말로 학교생활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말한다.
이어 “책 읽기는 이 세계의 다채로움과 풍요로움을 경험하게 해 준다. 아이들과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자원, 의지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며 “하지만 누구든지 책을 보여줄 수는 있다. 각기 다른 장소와 사람, 생각에 관한 책을 읽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경험과 시야를 무한대로 넓혀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 최승필은 ‘영유아 독서법’을 제안한다. 그는 “영유아기 독서 지도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책과 친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의 구조를 내면화하는 것”이라며 “그리고 독서의 주도권을 모두 아이에게 넘겨줘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책을, 원하는 만큼 읽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매일 독서 지도법’은 ▲아이가 원할 때는 반드시 책을 읽어주고, 아이가 스스로 원하지 않는 날에는 ‘책 읽어줄까?’라고 물어보기 ▲아이에게 책을 골라오게 하기 ▲ 최대한 과장되고 재미있게 읽어주기 ▲아이가 그만 읽자고 할 때 멈추기이다.
미국의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독서의 기쁨을 아는 자는 재난에 맞설 방편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뒤집으면 결국 독서는 자녀가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다운 삶을 살게 하는 방편을 제공한다. 물론 그것은 독서의 기쁨을 아는 부모로부터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