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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신문 Aug 31. 2020

이직·퇴사 막으려면... ‘인센티브’보다 이것 제공해야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웹툰 『미생』에서 어느 퇴사자는 말한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라고. 그러니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 회사에 오래 붙어있어야 한다고. 그럼에도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누군가는 다른 전쟁터를, 또 다른 누군가는 지옥을 택해 더 나은 삶을 꿈꾼다. 이후의 삶은 가지각색이지만, 그들이 회사를 떠난 이유는 큰 틀에서 유사하다.


이직이나 퇴사의 결정적 이유는 대개 욕구 불만과 관련돼 있다. 그 욕구가 돈이든, 인정이든, 사회적 지위든 그 무엇이건 간에 개인적 바람과 현실에 괴리가 있을 때 사람은 변화를 꿈꾼다. 그런 변화를 낳는 괴리적 상황을 짚어본다.


먼저 회사와 직원의 동상이몽(同床異夢: 같은 침대에서 서로 다른 꿈을 꿈). 회사와 직원은 엇나가는 연인처럼 늘 자신이 상대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줬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서로가 최소비용(노동)으로 최대효과(보상)를 기대하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승진이나 연봉 인상을 얻어내지 못한 개인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적잖은데, 그 과정에서 의외로 자신의 바람(승진, 연봉인상 등)을 솔직하게 밝히지 않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누랩’이 1,000여명의 관리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59%가 회사에 승진을 요구하지 않고 지금 자리에 올랐고, 나머지 41%만이 상부에 자신의 원함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연봉 인상을 구체적으로 요청한 사람은 18%, 79%는 회사가 제안한 인상안을 그대로 수용했고, 3%는 연봉이 동결된 승진을 경험했다. 회사를 떠나지 않고 남은 사람 중에도 승진과 연봉 인상을 적극적으로 요청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이와 관련해 전자상거래 업체 ‘엣시’의 HR 책임자 토니 톰슨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신의 원함을 상사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받고 싶은 연봉과 원하는 직급을 상사에게 꼭 밝히라”며 “그래야 적합한 기회가 생겼을 때 상사가 당신이 원하는 조건을 제안해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번아웃 역시 욕구 불만과 연관성을 지닌, 많은 사람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 혹은 (회사의) 대우, (상사의) 기대에 따른 욕구 불만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업무에 과도하게 몰두하게 되고 그 결과 탈진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돈이나 인정 등의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거나, 상사의 기대치가 높아 도무지 만족시킬 수 없는 경우 자포자기하는 심정에 이르는 것. 이런 상사의 모습에선 만족 없는 부모의 모습이 비치기도 하는데, 이와 관련해 책 『번아웃 키즈』에서 17세 에밀리아는 “이유 없이 슬프고 의욕이 없어요. 흥미 있는 일을 해도 즐겁지가 않고 잠도 오지 않아요. 제 삶에서는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는데 말이죠”라고 말했다. 번아웃된 직장인의 마음과 동질감이 느껴지는 대목.


이런 결과를 막으려면 즉각적인 보상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특히 90년생의 경우 “자라오는 동안 즉각적으로 만족하는 습관을 들였다. 원하는 제품이 필요하면 기다릴 필요가 없이 아마존에서 상품을 주문해 바로 받아볼 수 있고, 원하는 TV 프로그램이 있으면 인터넷과 넷플릭스로 즉각 시청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90년생이 온다』 中)왔기 때문이다.


이때 즉각적인 보상으로 인센티브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인센티브는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인센티브란 보상이 오히려 업무 능률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리학자 칼 던커(Karl Duncker)가 1945년 고안한 실험에 따르면 성냥과 압정 한 상자를 이용해 양초를 벽에 빨리 붙이는 시합에서 인센티브(상위 25%에게 20달러 지급)를 제안받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평균 3.5분 더 늦게 문제를 해결했다. 압정이 든 상자에 구멍을 뚫어 초를 고정한 후 상자를 벽에 붙여 압정으로 고정했어야 했는데, 보상에 집중한 나머지 생각이 굳어져(상자를 압정 보관함으로만 생각함)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창의성이 불필요한 상황에는 인센티브가 도움이 되느냐? 꼭 그렇지도 않다. 대다수 직원은 인센티브를 두고 경쟁하기보다는 ‘인센티브를 받지 못했으니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며 업무 태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후에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격려가 되긴 하지만, 경쟁 유발을 목적으로 사전에 고지된 인센티브 제안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럼 어떻게 격려하고 새로운 동기를 부여해야 할까? 칭찬이나 인정이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5(칭찬)대 1(꾸지람)의 법칙. 미국의 마셜 로사다와 에밀리 히피 교수는 60개 팀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칭찬과 질책의 비율이 고성과 팀에서는 5대 1, 중간 수준의 팀에서는 1대 1, 저성과 팀에서는 0.36대 1로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이는 남녀관계에서 통용되는데, 존 가트맨 워싱턴대학교 교수가 1994년 커플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커플들의 긍/부정 대화의 비율이 5대 1로 확인된 바 있다.


안정감도 이직과 퇴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사의 성격으로 인해 업무 방향이 급변하거나 기분이 널뛰는 경우 조직원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특히 신뢰를 기반한 권한 이양(자율성 보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 조직원은 업무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실책을 피하기 위한 소극적 태도가 업무 진행 속도를 늦추고 그럼 다시 꾸지람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10년 차 인사담당자인 한상아는 책 『낀 팀장의 일센스』에서 “이런 유형의 리더는 사소한 빈틈에서 큰일이 난 것처럼 매섭게 지적해 (직원이) 움츠러들게 만든다. 이러한 피드백은 후배가 자신의 생각대로 진행해도 되는 업무조차 끌어가기 어렵게 만든다. 사소한 일들에도 훈계를 받아온 기억들이 남아 자기 생각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구글 역시 안정감을 회사 생활에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지목했다. 구글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의 조건을 찾아 나섰는데, 해당 프로젝트 리더인 줄리아 로조브스키는 ▲상호간의 믿음 ▲구조와 투명성 ▲일의 의미 ▲일의 영향력 그리고 그 모든 요인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로 ▲심리적 안정감을 손꼽았다.


중국 영화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려>(2013)에서 잡지사 기자 청위멍은 (광고 협찬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오래 준비했던 이탈리아 취재를 포기하고 반강제적으로 네팔로 보내진다. 네팔로 향할 때도 그랬지만, 이후 긴급한 순간마다 편집장은 “너 아니어도 할 사람은 많다. 니가 안 하면 마케팅부 린에게 맡긴다”며 청위멍을 겁박하고, 그런 요구에 응하다 지친 청위멍은 급기야 “제가 문제 생길 때마다 다른 사람 쓰겠다는 말씀 좀 안 하시면 안 돼요? 최소한의 안도감이라도 주실 수 없냐고요?”라고 고함을 내지른다.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며 성과를 강요하는 사회. 오늘도 불안에 지친 수많은 이들이 안도감을 찾아 (여러 직장을)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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