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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신문 Sep 28. 2019

설악산 ‘첫 단풍’, 올가을 단풍여행 필수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하루의 태양이/연분홍 노을로 지듯//나뭇잎의 한 생은/빛 고운 단풍으로 마감된다//한 번 지상에 오면/또 한 번은 돌아가야 하는//어김없는 생의 법칙에/고분고분 순종하며//나뭇잎은 생을 접으면서/눈물 보이지 않는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의(壽衣)/단풍잎을 입고서//한줄기 휙 부는 바람에/가벼이 날리는//저 눈부신 종말/저 순한 끝맺음이여!” - 정연복 「단풍」


절로 시구가 떠오르는 계절, 가을이다. 기온이 0도 가까이 떨어지면 나무는 엽록소 생성을 멈추고 잎 속에 안토시아닌(식물 색 결정 물질 )을 형성하면서 점차 붉게, 노랗게, 갈색으로 변하는 ‘단풍’을 이뤄낸다. 많은 시인은 그 색 변화를 노화로, 낙엽을 죽음에 비유했다. 그런 점에서 단풍 행렬은 모든 것을 이루고 후회 없이 살다간 어느 죽음(호상·好喪)을 기리려는 조문 행렬에 비유할 수 있겠다. 왜냐고? 그 어떤 죽음보다 아름다워서.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가을 단풍·꽃 나들이 명소를 소개한다.


설악산 주전골. [사진= 연합뉴스]


보통 산 정상의 20%에 단풍이 들었을 때 ‘첫 단풍’이라고 하고 산 정상에서부터 80%가 단풍에 들었을 때 ‘단풍 절정’이라고 말하는데, 28일 설악산에 ‘첫 단풍’이 들었다. 설악산은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은(대청봉/1,708m ) 산으로 198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특히 천불동 계곡은 지리산 칠선계곡과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손꼽힌다. 등산코스는 다양한데, 그중에서 ‘용대리-백담계곡-수렴동’ 코스, ‘장수대-대승령-십이선녀탕’ 코스가 대표적이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는데, 최미선 작가는 책 『대한민국 대표 꽃길』에서 “기암괴석과 맑은 물이 어우러진 천불동 계곡을 으뜸으로 치는 이도 있지만, 단풍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곳이 바로 주전골”이라며 “주전골 탐방로는 경사가 완만해 노약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한다.


홍천 은행나무 숲. [사진=한국관광공사]


노랗게 단풍이 든 은행나무 숲을 거닐고 싶다면 강원도 홍천 은행나무 숲을 추천한다. 홍천의 단풍명소 은행나무 숲은 가을이면 2,0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노란빛을 띠며 장관을 이룬다. 해당 숲은 사유지로, 1985년 농장 주인이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던 아내를 위해 이곳에 정착한 후 아내의 쾌유를 기원하며 은행나무를 한 그루씩 심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숲을 이루게 됐다. 2010년 입소문이 나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매해 10월 무료 개방하고 있다. 가을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노랗게 변하는 곳 중 하나다. 참고로 열매를 맺지 않는 수은행나무가 대다수인지라, 고약한 은행 냄새 없는 단풍 삼매경이 가능하다.


[사진=한국관광공사]


강과 숲이 어우러진 남이섬도 단풍명소다. 남이 장군(조선 전기 무신으로, 여진족 토벌에 공을 세웠으나 역모 누명을 쓰고 죽임당함 )이 묻혔다고 알려져 붙여진 이름 남이섬. 본래 유원지 성격을 띠었으나, 2000년대 초부터 환경·문화·예술 콘텐츠에 집중투자하면서 2010년에는 세계에서 열네 번째로 유니세프 어린이친화공원에 선정됐다. 2002년 방영한 드라마 ‘겨울연가’로 유명세를 얻은 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1인당 1만3,000원이다. 손원천 여행전문기자는 책 『여행을 부르는 결정적 순간』에서 “(가을 남이섬은 )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갈색으로 물들어 한결 더 아름답다. 아침 안개가 자욱할 때 신비롭지만 첫배를 타야 볼 수 있다”며 “이것이 벅차다면 오히려 관광객 대부분 돌아가는 해 질 무렵에 가는 것이 좋다. 조명이 살짝 비춰 몽환적인 분위기에 휩싸인다”고 말한다. 남이섬으로 가는 첫배 시간은 오전 7시 30분, 떠나는 막배 시간은 오후 9시 40분이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구리한강시민공원, 잠원한강공원, 올림픽공원, 반포한강공원. [사진=한국관광공사]


이 외에 가을꽃을 만끽하며 사진찍기 좋은 곳을 찾는다면 ▲구리한강시민공원(코스모스축제/9월 27~29일) ▲서울 잠원한강공원 그라스정원(핑크뮬리, 보리사초, 구슬사초, 무늬억새 등 24개 종으로 꾸며짐) ▲서울 반포한강공원 서래섬(흰 메밀꽃 ) ▲서울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코스모스 )를 추천한다.

조현용 경희대학교 교수는 책 『우리말 깨달음 사전』에서 “단풍은 사실 나무가 변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세상을 위한 변화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을 단풍나무 숲 사이로 난 돌길을 걷다 보면 ‘단풍처럼 사세요’라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떨어지는 단풍도 내게 이야기를 건네는 듯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아름다워지는 단풍을 닮고 싶다”고 말한다. 삶을 향한 사색과 관조, 단풍놀이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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