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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암씨 May 18. 2020

애플 키보드의 기호학

뜻밖의 인문학

대학교에서 미술 공부를 하던 시절 전공이 전공인지라 전공실 PC실에 인텔 계열의 컴퓨터는 2대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애플 컴퓨터밖에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MacOS라는 환경에 일찍 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 인텔 계열의 컴퓨터는 명령어를 입력해서 조작하는 환경을 막 벗어나 윈도우즈라는 환경에 적응하고 있던 탓에 제대로 된 윈도우즈용 프로그램이 없었고 자연스럽게 전공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이나 도구들을 활용하기 위해선 애플에서 제작한 맥킨토시 컴퓨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애플이 스티브 잡스 이후에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는데, 아이폰을 시작으로 다양한 애플 제품이 사랑을 받게 되면서 최근엔 Macbook의 사용자도 꾸준하게 늘어 카페 같은 곳에 Macbook을 사용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곤 합니다. 하지만 꽤나 많은 사용자들이 애플 제품의 하드웨어에 윈도우즈를 설치해서 활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OS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키보드 등에 대해 익숙하지 못한 환경이 더러 존재합니다. 이 애플 제품의 키보드의 가장 익숙하지 못한 부분은 아마도 기능과 명령을 담당하는 Control(Ctrl) 키의 위치와 역할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복사(Copy) 명령을 사용한다면 인텔 계열 PC 환경에서의 익숙함으로 Ctrl+C를 사용하겠지만 MacOS의 경우는 Ctrl 키 대신 커맨드키를 사용하는 등의 익숙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윈도우즈 환경에서 사용했던 Ctrl 키의 역할을 MacOS에서는 커맨드키를 사용하면 됩니다.

물론 OS나 애플리케이션의 File이나 Edit의 풀다운 메뉴를 펼쳐보면 많이 사용하는 단축키는 거의 다 설명이 되어 있긴 한데, 문제는 이 단축키의 기호들이 꽤나 생경하다는 겁니다.

저에겐 오래전부터 사용해서 꽤나 익숙한 기호라 몸이 기억하고 찾아서 사용하곤 하지만 아직도 가끔 기호와 키보드를 보고 확인해 보곤 합니다. 사실 그때와 지금의 기호는 모습이 조금 변했지만 그 역사와 쓰임새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사실 학교 다닐 때 혼란스럽긴 했지만 그 기호의 유례를 찾아보곤 바로 이해해 버렸던 시점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크게 헛갈리지 않고 사용하고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애플 공홈의 Mac 키보드 단축키의 기호


커맨드키

애플 키보드 배열과 기호 중 가장 눈에 띄는 키입니다. 사실 처음 MacOS를 배울 당시엔  마크가 붙어있던 키보드라 "애플키" 혹은 "사과키"로 불렸습니다. 애플 공홈에는 ‘명령’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키보드인데 대부분 커맨드키로 부르는 키입니다. 스티브잡스가 애플로 복귀한 후 바뀐 키라서 유례를 찾아보니 북유럽 지역에서 사용되는 관광지역 혹은 주목할 만한 지역을 나타내는 서비스표지판의 기호에서 따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호의 정식 명칭은 Looped Square로 알려져 있고 의외로 아메리카 원주민이 공예품 등에 사용했던 기호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중요한 키"라는 매우 직설적 표현의 기호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Instgram @weerachon2345

옵션키

option 키를 나타내는 기호입니다. 작게 alt라고 적혀 있는 키보드도 있습니다. ‘선택적’ 혹은 ‘대안’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커맨드키로 충족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대안을 마련하려고 만든 키인데 이 기호는 기차의 궤도 변경 철도의 형태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부 영화 같은 것에서 열차 추격씬 등에 가끔 등장하는 철도를 생각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키의 기호를 보고 쉬프트키와 혼동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다고 합니다. 키보드가 올라가거나 내려간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LEGO City Switch Tracks 60238 Building Kit


쉬프트키

이 기호가 쉬프트(shift)키로 Shift는 '이동'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 키는 타자기 시절부터 있었던 키인데 종이에 글씨를 찍던 타입바(아래 사진의 문자가 세겨져 있는 부분)에는 대문자와 소문자가 같이 각인이 되어 있었는데 이 타자기에 있는 쉬프트키를 누르면 찍히는 종이를 받혀주는 판이 조금 위로 이동해서 대문자가 찍히는 방식이라 쉬프트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옛날 타자기에는 Shift 위나 아래 부분에 Shift Lock 혹은 Shift Hold라는 키가 있는데 이 키가 지금의 Caps Lock의 기원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Type Bar Wikimedia.org

컨트롤키

컨트롤키로 Control이라 적혀 있는 키의 기호이며 컨트롤(Control)의 앞글자인 C를 시계방향 오른쪽으로 돌린 형태를 본떠 만든 기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키는 타자기의 시대를 지나 팩스(Fax)라는 기기가 나오기 전에 텔렉스(telex 전신타자기)라는 통신 기기가 쓰일 때 만들어진 키라 알려져 있습니다. 텔렉스란 키보드로 입력된 문자를 전화망을 통해 전송하면 받는 쪽에서 도트 매트리스(dot matrix) 방식의 출력기가 문자를 출력하던 전신 타자기를 말합니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싶은데, 그럴때 마다 버튼을 추가하는 방식보다 컨트롤이라는 키를 만들고 컨트롤 키 + 영문 키를 누르면 그에 해당되는 명령이 실행되는 방식을 고안한 것인데, 요즘 노트북의 Fn 키의 역할과 닮아 있습니다.

Teletype Model 33 Wikipedia

이 키는 tab이라고 적혀 있는 키보드의 기호인데 대부분 일정 부분이나 일정 간격을 옮기는 역할에 부분적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종종 기호로 표시되어 있는 키보드도 간혹 있어 익술해 보이는 기호입니다. 키보드로 글을 쓰거나 타이핑할 때 일정 간격을 동일하게 옮겨 쓰는 역할을 합니다. 보통 글을 적을 때 일정한 간격을 띄어 쓰고자 할 경우 사용하지만 데이터베이스(DB)의 입력이나 엑셀(Excel) 같은 스프레드 시트 류의 프로그램 사용 시 데이터별 분류에 꽤나 요긴한 역할을 합니다.

역사와 의미를 알고 보시면 아마도 키보드의 기호를 구분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한번 생각해 보면 키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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