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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암씨 Jun 24. 2021

그럼 너프는 뭐야? (1)

뜻밖의 인문학

 Nerf This!

- D.va


버프를 알아봤으니 너프도 짚고 넘어가야지?


    요즘의 게임들은 한번 만들고 끝나는 법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는 기술들로 인해 더 많은 것들이 개발되기도 하고 통신의 발달로 언제든 새로운 것들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대부분의 게임들은 온라인 상의 업데이트 기능을 통해 이런 것들을 보충받게 된다. 이렇게 게임들이 업데이트되면 유저들은 어떤 업데이트로 인해 어떤 것들이 어떻게 바뀌고 새롭게 반영되는 것은 어떤 것인지 유심히 살핀다.


    업데이트라는 의미가 (up)이라는 의미를 함께 사용하는 업그레이드(upgrade) 혼용되면  되며, 온라인이라는 영역에 올라왔다는 의미 (up)으로 받아들이는  다. 모든 유저들에게 긍정적인 면만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의 성능(그래픽이  미려해 지거나,  자연스럽게 움직인다거나,  많은 아이템을 소유할  있다거나...) 좋아지거나 개선되는 것은 분명한 업그레이드 영역이지만 그렇지 않은 ‘패치 영역도 존재하는데, 바로 이런 패치라는 영역이 어떤 유저에게는 좋을 때도 있고 어떤 유저에게는 속상한 일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패치는 수정하거나 고쳐진다는 의미로, 따지고 보면 업그레이드 영역이라고  수도 있지만 벨런스 패치(balace patch)라는 영역은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벨런스 패치는 유저 혹은 특정 캐릭터가 게임을 진행함에 있어 서로의 상성과 관계를 조정하여 소위 말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시스템적인 정의 구현에 가깝다. 거창하게 표현했지만 이것이 무너진 게임을 과장되게 표현하면 어마어마한 능력의 캐릭터가 지배하는 사실상의 무법천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펀맨(원작명은 One Punch-Man)’의 주인공 사이타마는 늘 지루하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천하무적 히어로가 되기 위해 오랜 수련을 거듭하여 엄청나게 강해졌지만 너무 강해진 나머지 웬만한 적은 한방에 끝나버리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벨런스 패치는 유저가 적당히 고생도 하고 죽어서 좌절도 몇 번 맛보도록 하고 적절한 분노도 일으켜 나름의 목적을 갖게 만들고 그것을 위해 성장과 수련을 거듭하여 얻어진 화려한 기술과 실력으로 게임을 해결해 나가도록 유도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단순한 성장 드라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유저의 캐릭터가 공격을 할 때 몇이라는 피해를 입히는지 정해야 하며, 이런 공격을 할 때 어떤 무기를 들고 있다면 공격에 얼마를 더해서 피해를 입힐지 계산해야 하는데 이런 더해지는 수치도 일정 수로 할 것인지, 확률로 할 것인지, 능력에 따른 백분율로 할 것인지를 정하고 이런 공격 몇 번 정도를 성공시켜 적을 이겼을 때 유저가 적당한 성취감을 느끼게 만들지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고된 프로세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처음 게임을 만들어서 출시할  까지는 괜찮아 보였던 캐릭터나 몇몇의 능력들 혹은 아이템들이 벨런스의 붕괴를 불러올 때가 종종 생긴다. 처음부터 너무 약하게 세팅이 되어서 노력하는 만큼의 보상을 얻기가 어려울 때도 있고, 어떤 것들은 게임의 난이도를 너무 낮게 만들 만큼 강력해서 사용하는 사람의 성취도도 낮게 만들고 다른 유저들도 상대적인 박탈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럴 경우 등장하는 것이 밸런스 패치인데 이렇게 밸런스 패치를 당한 유저나 캐릭터들은 종종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


“너프 당했다!!”


    이 '너프'라는 표현은 유명한 온라인 게임의 시조라고 불리는 "울티마 온라인(Ultima Online)"에서 시작되어 퍼졌다고 한다. 이 게임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유명한 "리처드 게리엇"의 동명 게임인 "울티마(Ultima)" 시리즈의 세계관(사실 외전격이긴 하지만...)을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게임으로 원래는 Multima(Multiplay+Ultima)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계획이었다고 한다. 현재도 서비스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최근 워낙 쟁쟁한 MMORPG들도 많이 나오기도 했고 원제작자의 이탈 이후로는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울티마 온라인’의 자유도는 너무도 뛰어나서 온라인 게임상의 집을 짓고 꾸미는 기능이나 무기나 아이템들을 생산하는 개념은 이 게임이 원조라고 볼 수 있다. 단, 놀라운 사실은 아직까지도 쿼터 탑 다운 뷰(45도 정도 틀어진 각도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식의 뷰) 방식의 2D 그래픽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온라인으로 즐기던 ‘울티마 온라인’도 온라인을 통한 업데이트를 통해 앞에서 설명한 것 같은 벨런스 패치를 진행했는데 특정 공격형 무기인 검의 공격력을 낮추게 되었고 이 무기를 사용해 본 유저들은

    “It was like they were hitting each other with nerf bats, not swords"

    "칼이 아니라 너프 방망이로 때리는 것 같았다”

라고 했다고 한다.

Nerf Thunder Fury

    사실 너프라는 말을 처음 듣고 아주 단순하게 나름의 방법으로 머리에 입력해서 알아들었다. 버프의 반대(디버프라는 말도 있는데 디버프는 이로운 효과를 제거해 버린다는 뜻으로 쓰인다.) 개념이니까 버프라는 단어 앞에 부정적 느낌 정도가 붙은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단순했다. 물론 아니니까...


다음 글 : 그럼 너프는 뭐야? (2)


Cover : Overwatch D.Va from Blizzard Entertainment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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