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덕은 재즈이며, 하모니카다.

세상이 그의 장애를 보았고, 인터넷이 그의 능력을 보았다는 말은 이제 그만.

by 호두
전제덕 -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하나의 분야에 몰두하다 보면 파이가 커지게 마련입니다. 재즈 피아노, 재즈 기타는 매력적이지만 유명해져도 파이를 나눠갖는 경우가 많죠. 그런 의미에서 재즈를 배워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악기 실력도 없고 재즈 음악을 많이 알지도 못하지만 비교적 남들이 하지 않는 특별한 악기를 배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이하진 않지만 두각을 나타낸 악기, 게다가 많이들 쉬워 보이거나, 혹은 별로 감흥 있지 않을 것 같은 악기로서 하모니카가 있습니다. 그저 너무 조그마하고 들숨과 날숨으로 간단하게 연주할 수 있는 이 악기는 생각보다 소리 내 기도 쉬우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기에 크게 매력 있는 악기가 아니라고 많이들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즈 분야에서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재즈 하모니카 아티스트 투츠 틸레망스나, 그레고이르 마렛의 연주를 들어보면, 하드 하지 않고 하모니카 특유 부드러운 느낌의 재즈를 느낄 수 있기도 하고, 하모니카 종류에 따라서 컨츄리 장르를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 하모니카 연주는 정겹거나 서글퍼서 고향을 생각나게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전제덕은 한국 재즈계의 유일하다면 유일한 하모니카 연주자입니다. 하모니카와 재즈라니. 이 수식어를 결합하면 우리나라에서 시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게다가 전제덕은 신생아 때 홍역을 심하게 앓아 시신경이 파괴되어 시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를 선천적인 장애로 보던, 후천적인 장애로 보던, 장애의 편견을 깨부순 그의 하모니카 실력은 역시 하모니카 연주로서 재즈의 위상을 높여준 한 사람입니다. 시력이 상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더 멋진 하모니카를 연주했을 수도 있겠고, 혹은 하모니카를 연주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죠. 아무튼 전제덕이 하모니카를 연주한다는 것은 세상에 참 감사한 일입니다.


75975_55213_1612.jpg 전제덕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부단한 노력은 언제나 어디에나 늘 있어왔습니다. 그 역시 노력파 중에 한 사람인데요. 음원을 따기 위해 단순히 연주를 귀로 들어서 그것을 따라 하기 위해 부단한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음표를 보고도 어려운 음악을 직접 연주를 들으며 연습했다고 하니, 그 연습량이 실로 어마어마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티스트의 불타는 연습시간'을 상상하면 항상 열의에 눈동자가 화르르 끓어오르는 격정적인 음악인을 상상하곤 합니다. 그것과는 거리가 멀게도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산들바람에 같은 것에 몸을 맡기게 됩니다. 그루브 사운드나 솔로 파트를 듣다 보면 역시 하모니카 연주의 특성을 잘 알게 되죠. 얼음을 와작와작 씹어먹는 듯한 색소폰이나 트럼펫의 하드 한 연주보다는, 잔잔한 물결이나 흔들리는 강아지풀을 만지는 느낌이 들게 하는 곡들을, 전제덕에게서 오늘 들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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