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u katche 부드러운 드럼이란 이런 것.

그의 음악은 휴양지가 아닐까.

by 호두



Manu Katché: "Number One" from the album "Neighborhood"

음악의 시작은 반드시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더운 기후의 휴양지에서 흐릿하게 조명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으로 스멀스멀 시작하는 도입부는 어느새 관악기의 호흡으로 빠르게 그루브를 이어나갑니다. 뒤이어 나오는 드럼 솔로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혼란스럽지도, 열광적이지도 않습니다. 마치 템포를 짜 맞추어 원래 있었던 음악인 듯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끝내 끝까지 가보겠다는 듯 두들기지만 언제까지나 한계를 시험하는 모습의 열망적인 솔로가 아닌, 자신이 듣고 싶은 연주를 하는. 마누 카체입니다.


마누 카체는 일전에 2016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메인 무대에 서면서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많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시절이면 재즈를 알고만 있지 페스티벌에 큰돈 내고 가보지 않았던 터라 개인적으로 정말 아쉽습니다.

그의 음악을 알게 된 건 2018년 무덥고 지치는 여름날에 애플뮤직의 무작위 라디오를 듣고 있을 때였습니다. 제 취향에 맞춘 음악을 들려준다는 애플뮤직은 한참을 돌고 돌다가 마누 카체를 틀어줬는데, 여름에 참 잘 어울리는 음악을 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Manu_Katche_By_Christian_Arnaud_cropped.jpg 마누 카체 (manu katche)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마누 카체는 일곱 살 때 피아노를 배웠고, 열두 살에 드럼을 배웁니다. 두들겨 패는데(?) 재능이 있었던 그는 자신의 고장 파리에서 음악학교를 다니고 퍼커션도 전공했습니다. 건립이념에 충실한 파리의 음악학교에서는 클래식 오케스트라를 많이 했는데, 마누 카체는 클래식 드럼보다는 재즈의 자유롭고 풍부한 음악을 더 원했다고 합니다. 사실 그가 원하는 음악이야 팝 음악이나 록음악이었는데, 결국 여기까지 왔으니 그가 원했던 것은 재즈가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클래식만 하다가 다른 걸 하고 싶으면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탐닉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그는 뛰어난 드럼 실력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음에도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고취시키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가 음악 연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나이 서른 중반 되어서야 첫 솔로 음반 <It’s About Time>을 냈습니다만. 싱어송라이터인지, 록 플레이어인지 방향성이 당최 모호합니다. 개인적으로 듣기 좋다는 것만 좀 인정합니다. 그로부터 그놈에 방향성이란 걸 13년 씩이나 찾았는지. 13년 후에, 그러니까 40대에 두 번째 음반 <Neighborhood>를 발매합니다. 여기서 마누 카체의 드럼 소리를 들으면 저는 인트로부터 설레고 가슴이 떨려서 맥을 못 춥니다.


때에 따라 마누 카체의 음악은 밤 분위기에. 벽난로 앞에서. 드라이브를 하면서 듣기 좋은 곡 같습니다. 아니, 쓰고 보니까 재즈야 뭐 다 비슷한 풍경에 비슷하게 전부 듣기 좋은 것도 같습니다만. 그래도 마누 카체의 음악에 차별점을 둔다면, 전혀 하드 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야 모던 하드 스윙 관계없이 재즈라면 듣고 보는데, 그래서 연인과 함께, 친한 사람과 함께 재즈를 듣다가 격정적인 솔로가 튀어나오면, 게다가 그 솔로가 1분 이상 이어진다면 틀어준 사람이 민망하고, 같이 듣는 사람이 피곤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누 카체 음악이라면 그런 것이 없습니다. 어느 분위기에서나 촉촉하게 들을 수 있다면 이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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