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앨범이고 코미디일 줄 알았다면, 큰 코 다친다.
개인적으로 김오키에 대한 음악적인 기대는 사실 내려놓은 지 오래이다. 사실 내려놓았다는 표현보다는 그의 음악적 행보를 어떤 틀 안에 두는 것을 관뒀다고 봐야할 것이다. -재즈 칼럼니스트 윤병선
비음악적인 요소가 귀를 압도합니다. 여기서 비음악적인 요소라면 주로 빗소리, 새소리, 물결소리 등등 악기로 연주되지 않는 효과음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김오키가 잡고 있는 색소폰도 하나의 비음악을 담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의 색소폰 소리를 듣고 있으면 듣는 제가 갑자기 느려지는 기분이 듭니다. 색소폰 리드를 잡는 입술이 굉장히 천천히 떨립니다. 비음이랄까. 음과 음 사이에 색소폰이 접지를 못하고 삐걱거리는 기분도 듭니다. 마치 색소폰은 오래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분위기를 한껏 표현합니다. 비 내리는 한강을 바라보거나, 찐득한 진흙탕을 밟는 느낌입니다. 한 없이 내려앉는 분위기의 김오키 음악을 들으면 맛있는 음식이나 값비싼 명품지갑 또는 근육질의 남자 보디빌더도, 몇 가지 몽롱한 조명을 뿜으며 기이한 전시작품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멋진 연주 실력을 하고 또 그에 맞춘 경력을 갖고 있는 다른 재즈 연주자들과는 다르게 김오키는. 아주 늦은 나이에 색소폰을 배우게 됩니다. 무려 스물다섯 살. 뭐, 열정에 나이는 없습니다만.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 소리를 듣고 홀려버려서 그 길로 색소폰을 배우고, 나중에 마일스 데이비스가 트럼펫 연주자였던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색소폰도 두 달 배우고 돈이 없어서 이곳저곳 알아보다가 직장인 밴드에서 실력을 키웠다고... 어떻게 보나 '내 나이가 몇인데.'라는 관념은 그의 머릿속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색소폰을 연주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김오키'라는 예명은 또 듣자마자 '뭐든지 오케이! 찬송가, 뽕짝, 재즈, 군가(?), 불러달라는 대로 다 연주하겠어.' 하는 당찬 예명인 줄 알았습니다. 그냥 오키나와가 좋아서 김오키라고...
그렇게 오키나와가 좋은 김오키는, 2013년에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라는 타이틀로 첫 앨범을 낸 뒤 아주 빠른 속도로 앨범을 내기 시작합니다. 마치 제가 추측했던 '뭐든지 하겠어'의 의미처럼 한국 재즈계에 전무할 만큼 미친 듯이 음반을 쏟아내니, 그 음반이 퓨처링을 포함해서 16장은 되는 것 같습니다만, 이것도 정확히 보진 못했고, 다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음악을 리뷰하면서 그 정도 못하겠나 싶어 이리저리 찾아봤습니다만. 이러다 그의 음악 분위기에 제가 침몰할 것 같았습니다.
<스피릿 선발대> 앨범은 특이합니다. 앨범 표지를 보자마자 웃음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결국에 빵 터져버렸는데. 돈 못 번 백수도 아니고, 나이 충분히 먹을 만큼 먹어 보이는 비주얼이, 실내화를 던지고 있는데 그 앨범 이름조차 '선발대'라니. 선별해서 군단을 뽑았다는 어떤 진지한 의미는 무엇인 건지. 약 먹었다고 생각하고 싶은 이 표지를 들춰보면 속에는 이마에 '멸공'을 두른 김오키가 있습니다. 세상에. 이건 또 뭐야. '멸공'이라니. 너무 웃겨서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앨범 속에 음울한 음악은 표지와는 상반된 컨셉입니다. 재즈평론가 황덕호의 유튜브 <Jazz Loft>에서 황덕호 평론가는 김오키에게 왜 이렇게 웃기게 앨범을 만들었는지 묻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세상이 더 편해지고 기술이 변하고 있지만, 착취는 예전보다 더 심해지고 갈등은 더 심해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걸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지 않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