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젊은 시절은 언제인가요?
우리는 젊은 날을 즐기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 7살부터 13살 중학생, 16살 고등학생, 19살 대학생, 성인이 되기까지 꾸준히 공부하러 가야 하고, 또 책상 앞에 앉아야 하고. 남자는 군대도 다녀오고 여자는 진즉 대학교를 졸업하지만 너도나도 취업에 뛰어듭니다. 대학 졸업하고 오로지 자신의 삶을 위해서 일하고 놀아 본 20대가 있을까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아르바이트하고, 월세 내고, 군것질하고, 좋은 사람 유익한 사람을 만나면서 행복해하는 20대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요?
이번 앨범은 특히나 더 구성이 20대를 느끼게 해 줍니다. 그들이 20대라는 뜻이 아니고, 제가 20대였던 시절을 생각하게 됩니다.
괜히 분위기 좋은 와인 바, 커피숍 같은 곳에서 낭만도 흘려보고. 새벽에 잠이 안 와 도로변을 달려도 보고. 처음 본 사람을 우리 집에 데려와 보드게임도 해보고. 온라인에서만 만났던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이상한 기분도 느껴보고.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의 공연도 가보고. 일기도 쓰다가 말다가. 즐겁다가 괜히 우울했다가. 식물을 키웠다가 시들어서 버렸다가. 기타를 쳤다가 포기했다가. 신발을 사러 갔다가 가방을 사거나. 내가 무친 시금치에 엄마 생각이 나거나. 관심 갖지 않았던 제철과일과 신문에 관심을 갖던. 그런 자유를 가졌던 20대... 저만 그랬나요? 이런 제 주관적인 느낌들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아마 윤석철 트리오의 요번 앨범을 들으면서 자신만의 20대를 회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이 재즈를 한 건 꽤나 오래되었고, 특히 리더이자 피아니스트 윤석철은 일찍이 2005년에 울산에서 재즈 페스티벌 콩쿠르 대상을 수상합니다. 2008년에는 자라섬 콩쿠르 종합 3위. 동덕여대 실용음악과를 교수로서 최연소로 출강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곡은 빠르거나 튀지 않습니다. 최고를 보여주겠다며 달려드는 느낌도 없습니다. 그저 편안합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은 몰라도, 재즈팬들에겐 이미 '남다른 트리오'라고 불리나 봅니다. 그 남다른 감각을 유희열의 기획사 [안테나]에서 알아봤습니다. 이번 <Songbook>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이 기획사에서 발표되었다고 하네요. 알아주는 기획사에 재즈 아티스트가 계약 되었다는 것은. 어쩌면 이 협소한 '재즈'라는 장르의 음악을, 비교적 불안하지 않게 만들게 되었다는 신호탄일 수도 있겠습니다.
윤석철 트리오의 음악은 항상 그 자리에 있습니다. 발전을 위한다고 크게 장르를 넘나들고 앨범 한 통에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음반을 만들지 않습니다. 마치 재즈는 우리의 일상 속에 있다는 듯, 누구나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이 음악을 선택할 수 있다는 듯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오후에는. 바쁘거나, 또는 나른하거나 언제든지 윤석철 트리오를 선택해도 좋겠습니다. 다니는 발걸음이 좋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