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홀랜드의 음악을 들으며 하게 된 상념.

재즈 좋아하면 안 돼? 내가 재즈 좋아할 수도 있잖아?

by 호두


crosscurrents trio - GOOD HOPE


베이시스트 데이브 홀랜드, 색소포니스트 크리스 포터, 인도 타블라 퍼커셔니스트 자키르 후세인이 만나 트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이 트리오는 피아노나 기타를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화음 악기가 없는 재즈 트리오로, 이색적이고 파격적입니다. 레전드들이 뭉쳤다고는 하는데 이 레전드들을 저는 애석하게도 전부터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이번 음반으로서 세 명의 아티스트는 제 머릿속에 기억될 것 같습니다. 실험적이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들만의 가득한 화성세계로 시간을 뜨개질하는 느낌. 특히 인도 전통악기 타블라는 익숙한 드럼 소리보다는 조금 가볍고 통통 튀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 매력은 드럼에 비유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재즈를 모르는 사람은 들을 가치도 없는 것일까요? 지금부터라도 재즈를 들으면 안 될까요? 지금부터라도 그 연주자를 알 순 없는 걸까요? 어쩌면 그들만의 세계인 그 음악들을 지금이라도 들어 볼 순 없을까요? 한 발자국이라도 더 다가가서 손을 흔들어 볼 순 없을까요? 왜 이리도 당신들은 멀리 있는 것일까요.


왜 재즈는 항상 멀리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멋지고 재미있는 재즈 음악을 들으면, 그 아티스트에 대해 검색해봅니다. 하지만 검색을 이내 관둔 적이 많습니다. 제가 들었던 그 음악 트랙 하나 외에는, 너무나도 그의 음악 세계가 심오해서 듣기가 힘들 때가 많았거든요. 위대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아티스트일수록 그렇습니다. 마음에 드는 곡 외에는 거의 다 듣는 것 자체가 고역입니다. 그렇게 음악을 듣는 밤이 지나면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아. 오늘도 실패구나.’ 하고 눈을 감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우리가 <TAKE FIVE>라는 곡을 들었다고 가정해봅니다. 그 음악이 너무 좋아 아티스트를 찾아봅니다. 그런데, 우리가 듣던 테잌 파이브가 원곡자가 따로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원곡자의 음악을 들어보고, 그 원곡자에 팬이 되길 자처합니다. 그러나 테잌 파이브 이외에는 그 어떤 음악도 귀에 와 닿지 않는 겁니다. 오로지 그 아티스트를 좋아한 이유는 테잌 파이브 하나였으며, 아직도 한 곡만 듣고 있다면. 그것은 아티스트의 팬일까요? 아니면 테잌 파이브 팬일까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저는 이 생각이 근래에 중요해졌습니다. 음악을 리뷰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입장에서, 음반을 이야기할지, 곡을 이야기할지, 아티스트를 이야기할지, 역사를 이야기할지. 그리고 트리오, 쿼텟, 식스텟, 화음, 악기, 이야기할 것들은 너무나 무궁무진해서, 곡 하나만 좋아한다고 해서 글을 늘려나가기가 너무 버거운 것입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곡을 두 곡정도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의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할 것은 많고 또 많은 음악 평론가와 메거진이 입이 마르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뜻 내가 좋아하는 두 곡을 이야기하기가 부끄러운 것입니다. 뭔가 더 알아야만 할 것 같고, 더 들어야만 할 것 같아서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합니다. 그의 음반, 책, 다큐멘터리까지. 그러다 결국 마일스 데이비스를 싫어하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재즈를 한동안 놓게 됩니다. 때때로 훌륭한 역사는 즐기려는 자를 방해하곤 하는 것 같습니다.


재즈를 좋아해 보자고 다짐을 하고 접근했는데 수많은 아티스트와 다양한 악기와 그에 따른 음색,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신보들을 보고 있자면.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돈을 벌겠다고 재즈를 좋아한 것도 아니오. 직업이 되겠다고 찾아보는 것도 아닐 텐데. (저는 직업이 되겠다고 쓰고 있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닐 테니) 왜 이리 찾아야만 하는가.


결국엔 이렇게 피곤해지고 정신상태가 혼미해집니다. 뭐가 좋은 음악인지, 뭐가 아쉬운 음악인지, 그들의 합주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신보가 나왔다면 들어보고, 좋으면 좋은 거로 쳐야겠습니다. 그들의 역사를 사람들은 궁금해하지 않고, 내가 공부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이 틈틈이 쌓여서 결국 시기가 지나 그것도 역사가 될 것이며, 그리하여 나도 그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주저리주저리 써봤지만 재즈는 그냥 즐기는 자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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