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어쩌려고 이렇게 다채로운 나윤선.

불꽃처럼 타오르며 강렬하지만 차가운. 10집 <Immersion>

by 호두


Youn Sun Nah - In My Heart


나윤선 10집의 음악은 찰흙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앨범에 들어간 한 곡 한 곡 듣다 보면 그녀의 예상치 못한 변곡점에 흠칫흠칫 놀랍니다. 이토록 다양한 목소리라니, 재즈가 이토록 다양한 음악이라니, 이 곡들이 과연 그녀가 생각해내고 발성한 곡이 맞단 말인가. 대체 그녀의 깊이는 어디까지인가.


이번 10집 앨범 <Immersion>에서는 그녀가 냈던 많은 음반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일단 트랙들을 살펴보자면 그녀가 직접 작곡한 곡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목소리를 찢거나, 고음으로 내달리거나, 와와와와 붐다라붐 립으로 연주를 하는 등 보컬로서 다양한 음색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전위적이지 않고 음악 분위기에 아주 잘 어우러집니다. 그렇게 이색적인 곡들은 마치 '나윤선'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가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2019년에 이 앨범은 워너뮤직으로 이적하여 새롭게 발매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유럽과 미국을 넘나들며 100회에 가까운 해외 무대를 올랐다고 하는데요. 발매 후 11월 28일에는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문화예술공로훈장은 세계 문화, 예술 방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면서 프랑스 정부에서 수여하는 훈장이며, 국내 보컬리스트로서는 나윤선이 최초로 수상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문화예술공로훈장은 1950년대에 재정됐고, 최고 등급 순으로 꼬망되르(Commandeur), 오피시에(Officier), 슈발리에(Chevalier) 총 세 가지 등급으로 나뉜답니다. 나윤선은 이미 2009년에 슈발리에를 받았는데, 10년 만에 그 상위 등급인 오피시에를 또 수상한 겁니다. 이로서 그동안 음악 활동을 이뤄낸 성과를 다시 인정받은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배우 윤정희, 영화감독 봉준호가 슈발리에를 받은 바 있다곤 하는데, 이렇게 오피시에까지 수상한 사람은 국내에 전무한 겁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또 음악이 달라지는데, 특히 프랑스나 미국 등에서 무대에 올라선 그녀의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감상하면 깜짝 놀랍니다. 반주가 나오고 노래를 부르는 때 눈빛과 몸짓이 너무나도 진지하게 바뀌기 때문입니다. 마치 내면에 프리즘을 들어 올리는 것 같습니다. 또 호랑이 또는 살쾡이(?) 같이 표적을 잡아먹겠다는 눈빛이 인상적입니다. 이런 무대 위에 모습은 또 반대로 노래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천진무구합니다. 음악도 모르고 사회도 모르는 백치같은 모습으로 관객에게 살포시 말을 건네는데, 저는 말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솜사탕 던지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애교 부리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변한 그녀의 모습에 너무 의외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만히 보면 나윤선은 노래를 시작할 때 항상 자신이 갖고 있는 느낌을 폭발시키는 것 같습니다. 음의 높낮이와 패턴들을 일부 시선 저리로 몰아넣고, 어떤 감성을 폭파시키기 위해 눈을 감고, 최대한 이미지를 끌어내어 자신에게서 나오는 외적인 모습, 그러니까 발성과 표정같은 것들을 무시하고 관객에게 이입시키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할 때만큼은 매우 자유로워 보이고, 부드러운 이미지임에도 임팩트 강한 노래가 나오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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