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일상 속에 음반을 듣게 되었다.
잔잔한 파도가 점점 거세지며 집채를 집어삼킬 듯한 요동침, 바람이 부는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는데 그다지 오래 주고받지 못하는 커플, 먹다가 뱉은 체리 씨앗을 지루한 호기심으로 바라보다가 발아를 꾀하는 호기심이 가득한 중년 여성, 높은 산봉우리도 아닌데 결국엔 올랐다며 땀을 흘리는 청년. 어차피 별로 마음이 가진 않지만 어차피 우리 인생에서 한 번쯤은 지나쳤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여러 가지의 인생. 기나긴 시간 동안 내가 살아왔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그리하여 인생은 어떤 상황일지라도 무난하다는 것을 말하는 듯한 칙 코리아의 Trilogy2.
이번 앨범 <Trilogy2>는 전작이 <Trilogy1>인지 또는 어떤 앨범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이번 음반은 거장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매우 멋지게 표현한 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아노 트리오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연주력을 담아냈달까요. 음악에 분위기를 담아내는 창의력과 즉흥연주는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게다가 칙 코리아는 이제 80세를 바라보고 있는 노장인데, 그 어느 멋지고 유명한 아티스트처럼 젊은 날에 바람피워 일부다처제 상태가 되거나, 마약에 빠져 자신의 두 손 두 발을 묶고 마약을 견디기 위해 독하게 끊어내는 과정도 없었습니다. 짧게 말하자면,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재즈 거장의 모습은 대부분 음악이 좋을 뿐 그들의 사생활은 매우 망가져 있거나 아주 이기적인 또는 다혈질의 성격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칙 코리아는 아주 깨끗(?)한 거장인 것입니다. 그의 행보에 기립박수를 쳐도 모자랄 판입니다. 이로서 재즈 뮤지션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 마약하고 바람피운다고 다 훌륭한 음악을 하는 건 아니구나."
칙 코리아 트릴로지 2에 함께한 아티스트를 역시 잘은 모르지만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브라이언 블레이드는 아주 수준 높은 재즈맨이라고 이번 기회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칙 코리아의 화려한 연주에 감당, 아니 함께 어울리다뇨. 어울림뿐만 아니라 그들 개개인이 연주하는 테크닉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새벽에 듣다가 괜히 기분이 들떠서 실황 연주를 설레는 느낌으로 감상을 수차례 했다는 제 개인적인 이야기는 어디서 칙 코리아를 이야기할 때 꼭 써먹도록 해야겠습니다. 아, 뒤늦게 칙 코리아를 알게 되었다는 얘기도 꼭 해야겠군요.
화려한 피아노 음계의 오르막과 내리막, 연타의 흥분, 드디어 사로잡는 그들의 눈빛을 바라보며, 이렇게도 재즈는 어려울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다가. 어쩜 이렇게 무난하고도 대단한 연주를 할 수 있을까 되뇌게 됩니다. 인생아 인생아 되뇌면서 마늘을 까고 계신다면, 양파를 까고 계신다면, 이번 칙 코리아 <Trilogy2> 앨범을 들으며 아무렇지 않은 인생을 아무렇게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