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즉시 호랑이가 잡으러 온다!? 응?

그룹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빠져나올 수 없는 판소리.

by 호두


[온스테이지2.0] 이날치 - 범 내려온다(with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범 내려온다>는 수궁가의 일부분입니다. 별주부가 토끼를 불러야 했는데, 호랭이를 잘못 불러서 발생한 대목인데요, 범과 자라가 흥미로운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영상에서 보이는 창은 일부만을 발췌해서 만들어낸 곡입니다만, 호랑이 그러니까 범이 내려오는 장면을 실감 나게 묘사했습니다. 특히 좌르르르르르 할 때의 느낌은 평소 우리가 흘려듣던 판소리의 그것과도 아주 흡사합니다.


옛적에 판소리를 듣자 하면 고수와 창이 골목 귀퉁이에서 낭인처럼 연주하고 또 부르곤 했던 것을 잘 아실 겁니다. 고수가 북을 두드릴제, 창의 입담에 따라 사람들이 귀경하러 몰리기 시작하고, 때에 따라 파안대소를 하던 그 시대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옛 분들 입장에선 비로소 100년 전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요상한 컴퓨터라는 물건으로 그때의 가사를 듣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범 내려온다.jpg


곡 시작부터 저 구석탱이에 누군가가 휘몰아치듯 춤추는 것이 보입니다. 비록 화면에 작게 보입니다만 그의 날갯짓은 제법 꼬물꼬물 잘도 움직입니다. 이어서 소리꾼 셋에게 포커스가 맞춰지고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노래를 부르는데 그 중독된 분위기에 제 자그마한 안방에 호랑이가 계속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룹 [이날치]는 영화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장영규가 만든 프로젝트 그룹입니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놈놈놈', '전우치', '황해'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영화의 음악감독을 했었습니다. 영화음악감독의 특이점은, 늘 그렇듯 영화에 몰입감을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악기를 총동원해서 음악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그룹 [이날치]도 전자기타와 판소리, 그리고 엠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를 합쳐 대단히 중독성 있는 오버크로스를 그의 머리에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과연 "음악이 할 수 있는 것들로 작품이 확장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을 때" 작업을 시작한다는 장영규 음악감독의 철학은 이 대목에 이해가 됩니다.


한번 들으면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귓가에 범이 내려오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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