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을 공유해본 적 있나요?

Eddie Higgens Trio로 친구는 계속 기억된다.

by 호두



Eddie Higgins Trio. In a sentimental mood.




친한 친구와 음반 공유를 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 음악 좋더라 이야기하며 이어폰을 건네준 적 있으신가요.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USB에 담아 선물하신 적 있으신가요. 유튜브로, 멜론으로, 팟캐스트로 뭐든 스트리밍 서비스인 이 시대에 외장하드나 공 CD, 음반을 사는 것은 어쩌면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것은 학창 시절이나 했던 일이겠지요. 가만, 요즘 고등학생 대학생, 또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음악 공유는 아마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곡명을 문자로 보내거나 공유 버튼만 누르면 상대방에 메시지로 링크가 가니까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대 중반에 미술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방대학교를 졸업해 성우가 되겠다고 성우학원에 다니며 이리저리 알바를 전전했는데, 그중 하나가 미술관 아르바이트였습니다. 거기서 만난 친구 하나가 그림과 음악 쪽에 문화적인 면이 통해 서로 몇 가지 음악과 그림을 공유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의 반지하 자취방에서 같이 술을 기울이다가 서로가 좋아하는 노래를 번갈아가며 유튜브로 한 곡씩 틀으며 새벽을 보냈는데, 저는 그때 주로 핑거스타일 기타 음악을 틀었고, 그는 재즈 피아노 음악을 틀었습니다. 곡명이 오고 가는데 역시 그런 기분은 처음이라서 서로 별다른 대화는 없었고 그냥 음악을 듣는 느낌만이 방에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후에 재즈를 좋아하는 그 친구에게 남무성의 <jazz it up> 구판 1~3권을 아낌없이 선뜻 선물했습니다. 서울에 어느 피아노 학원을 다니던 그가 간단한 프레이즈로 재즈 피아노를 연주한 홍보 영상을 보고 난 후였습니다. 그가 쳤던 피아노 곡과, 그가 제 자취방에서 유튜브로 틀었던 곡 모두 Eddie Higgins Trio의 음악이었습니다. 남무성의 책은 신판이 안 나왔더라면 언젠가 다시 돌려달라고 할 만큼 제가 아끼던 책이었는데, 다행히도 1권부터 3권까지 합판으로 묶인 양장본이 출간되었고 지금은 합판으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친구는 선물해준 구판을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하겠습니까. 저에게 이 음악을 선물해준 것이 중요하죠.


3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사를 가고, 휴직을 하고, 퇴사를 하고, 아이를 돌보고, 한 달이 짧다 하며 정신없이 세월을 흘리다가 어느 날 대학생 시절부터 갖고 있던 80GB 외장하드를 집에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언젠가 들춰보고 정리하겠지 하며 구석에 박아뒀다가 엊그제 노트북에 연결해봤는데. 귀중하게 여기며 놓치기 싫었던 여러 가지 음반들이 그곳에 MP3 파일로 남아있지 뭡니까. 아마 90년생 위로 나이를 먹은 분들은 이런 기억이 있을 겁니다. 외장 메모리에 대한 뜻밖에 기억들 말입니다.


하여 저는 외장하드에서 다시 Eddie Higgins Trio의 음악을 휴대폰에 뽑아왔고, 다시금 향수에 젖어서 재즈에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근래에 새 앨범, 좋은 음악을 찾겠다며 2019년도 발매 재즈 앨범만을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너무 귀를 혹사시키면서 평가의 입장으로 재즈를 바라본 것은 아닌지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공유 받았던 음반. 그리고 에디 히긴스 트리오.


그 친구도 어느 날엔 인스타그램에 제가 보냈던 앨범커버를 올렸습니다. 그때 그 시절 제가 음반 한 장을 MP3 파일로 변환해 휴대폰에 간직하고 있었는데, 문득 보내줄 수 없냐 묻기에 이메일로 흔쾌히 쏴준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남이 좋아한다는 것은 그토록 기분 좋은 일입니다. 게다가 오랜 기간을 뒤로 다시 그 음악을 들을 때의 기분을 서로가 간직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음악 감상에 좋은 것이 또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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