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처신이 중요할 뿐이야.
학창시절에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본 적 있나요? 학급에서 누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거나, 본인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거나, 그런 일이 아주 없는 학급은 없을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꼭 누군가는 괴롭힘을 당하고
누군가는 괴롭히고,
또 누군가는 방관합니다.
방관한 사람까지 가해자라고 넓게 잡아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괴롭혔거나 괴롭힘 당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모든 청소년 중에 '포식자'를 인식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요. 그래서 자라고 있는 미성년자는 일찌감치 스스로의 몸을 지키는 인지력을 길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날 왜 싫어하는지, 나는 상대방이 왜 싫고 따돌리고 싶은지, 왜 저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지, 왜 때리는 사람 옆에 서서 맞는 사람을 구경하고 싶은지, 또는 눈 가리고 귀를 막고 싶은지.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을 모두 관찰하고 장악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라면 반에 우애가 돈독하겠지만 그뿐입니다. 학년이 올라가고 구성원이 바뀌고, 학교를 진급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 반에 꼭 한 명씩 빌런이 있고 빌런이 무리를 형성해 타켓을 잡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저도 남학생이 10명도 안되는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 따돌림을 목격했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쓰레기통에 얼굴을 박아야하는 포식자의 표적은 아니였습니다. 같은 반 친구를 무서워하고 움츠러드는 겁쟁이도 아니였습니다. 그런데 따돌리는 친구를 말리지도 않았으니 저 또한 잠재적 가해자였습니다. 용기내어 선생님께 말씀드리거나, 하지말라고 손을 뻗지도 못했습니다. 그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아무튼 제가 어떤 포지션에 있었냐 적어보자면, 이도저도 안했지만 건드리면 물어버리는 한 마리 작은 강아지였습니다. 자꾸 다른애를 괴롭히길래 암씨롱도 않했더니 저까지 건들길래 부르르 떨고 그 자리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였습니다. 그 뒤로 옥상으로 올라가 일대일 맞짱을 떴는데, 제가 코피가 났고 그만해 으앵 하면서 저는 울어버렸지만... 결코 창피한 기억은 아니기에 여기에 적습니다. 그 뒤로 저는 저를 지킬 수 있었고, 할 말은 하는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근데... 그 때 그 '포식자'와 무슨이유로 싸운 건지 지금도 기억은 안납니다. 그냥 여지껏 쌓였던 어떤 불만들이 폭발해 버린거겠죠.
괴롭히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죠. 그런데 누군가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참을 수 없어 정의의 사도로서 나서기도 참 쉽지는 않습니다. 그럴땐 내 몸 하나는 지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를 때려서는 안됩니다. 자식과 아빠 관계에서도 폭력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 이거 하나는 머릿속에 염두하고 살아야한다고 말할 겁니다. '아빠도 날 안 때리는데, 니 따위가 감히 날 때려?'
무섭죠, 욕설이나 은근한 따돌림, 신체적 폭력은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입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아빠나 엄마는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아이가 함구하고 있으면 더욱 모르고, 말하고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도 마음이 너무 힘이 들고 괴롭습니다. 저는 되도록이면 아이가 해결하길 바라고, 먼발치에서 어떤 용기라도 아이가 발산하길 기다릴겁니다. 그런데 그게 단순히 제가 겁이 많아서 아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 될까봐 두렵습니다. 유치원생이 된 아이가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 저는 아이를 적극적으로 돕지 못했거든요.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제 스스로 다짐도 해봅니다.
큰 강당에서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을 듯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그때 제 뒤엔 새로온 전학생이 서 있었습니다. 제 등에 침을 뱉으면서 키득거렸는데요. 저는 뒤를 돌아보고 여러번 하지 말라고 말했음에도 "내가 안했는데~ 내가 안했는데~?" 하며 그 자식은 초등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모를 유치함으로 건방지게 굴었습니다. 저는 교실로 돌아와 뒤통수를 갈기고 싶었지만 암말도 못했고, 그럴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 뒤로 계속 한 방 쥐어박고 싶었지만 끝내 서로 싸우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옛날이야기 하다보니 너무 부끄러워집니다. 옛날에 저는 너무 바보같은 실수를 많이 했거든요.
아무튼 결론은 이렇습니다.
왕따는 있어서도 안되고,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야 합니다. 그게 공부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