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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거북 Apr 29. 2022

아들의 티끌

엄마의 들보


어젯밤 거실-


음음음~ 음음

"엄마, 나 이 책들 읽어줘"

"(헉, 많이도 갖고 왔네. 그나저나 계속 음음소리 내면서 읽어달라니까, 짜증이 나기 시작..)

그림 보면서 오디오 클립으로 듣고 있어.

동생 재우고 와서 읽어줄게"



그렇게 막내를 재우고 나와보니 덩그러니 앉아 그림책을 보고 있는 아들이 못내 안쓰러워서

음음소리가 듣기엔 힘들었지만

그래도 읽어주려고 마음먹고

싱크대를 치우고 있었는데

끊임없는 음음소리에 결국

 난 폭발하고야 말았다.


"그 소리 좀 그만 내면 안돼?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휴.. 참았어야 되는데 이 어미야

왜 못 참고 터뜨리는 거야...

애 표정을 좀 봐라..

저 죄지은 듯한 수치심 가득한 표정을.....

하나 이미 화는 터뜨려 버렸고..

너무 미안한 마음에)

"네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란 거

엄마도 알아.. 화낼 일이 결코 아닌데

정말 미안해 엄마가."

"목이 답답해.." 라며

개미 기어가는 소리로 기죽어서 답하는

아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또 한 번 자기 전에 화를 못 이겨

극강의 반성문을 속으로 쓰게 되었다.


아들은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인지라,

목 가다듬는 소리를 자주 낸다.

그런데 아들의 음음소리는 못 견뎌내는

예민하고 이기적인 어미.

엄마도 그거 안다고, 꽃가루 날리는 이 시기

너무 힘든데 우리 함께 잘 이겨내자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잠들어버린 아들.

비염에 좋은 영양제며 비타민c 메가도스며 알레르기 차단 이불도 얼른 사야겠다는 둥 죄책감을 전환시킬 방도를 혼자 마련해내느라

바빴던 밤이었다.

틱일 수도 있으니 모르는 체하고 기다려주자고 먹었던 마음이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리니

나 자신이 어찌나 한심스럽던지.


나는 유독 청각이 예민하긴 하다. 그래서 남편의 얕은 코골이 소리도 못 견뎌한다.

하나, 아들의 음음소리나 너의 목 가다듬는 소리가 다를 건 없지 않겠니 어미야-


나 자신을 위한 해소법은

그리도 쉽게 눈감아 주면서

아직 어른처럼 스스로의 상태를 판단하거나

온전히 통제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의

문제아닌 문제를 헤아리는 척했지만

결코 헤아리지도 아니,

속으로는 내내 신경질 방아쇠

당길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틱인거라면 스스로가 참는다고해서

참아지지가 않는것을 나 자신도 잘 알면서.


어쩌면 매일매일이 미숙한

이 엄마가 쏟아내는 화에

무섭고 놀라고 수치심 느꼈을 아들을 안아주며

아들의 티끌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해본다.

그리고 나의 들보부터 들춰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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