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아들이 깨더니
"엄마, 나 이불에 오줌 쌌어." 한다.
"옷 벗고 씻자"는 말을 하고
이불 패드와 토퍼 커버를 걷어내며
나는 약간의 짜증을 섞어
"하~!"하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굳이 한숨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그 시각에 깨어버리면 쉽사리 잠들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미라클 모닝이니 뭐니 하면서
새벽부터 책을 읽고는 싶다만
낮 시간에 몽롱해서 가정보육도 엉망이 될 거라
그건 패스하고
다시 잠이 든다한들 두어 시간 뒤
다시 기상해야 하니 그 또한 3살 4살에게 피곤함 가득 묻어나는 케어를 할 게 뻔하고.
그 모든 상황을 앞당겨 재빠르게 상상 연출하다 보니 그런 한숨이 터져 나왔던 것.
사실 나의 이러한 상상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부정적 상황을 연출했다 하더라도
금세 떨쳐내고 긍정적 육아를 할 수 있는
몸과 마음 상태를 이어나가면
그런대로 가능할 것이다.
뇌과학에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왔을 때
90초를 넘기지 않고 흘러 보내면
그것이 무의식에 저장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잠시 동안 그런 생각을 하다가 마무리 짓고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나오는데
아들의 한 마디가 내 잠을 더 확실히 깨웠다.
"엄마~내가 힘들게 해서 미안해.."
(오 마이 갓.... 아들아.. 제발 그런 생각은 하지 말지.. 엄마의 한숨이 너에게 죄책감을 만들어 냈구나..)
"아니야~괜찮아"하며
옷 갈아입고 누워있는 아들에게
"엄마가 안아줄까"하고 물으니 또,
"아니, 엄마 힘들잖아~"
"안아주는 게 뭐가 힘들어~ 엄마가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다 보니 그런가 보다.. 이리 와 울애기~
그리고.. 네가 미안할 일 아니야~ 엄마가 힘들어 보였구나.. 지금은 몸이 힘든 건 아니고~ 잠이 깨다보니 조금 짜증이 나긴 했어..
엄마가 미안하네. 그런데 엄마도 어릴 때 이불에 오줌 많이 쌌어~ 초등학교 때까지도 그랬어..ㅎㅎ"
"어릴 땐 다 그래?"
"그럼~ 전 세계 7살들은 거의 다 그럴걸~ 아마 8살들도?^^ 좀 더 클 때까진 이불에 자주 그러지"
아들은 이제 슬슬 잠이 들려고 하는데
거기다 대고 감정코칭 마무리한답시고 나는
"이불에 오줌 안 싸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하고 물었으나 엄마의 우문에 다행히도
아들은 모르겠다는 답을 하고 잠이 들었다.
오줌 안 싸기 위한 선택지를 마련해주기엔
타이밍이 영 아니겠다는 판단이
조금 뒤늦게 들었다.
졸린 아이에게 웬 코칭이람.
아이가 밤에 오줌을 가리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그런 것 같다.
7세가 되어서도 밤에 오줌 싸면
이불 돌리는 일이 번거로워서
기저귀를 차고 자게 했는데
언제부턴가 아들 스스로 그것을 거부했기에
그냥 팬티를 입은 채 방수 패드를 깔고 자게도 했는데 그런 날은 잘 넘어가고,
깜빡 패드 안 깔고 잔 날만 흥건하게
지도를 그려주신다.
오늘 새벽보다 더 짜증을 냈던 날도 있었다.
그래서 그 기억들이 아들에게
미안함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전보다 짜증을 내는 강도가 약화되고 있고 참아내기도 잘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숨 내뱉자마자 재빨리 반성하고
아들을 헤아리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아들의 한마디 덕분이었지만.
그 한마디 이전에, 짜증 한숨 이전에
허허허 너털웃음 지으며 또 쌌네 또 쌌어 울 아들~
할 수 있는 너그러운 엄마가 되길 바라본다.
또한, 한밤중의 오줌 파티는
실수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잠결에 어린 몸이 조절 안 되는 것이 어찌
실수라고 하겠는가-
엄마를 자라게 하는
'오줌 자양분'이라고 이름 짓는 건
좀 푼수같을까?
아!
그리고 아들의 엄마생각해주는 커다란 마음 덕분에 나는 다시 잘 잠들고 아침에도 힘들지 않게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