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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거북 Jun 10. 2022

똥칠

내마음도 아이마음도 똥칠

"엄마~~~~~나 똥쌌어~~~~"

3살 딸, 4살아들 낮잠 재우려고 나혼자 안방에 불 다꺼놓고 누워있던 중, 안자고 거실을 돌아다니던 아들이 외치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나가보았다.

한창 기저귀떼는 연습 중이고 잘해나가고 있기에 변기에서 힘만 줘도 월드컵경기 응원하는 것 마냥 대한민국 만세를 외쳐주며 박수갈채를 날려주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거실에서 똥을 쌌다는 소리가 들리다니.


다급히 거실로 나가보니 바닥에 강아지마냥 영역표시 해놓은 채 바지며 다리며 온통 파티다. "아아아아악~~~왜그래 정말~~~!"

이것은 내 비명소리. 정말 이성이라곤 한 톨도 들어가있지 않은 순도 100% 감정조절 안 된 비명을 내질렀다. 거기서 끝을 냈으면 조금이나마 다행일텐데 욕실로 아이를 끌고가면서도 씻기는 도중에도 바지를 헹궈내면서도 거실에 여기저기 남아있는 흔적을 닦아내면서도

"아 짜증나 진짜 왜그러니진짜...하~~~~~~~" 소리를 연거푸 내뱉었다. 그러고도 뭐가 그리 답답했는지 거울을 보며 "아~~~~~~~~!내인생!똥치우다 하루 다가지! 씨!" 로 마무리를 짓는다.


나의 짜증을 그저 힘없이 들으며 씻는 중에 "여기도, 여기도 묻었어"하는 아이가 얼마나 챙피스러울까. 그만해야지하고 마음먹었지만 망가진 기관차처럼 끼익끼익 소리만 낼 뿐 도저히 스스로 멈춰지지가 않았다. 결국 나의 짜증은 아이를 다 씻기고나서야 멈췄다.


씻긴 후 엄마좀 그만 힘들게하라는 무언의 외침이었는지, 아이에게 기저귀를 채웠다.

곧 낮잠잘거니까 차고 자자는 의미이긴 했지만,

아이가 어쩌다 실수한건데 잘하고있는 아이에게 굳이? 속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는 기저귀를 채우고있는 나였다.


기저귀를 찬 채 방에서 동생이랑 블럭놀이를 하며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고있는 아이를 보니 왜이리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것인지.

나는 왜 그랬을까?생각해보니 아이가 낮잠을 자주었으면 했는데 낮잠은 커녕 응가파티를 벌여놨으니 내 기대에서 빗나가도 아주 한참을 빗나갔다는 생각에 즉, 내 마음대로 아이가 따라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났던 것이다. 낮잠을 자야 내 시간이 생기니까.

우아한 미타임의 소망이 똥덩어리 하나에 무참히 짓밟혀버려서 그토록 서러웠던 것일까.


내가 아무리 서러웠다한들, 아직 배변훈련 중이라 실수가 플러스로 적립되고있던 아이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뜨리게 되었으니

이를 우째야 좋을꼬.


"아들아, 엄마가 아깐 미안해"


어느 순간은 사랑둥이라 했다가, 어느 순간은 왜그러냐고 소리질렀다가. 나는 그저 혼란 그자체인 것만 같다. 일관된 감정을 유지한 채, 때론 로봇이 되고싶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까.

그런 날이 있다. 너무 미안해서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반성조차 또 같은 상황에서 지켜내지 못할 것만 같아 지레 두려워서 제대로 못하고 넘어가는.

오늘이 그런 날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죄책감에 익숙해지기보단, 건강하게 반성하고 의식하고 수정해나가야 하는 나는, 그래도 엄마인게 좋은 엄마인것을.


반성한다. 그리고 아이가 똥 마려워 여기저기 뛰다니는 그 순간을 미리 포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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