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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거북 Apr 27. 2022

노는 아이들

노는데 시간제한은 필요 없는 법



어느 봄날이던가, 아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가보니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까지 삼삼오오 모여 그네를 타고 자전거를 씽씽 내달리고 모래를 날라다 미끄럼틀에 퍼부어가며 한참을 놀고 있다.

 너희들은 여기 자주 오냐고 물으니 매일 온다고. 그런데 열심히 노는 3학년 남자아이가 나에게 틈틈이 시간을 묻는다. 5시까진 학원엘 가야 한다며. "아~태권도 학원도 그만두고 싶다!"를 연발 외치며. 어른 생각에는 맘껏 에너지 방출할 수 있으니 좋을 것 같은데 그 태권도 학원조차 재미가 없는 거다. 왜냐, 자유가 없으니... 거기도 결국은 성인의 주도에 따라 규칙도 지켜야 하고 수많은 경쟁이 난무할 테니.

물었다.

"얘들아, 학원 가는 게 좋니 놀이터가 좋니?"

(돌아오는 답은 뻔할 테지만 직접 듣고 싶었다. 아이들의 마음속 울부짖음을)

"놀이터요!!!!!!"

그렇구나.. 아 안쓰러워라... 시간에 쫓긴, 시간제한적인 놀이를 하고 있으니 불안할 테지... 사실 학원 강사생활만 15년 가까이했고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얼마나 아이들을 잡았는지, 특히나 20대 시절엔 숙제에 선행학습에 암기, 시험... 늦게 온 아이들 혼내고 나머지 시키기..

그러면서 그 일에 굉장히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땐 그랬다. 그게 나의 밥벌이였고, 나름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학원에서도 좋은 선생님을 통해 아이가 사랑받고 좋은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받을 수도 있다.. 하나 는 그다지 좋은 선생님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생각의 전환이 굉장히 크게 일어나고 있다.



미세먼지에 코로나에 기후변화에 아이들이 놀 수 없는 셧다운 상태가 강제되었던 2년이 흘렀다.

그 영향이 정말 크다는 건 모두가 알고 계실 터.  

편해문 놀이운동가이자, 작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공공형 실내놀이터'를 제안했고 가 아는 바로는 경기도 시흥시에 이미 한 군데 개설되었다. 실내에서 모래놀이도 할 수 있게끔 잘해놓았다. 그런 실내놀이터가 전국  곳곳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미세먼지 심해 바깥놀이 못하는 날엔 당연하게 돈 안 내고 갈 수 있게. 

물론, 코로나가 완전히 물러가야 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겠지만. 그전에 조금씩 지자체가 준비를 해나 가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저소득층 자녀들은 키즈카페도 뻔질나게 드나들 수 없다. 너무 불공평하질 않나. 도 한때는 아이 데리고 순회공연 다니듯이  눈에 차는 키카들을 고르며 돈 주고 다녔었다... 그게 꼭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닐지라도 가서 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아이들에겐 무의식적으로 자기 삶만 비관하게 되는 어떤 이유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래서 1년 전부터는 될 수 있는 한 무조건 놀이터를 찾아가고 있다. 숲 놀이터도 자주 애용하고. 그런데 이 숲 놀이터도 문제가 많다.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 그래서 담당기관에 민원글도 올려서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몇 개 월지나 방문해보니 건의사항이 어느 정도는 보수가 되어있어서 뿌듯했다.


 편해문 놀이운동가의 책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와닿아서 실천으로 옮긴 것 중 하나는,

'거칠게 놀다가 생기는 위험과 사고를 아이들의 권리로 여기고 아이들은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위험을 다루며 놀게 해줘야 한다. 자주 조금씩 다치며 자란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공식도 다.

(play+ground+risk)-hazard=safety

놀이터에서 치명적인 위험만 제거해주고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정도의 위험만 남겨두면 안전하다는 다.

오히려 지루한 놀이터가 위험하다고 한다.

 집에서 부모가 하는 일을 아이가 옆에서 따라 하는 것도 최고의 놀이라고 다. 어린아이들은 다 해보고 싶어 하니^^

요즘 큰애에게 유독 집안일을 많이 시키며 엄마의 노고를 좀 덜어보고자 잔머리 쓰는 중이기도 다.



놀이와 놀이터에 관련된 몇 권의 책들을 읽다 보니 하나같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 놀다 보면 걱정도 슬픔도 괴로움도 잊게 된다고. 가정에 불화가 있는 아이도 노는 동안 모든 짐을 훌훌 벗어버리고 놀이에 몰입함으로 행복해진다는... 맞는 말 같다. 그럴 시간을 더 많이 줘야겠다. 우리네 아이들에게.

놀이 자체무엇인지를 경험조차 못해봤다거나 아예 잊어가거나 하면... 나중엔 학원 다니는 것이나 돈 주고 배우는 프로그램, 체험들만이 놀이라고 생각하고는 그냥저냥 원래 삶이 이런 거라고 받아들이며 살게 될까 봐 아찔하기도 하고 말이다. 

실컷 뛰고 구르고 소리 지르고 오르고 내리 고를 반복하다 9-10시에 잠드는 아이를 보며 그동안 게을렀던 를 돌아보게도 되고 앞으로의 아이의 일상을 어떤 행복으로 물들여줘 볼까도 기대해본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이 신났던 기억으로 남겨주고 싶다는 게 의 육아 철학?(좀 거창하지만^^;)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요즘이다.


놀이를 하면 이거에 좋다 저거에 좋다 할게 아니라 놀이 자체를 목적으로 하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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