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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거북 Apr 12. 2022

앵두야 빨간 앵두야

6월 초여름이 되면

마을회관 맞은편 빨간 지붕 집 담벼락에

빨간 앵두 열매가 맺힌다.

오늘 아이들과 놀면서 만개한 앵두나무 꽃을 보니

3년 전 아들과의 소소한 추억이 피어올랐다.


4살 즈음 큰아들이

처음 발견한 앵두나무는

버스정류장 표지판 옆에 서 있었는데

나무 심었던 주인 할머니께서

보기 지저분하다고 베어버리셨던 터라,

새롭게 발견한 두 번째 앵두나무는

너무나도 귀했다.

 "빨간 지붕 집 할머니의 앵두나무는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스럽기도 하지"를 외치며 앵두를 따도 좋다는 허락을 받기 위해

우리는 집에서 오렌지주스 한 통을 꺼내 들고

빨간 지붕 할머니께로 향했다.


일흔이 넘은 빨간 지붕 할머니는

언제나 그렇듯 자글자글하고 빛나는

주름 미소를 드러내시며

손주 같은 우리 아들에게 실컷 따먹으라고 호탕하게 오케이를 외쳐주셨다.

아들과 나는 담벼락에 발뒤꿈치를

들고 서서는 손끝이 닿지 않는 곳까지

팔을 길게 뻗으며 한 알이라도 더 따 보겠다고 욕심을 부렸다.

아들이 더 욕심을 부리려 들자

아차 싶어서 먹을 만큼만 따가자고 말하고는

 가지고 간 양동이에 한가득 담아 들어왔다.


아들이 좋아하는 그림책 바바 파에서

앵두 열매를 따다 발로 밟아

즙을 짜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을 기억해내 손으로 씨를 분리하고

체망에 즙을 꾹꾹 짜내 마셔보았다.

양이 많지 않은지라 나는 혀끝만 대보는 정도였다. 아들이 앵두를 직접 눈으로 보고

제 손으로 따서 주스까지 만들게 된 모든 과정이 감사했다.

시골이라 해도 요즘 앵두나무 보기는

쉽지 않으니 말이다.


아들과 앵두를 따면서 우리 이웃이 누구인지,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이웃 간의 주고받는 정을 이어주는

앵두나무가 참 귀하게 여겨졌다.

이번 6월에도

새콤한 앵두 주스를 맛볼 수 있겠지?

작년 6월의 앵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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