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준한거북 Apr 02. 2022

엄마를 내어주는 것

미타임이 없는 날

나의 시간을 온전히 너희에게

내어준다는 것.

그것이 곧 사랑과 직결된다고

철썩같이 믿으며 화가 나고 슬프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가 웃기기도 행복하기도 설레이기도 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만,

 오늘은 좀 더 복잡한 마음과 컨디션에

나를 부여잡기가 힘들다.


이른아침부터 큰아들과 작은아들은

차가 다니는 집 앞 비탈길에서 뛰놀고

막내딸은 아직 어려서 집 안에서 꽁냥거리며 노는 주말일상.

나는 조용히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에서 책이 좀 읽고 싶었다.

그 공간을 만들겠답시고 방 한 켠에 독서실책상까지 마련해 두었건만 아들들의 오르내림틀이 되어버린지 오래.

고등학교 때는 지지리 공부도 안했던 내가 삼남매 전투육아 중인 현재,

미친 듯이 책이 읽고싶다.

그래서.........읽었다.

길 가에 서서.

아들들 뛰노는거 지켜보면서.

우리집 앞은 아이들이 뛰놀만한 공간이 없기에 그나마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마을회관 앞 마당같은 대로변에서 뛰논다.

날도 이렇게나 화창하여 뛰놀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할 노릇이니 아이들을 놀게는 해야겠고..

책은 좀처럼 포기를 못하겠으니 죽을 맛이었다. 이번 주간도 내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그냥 내 시간을 포기하는 쪽을

택하자고 마음 먹기도 하지만

하루가 지나 아침이 오면

'어떻게해야 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부터 생각하고 있는

극한직업자. 어미

 

울고싶었다.

 

그 와중에 막내 딸도 한창 바깥구경 하고싶어할

16개월 인생인지라

유모차에 태워 큰아들과 함께

 동네를 한바퀴 돌고는

작은아들을 낮잠 재운 뒤 곰곰 생각하다

동네 친한 형아가 생각나서 같이 놀게해줘야지 싶어 전활걸고 큰아들을 데리고 나서는데

잊고있던 게 생각났다.

아들이 볼거리(이하선염)에 걸렸단 사실이...... 하.....안되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아들을 설득하고 돌아서려는데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축구화도 챙겼는데.. 형아도 보고싶었는데..엉엉"

"엄마가 정말 미안해. 미처 생각하질 못했어. 그대신 엄마가 집에가서 부루마블 해줄께!"

"엄마는 오래 못해주잖아.. 몸 힘들고 졸리다고 오래 못해주잖아..."

하는 아들의 말이 어찌나 가슴아프던지.

늘 피곤을 달고사는 엄마로 콕 박힌건 아닌가 싶고 그런 엄마가 어린 눈에도 좀 안쓰럽게 비쳐서

선뜻 하자고 먼저 말하기도 미안했던건가.. 등등

오만가지 생각과 미안함이 교차해

집에와서는 내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게 해주리라!

죽으면 죽으리라!

 마음먹었는데...


 나는 지금 거실소파에 퍼져있다.

부루마블은 누가? 아빠가!


'어찌나 가슴아프던지'라는

말은 집어넣어야지 싶다.

그렇다.

피곤이 가슴아픔을 이겼다.


'약속 지키는 엄마이자 어른이고싶어. 그런데 무언가 불만족스런 이런 기분으로 부루마블을 해주기 힘들 것 같아. 아들아...미안하다..

표정과 말투에 다 드러날 것 같아..'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데

고맙게도 남편이 해주러 들어갔다.

그치만 나는 아직도 울고싶다.

찐한 고독을 즐기지 못해서.


내 시간을 온전히 가질 수 없었던

노예들의 정신상태가 어떠했을지..

새삼 실감되는 오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앵두야 빨간 앵두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