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준한거북 Jun 01. 2022

엄마, 나 똥꼬 아니지?

너는 나의 모든 계절이야♡

어느 날 둘째가 형아랑 투닥거리다가

내게 다가와서는 시무룩하게

"엄마.. 나 똥꼬 아니지~~~~~~?" 한다.

요즘 들어 첫째가 자꾸 불만스러운 상황이 생길 때마다 상대방에게 "똥꼬야! 를 외쳐대는데

둘째에게도 외쳐대니 어린 둘째 마음에

생채기가 생긴듯하다.

똥꼬 똥꼬,

국어사전에도 나와있듯 '항문'을 귀엽게 이르는 말이고 그 소리가 재미있기도 하고 익살스러워서 특히나 어린아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사실 나는 아이들이 더 어려서부터 신체 명칭을 정확하게 일러주자는 주의였기에 필히 똥꼬를 항문이라 말하게끔 교육시켰다.

 (굉장히 거창하게 들리지만^^;)

그런데 큰아들이 7세되더니 그 노무 똥꼬 소리에 꽂혀서는 언제 어디서나 똥꼬를 줄곧 외치고 다니니 엄마로서는 인상이 찌푸려지고 안 하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하지 마 하지 마'를 강조하면

왠지 그 행동이 강화될 것 같아 그냥 무시하기도 여러 번.


아.. 그런데 엄마 아빠한테까지도 기분 나쁘면 똥꼬를 외쳐대니 안 되겠다 싶어서 그런 말을 하면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니까 기분이 나쁠 때는 기분 나빠!  화나!라고 솔직히 마음을 표현해보자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엔 진지하게 받아들이더니 시간 지나면 어김없이 똥꼬 연발...

그래 잘 안 되겠지.. 그래도 자꾸 이야기는 해줘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중이다.

그냥 혼자서 내뱉다가 만다면 조금 더 무시 모드로 나갈 수 있겠는데, 둘째까지 상처받아서는 자기 똥꼬 아니라며 엄마한테 안겨 훌쩍대는데

어찌 지켜만 보고 있겠는가.


어린 둘째도 느끼나 보다. 그 단어가 단어 자체에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형아가 단어에다가 양념 친 '약 올림 옵션'의 거북함을.

얼마나 듣기 거북하고 화가 났을까.

그런데 그런 둘째의 마음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받게 된 일이 있었다.

기분이 나빠할 때, 똥꼬 아니라고 이쁜 사랑둥이라고 대답도 해주긴 했었는데,

일전에 함께 읽게 된

'너는 나의 모든 계절이야'라는 그림책이 시너지 역할을 해주었다.

책의 초반부에

'너는 엄마의 꽃이야'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그 문장에 아이 이름을 대입해 읽어주니 세상 환하게 미소 지으며,

"엄마! OO 이는 엄마의 꽃이지? 똥꼬 아니고?" 한다.

그래서 나도 오버액션하며 축복의 말을 더해주었고 너는 엄마의 사랑둥이~ 엄마의 별~ 엄마의 소망~축복 덩어리~ 등등 아이의 존재를 귀히 여길 수 있는 느낌이 들도록 해주었다.

축복의 언어를 받아들인 둘째는 그 후에도 계속

"엄마! OO 이는 엄마의 꽃이고 엄마의 별이고 엄

마의 나무고 엄마의 사랑둥이고 엄마의 공룡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말들을 넣어 읊어댄다.

이토록 말의 힘은 굉장함을 4살 아이를 통해 다시금 느낀다.

축복하는 나 자신에게도 배로 와닿는 기쁨은 말할 것도 없음이다.


너는 엄마의 모든 계절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를 내어주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