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샤워

by 꾸준한거북


나의 10대로부터 20대까지의 삶은 전반적으로 불행했다.불행의 근원은 엄마의 재혼에 이어 끊어낼 수 없는 엄마의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불안정한 환경 때문이 아니었을지 추측해본다.

그렇다고 엄마의 아픔을 지금도 원망하지는 않는다. 원망할만큼 해보았고 미워할만큼 해본 결말은 '그리움'과 '헤아림'이었다.

얼마나 심적으로 외로웠을까...얼마나 끊어내고 싶었을까..그 지난한 과정이 엄마의 죽음으로 마무리 되기까지 딸인 나의 삶도 참으로 외로웠다.


20대초반 그렇게 엄마를 떠나보낸 뒤, 따로 원룸에서 홀로 생활하며 얻은 건 외로움과 쓸쓸함, 원망, 억울함, 세상의 모든 행복해보이는 듯한 가족을 향한 시기심 등등 온갖 마이너스 요소들은 다 따라붙었다. 너무 외로워서 한시간거리 외가댁이라도 방문하면 그 보금자리에서 편안해보이는 외가식구들이 얄미웠고 나의 외로움을 전혀 공감해주지 않는 듯하여 더 서러울 뿐이었다. 더군다나 그 일상의 편안한 소음을 맛본 후 원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다시는 안가'라는 생각이 졸졸 뒤따랐다. 매번, 가고 올때마다 그런생각을 하면서 간다 그렇게 매번.

그 곳이라도 아니면 잠깐이라도 편안한 울타리를 맛볼 곳이 없었으니까- 속쓰려 뒤질꺼같음을 알면서도 2천원씩 내고 사먹었던 그 시절 대학교앞 '불닭꼬치'같았던 외가라는 울타리.

그렇게 외로움을 벗삼아 가족을 만들고싶다는 생각으로 삶을 버텼던 내가,


이제는 '고독 좀 즐겨봤으면!'하고 외친다.

남편도, 세아이들도 결혼한 뒤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내가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해 준' 존재들이다.^^(그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결혼전 직장동료가 "결혼해서 남편, 자식새끼 있어도 다 외로워~" 하길래 진짜그런가?하며 젊은 날의 외로움을 당연한것으로 치부했었는데.

이상하다. 남편, 자식새끼들 있는데도 전~혀 외롭지가 않다. 외로울 '틈'이 주어지질 않는 이것은 정상인가?^^;


그래서 가끔은 24시간만 '고독샤워'를 즐겼으면 싶다. 외부에서부터 침투해들어오는 외로움 바이러스말고 건강한 내면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그런 고독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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