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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거북 Jul 12. 2022

아들의 뒷모습

독립의 출발점

"온이야, 오늘도 운동장 앞에서 내려서 갈까?"

"음... 아니"

"왜? 운동장에서 가면 좋겠는데?"

"엄마가 걱정하잖아."

"잉? 엄마는 걱정한 거 아니고 온이 걸어가는 뒷모습 보고 있는 게 너무 행복해서 계속 바라보고 있던 건데?"

그제야 아이는 운동장에서 내리겠다며 인사를 하고 유유히 걸어간다.


평소에 아이를 유치원에 내려줄 때, 건물 현관 가까이에서 내려주면 거기서부터 혼자 걸어 들어가곤 했다. 그러다 어제는 학교 전체를 다 꿰고 있는 아이이기에 이제는 운동장 입구에 위치한 작은 주차장에 내려줘야지 싶었다. 아이는 학교 건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멀어지는 만큼 뒤돌아 손을 흔들어주었다. 열 걸음 멀어지면 한 번 뒤돌아봐주고, 스무 걸음 멀어지면 한 번 또 뒤돌아봐주고. 그렇게 아침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아들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엄마가 그 자리에서 뜨지 않고 있는 것이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한 아들에게 미안해졌다.

'그냥 몇 걸음 멀어져 한 번 뒤돌아봐줄 때 나설걸' 싶었다. 나는 아이의 등원 길에는 위험요소가 단 1%도 없는 걸 알기에 걱정하는 마음도 1%도 없었건만. 그저 진심으로 아이의 뒷모습 바라봄에 행복에 겨워서 그 순간을 온몸으로 누렸던 건데. 나는 평소에 아이의 도전과 모험심, 독립심을 키워주는 것에 별 5개를 메기며 열을 올리는 엄마라고 자부해 왔지만 그럼에도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간간이 드러났나 보다.


너의 뒷모습을 바라봄이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 엄마의 행복임을 네가 몇 살쯤 되면 알게 될까?

그래도 이젠 잠시만 바라봐야겠다. 나의 시선을, 나의 발걸음을 너와는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겠다. 너를 위해, 네가 왼쪽으로 가면 엄마는 오른쪽으로.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엄마는 왼쪽으로.

너도 엄마도 모두 행복한 반대 길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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