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준한거북 Sep 12. 2022

요즘시대에도 칼싸움을?

"해봐"

소나무, 참나무들로 둘러싸인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여기저기 나뭇가지들이 널려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연의 대표적인 놀잇감 중 하나인 나뭇가지.

나뭇가지로 할 수 있는 놀이는 무궁무진하다. 흙으로 덮인 땅 속 깊게 파내기, 흙바닥에 그림 그리기, 집짓기, 우물 정자로 높이높이 쌓기, 아무 생각 없이 여기저기 두드려보기, 질질 끌고 다니기, 바람 가르기, 누가누가 더 긴 나뭇가지 찾나, 소꿉놀이 그리고 '칼싸움'


맘에 드는 나뭇가지를 잡아들면 그때부터 다양한 놀이가 시작된다. 우선은 여기저기 휘둘러본다. 이얍~이얍~! 소리를 내면서. 이때 아이들에게 환경설정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한데, 먼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다소 한적한 곳에서 휘두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에게 해를 끼쳐선 안되니까 말이다. 그 후에는 칼싸움 대결을 펼칠 두 아들에게 경기규칙을 일러둔다.

얼굴과 머리 부위는 공격하지 않기. , '멈춰'라고 말하면 멈추기, 나뭇가지끼리만 부딪히기. 첫째는 규칙이 어느 정도 먹히는데 둘째는 몇 초 지나면 잊어버리는 규칙이긴 하다만 무작정 "하지 마"라고 하며 나뭇가지를 빼앗아버리는 것보다 아이들의 놀이 욕구도 채워주고 나도 엄마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다 싶어 실천하는 중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잘 노는 녀석들이다.


 탁탁! 나뭇가지끼리 부딪히며 내는 둔탁한 소리가 꽤나 스릴 있다. 이렇게 규칙을 지키면서 하는데도 아직 제 몸 조절이 생각처럼 되지 않는 둘째가 형의 눈썹 위를 스치는 바람에 아주 살짝 생채기가 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경기를 끝낼 것인가? 나의 대답은 No! 경기는 계속된다. 첫째도  별 문제 삼지 않을뿐더러, 작은 상처가 무턱대고 덤비려는 몸짓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부모가 어느 정도의 환경설정을 해주면서 심판 역할을 자진해 바라봐주고 하다 보면 커서는 자기들끼리 더 발전된 규칙을 설정해 자유롭게 즐길 테지.


"하지 마"

"안돼"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만큼 아이들의 놀이 욕구는 빈약해진다. 자신의 몸을 쓸 수 있는 기회도 박탈당한다.

팔, 다리를 휘두르고 날아오르고 돌려 차보고 공격도 해보고 피하기도 해 봐야 내 몸을 지킬 수 있다. 그래야 나중에 신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망설이지 않고 몸을 던질 수 있다. 수십수백 번 몸을 사용해봤기에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크게 다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조심'하고 '제한'하면 대체로 무사할 수 있다. 심장 쫄깃거림도 안 느껴도 된다. 하지만 조심하면 사고가 안 일어날까? 조심하느라 불안한 일상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 다소 위험해 보이는 아이들의 놀이일지라도 그것이 실제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 우는 극히 드물다. 조심하느라 불안해하며 놀다가 오히려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것이다.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간 아이에게 "위험해!", "당장 내려와!"하고 소리를 냅다 지른다고 가정해보자. 아이의 전두엽은 마비가 되어 우왕좌왕하며 겁을 잔뜩 집어먹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다. 내려올 수 있는 능력도 이렇게 파괴되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땐 부모가 정글짐까지 여유롭게 웃는 얼굴로 다가가 함께 잠시 앉아있다가 내려오는 게 훨씬 지혜로운 선택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이도 이후에 정글짐을 무섭고 위험한 놀이기구라고 생각지 않을 테고 말이다.


요즘 세상에 안전하고 재미있는 장난감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위험을 사서 경험시키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전적인 놀이를 해보면서 더 위험한 일을 해결할 능력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을 내 아이들을 보아오며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 긍정적 세계관을 확립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 삶을 이끌어나가는 힘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뭇가지 칼싸움'에도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의 위험하거나 무의미해 보이는 행위를 제한하지 말고 '해보게'두자. 환경설정과 더불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긴장 내려놓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